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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Feb 12. 2023

세계 최고의 개발학 교수와 북한에 대해 토론하다 6-8

옥스포에서의 공부도 시간이 흘러 어느덧 3번째 학기가 되었다. 옥스포드의 학기는 1년에 3학기였는데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3번째 학기에는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과목이 있었다.


"Economic Development: How Political and Social Foundations interact with Economic Opportunities" 과목이었는데 개발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폴 콜리어 (Paul Collier) 교수가 가르치고 있는 과목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빈곤의 경제학"의 저자이기도 하다. 아프리카등 개발도상국을 주로 연구하여 개발경제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언제 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대학자이다.


나는 폴 콜리어 교수님에게 개발경제학 수업을 듣고 북한의 경제개발과 경제개혁, 그리고 경제개방을 통한 북한의 정상국가화 방안을 물어보기 위해 폴 콜리어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다. 교수님은 자기가 수강하는 학생들을 1:1로 만나 지도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사실 이 교수님께 경제 자문을 받으려는 국가가 줄을 서있고 한번 받으면 컨설팅비도 엄청나게 주어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해 폴 콜리어 교수님의 한마디로부터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수업을 신청했던 것이다.


폴 콜리어 교수님의 수업은 정말 재미있고 인사이트가 넘쳤다. 개발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이 분에게 수업을 듣는 것이 꿈일 것이다. 나는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트에 열심히 필기를 했다.


이 과목을 통과하려면 리포트를 써야 하는데 리포트 주제는 두 국가의 정치 사회 등을 비교하여 시사점을 내는 것이었다. 나는 김정은이 북한의 경제 개발과 경제 개방 및 개혁에 관심이 있는지에 알아보기 위해 김일성, 김정은, 중국의 마오쩌둥, 덩샤오핑 등 4명을 비교 분석하여 리포트를 작성하였다. 쓰다보니 중국의 개혁 개방의 아버지인 덩샤오핑과 김정은의 행동과 말, 그리고 정책 등이 상당히 겹친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다만 당시 내용이 2018년도에 쓴 것이라 현재의 김정은의 행동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당시까지는 모든 면에서 덩샤오핑을 벤치마킹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만큼 북한의 경제 개발과 개혁 개방으로 가기 위한 많은 요소들이 비슷했다.


폴 콜리어 교수님과 북한에 대해 물어보려면 일단 내가 북한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고 공부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내 질문에 조금이나마 성의가 있게 봐주실 수 있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내 옥스포드 성적표의 유일한 만점이었다.


만점을 받은 후 나는 자신감있게 폴 콜리어 교수님과의 면담을 신청하였다. 그리고 교수님을 찾아갔다.


교수님 연구실에 방문하자 폴콜리어 교수님은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셨다. 유명한 교수님이셔서 긴장을 했다. 보통 이 정도 교수님께는 Sir을 붙이는데 교수님께서는 자기에게 존대를 하지 말고 편하게 대하라고 하셨다. 친절한 옆집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교수님께 물었다.


"교수님, 어떻게 하면 북한의 경제를 개발하고 개혁과 개방을 이뤄 정상 국가로 만들 수 있을까요?"


교수님께서 잠시 곰곰히 생각하더니 대답하였다.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기 위한 마법같은 방법은 없습니다. 북한의 개혁과 경제개발을 할 때 가장 첫번째로 해야 할 일은 시장경제를 태동 시켜야 합니다. 이를 통해 민간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폴콜리어 교수님은 또 북한의 경제 개발을 위해서는 제조업을 발달시켜야 한다고도 하였다. 저소득 국가들이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면서 가능한 부유한 국가들과 교육을 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경우 남한의 삼성과 LG 현대 같은 대기업이 중국에 지을 공장을 북한에 대규모로 짓는다면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저렴한 임금이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하였다.


"북한에 기업들이 생기는 것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지원한다면 북한은 경제개발을 통해 개방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


기업가 정신을 북한에 심는다면 머지않아 북한은 사회와 경제가 발전되면서 자연스럽게 민중에 의한 개혁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하였다. 북한 주민들이 무역과 각종 교류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되며 자유와 시장 경제에 대한 열망이 깊어져 결국에는 민중으로부터 개혁과 자유 그리고 더 나아가 통일에 대한 민중의 열망을 북한 정부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셨다.


조금씩 단계적으로 개방을 유도하는 쪽이 정권을 위기로 내모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독재국가는 오히려 위기 대처에 능숙하다. 하지만 개방을 통해 사회가 발전해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하셨다.


즉 북한을 정상국가화하고 통일을 하려면 먼저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북한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폴 콜리어 교수님과의 대화 이후 몇주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교수님과의 짧은 면담 시간이었지만 내가 들었던 이 내용들은 그 이후 내가 바라보는 나의 북한관을 많이 바꾸어놓았다. 나는 당시 경제 제재만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이 문제에 있어서 항상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고만 있다고 깨달았다. 그래서 내 스스로 정답을 찾아보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한 여정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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