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승철 Feb 20. 2023

수많은 보석으로 장식된 미얀마 국회의사당  8-3

미얀마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군부

NDI에서 국회의원들을 위한 공공정책 커리큘럼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어느날 소장님이 나에게 미얀마 국회에 출장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하였다. 미얀마의 국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였다.


우리는 작은 봉고차를 타고 미얀마 국회로 향했다. 창 주변의 호텔들이 몰려있는 곳을 빠져나오자 논과 밭 그리고 현지 주민들이 사는 집들이 보였는데 집들이 매우 낡아보였다. 미얀마는 비가 많이 오는 습한 계절이어서 콘크리트로 지은 집들의 벽면이 곰팡이로 거멓게 물들어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주민들의 거주지역을 지나자 정부 청사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부청사는 고급 자재로 지은 듯이 겉이 매우 깨끗하고 화려하고 건물의 크기가 매우 크고 웅장했다. 옆에서 소장님이 미얀마는 독재 국가였어서 정부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건물을 웅장하고 화려하고 크게 지었다고 했다. 사실 내가 중국에 있었을때도 중국 정부 건물들 또한 비슷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미얀마의 웅장한 정부 청사들보다 곰팡이가 쓸어가는 열약한 주거에 살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국회 입구


곧 우리가 탄 차는 미얀마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들어왔다. 저 앞으로 정말 웅장하고 큰 건물들이 눈앞에 보였다. 넓은 땅에 건물들이 많아서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국회 도시같은 느낌이었다. 무언가 비슷하게 비교하자면 북경의 자금성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차에 내려 국회에 들어갔다. 그러자 눈앞에 형형색색의 보석들이 건물 내부에 박혀 있었다. 최고급 대리석 바닥에 기둥이 옥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로비에는 사파이어, 루비 등 다양한 보석들이 박힌 3미터 정도의 금색의 항아리가 장식되어 있었는데 보석의 가치를 잘 모르는 내 눈으로만 봐도 엄청난 크기의 보석들이었기에 당연히 값이 비쌀 것이라 생각했다.


목재를 전시한 벽과 보석으로 만든 항아리


옆에 벽에는 미얀마에서 목재로 쓰이는 나무들로 장식을 해놓았는데 족히 수백개는 되어 보였다. 내 눈이 휘둥그래지자 옆에서 소장이 말했다.


"Ohk, 미얀마는 사파이어, 루비, 옥 등 각종 보석과 고급 목재로 쓰이는 나무들이 지천에 널렸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사당에 미얀마가 천연자원의 부국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장식을 해놓은 겁니다. 다만 군부 독재가 천연자원 사업을 독점하고 있어서 미얀마는 아직 가난합니다"


'교육열이 높은 미얀마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미얀마는 잘 살 수 있다" 내 눈에는 미얀마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에 성공한다면 그래서 민간에서 그 천연자원들을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높은 교육열을 가진 미얀마는 분명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석으로 장식된 중앙 홀을 지나 국회 본 회의관에 들어갔다. 그 안에서는 국회의원 수백명이 안건을 가지고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소장은 미얀마에 온 나를 배려하여 일부러 그 회의를 보여준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었는데 내가 만든 공공정책 교재를 가지고 공부하는 국회의원들이 진지하게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회의가 끝나자 한 무리의 국회의원들이 우루루 문 밖을 나왔다. 나는 평소 보던 국회의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고 있었다. 그 때 내 옆에 있던 미얀마 여직원이 외쳤다.


"아빠! 여기요 여기!"


나는 그녀의 아버지가 어디있는지 어리둥절하여 둘러보았고 갑자기 머리에 앵무새 깃 처럼 생긴 연한 노란색의 천을 두른 분이 나타났다.


"우리 아빠야, 국회의장이셔"


그렇다. 그녀의 아버지는 미얀마 국회의장이셨다. 평소에 그녀가 말을 안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쩐지 민주주의와 정부 거버넌스에 대해 연구하려고 영국에서 구입한 책들을 보고 큰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나에게 물어보았는데 아버지가 국회의장이신걸 보니 이해가 갔다.


나는 그분께 인사하였고 함께 식사자리에 어울리게 되었다. 국회의장은 표정에서 정말 인자해보였다. 평소 미얀마의 국회의원들을 만나면 정말 친근하고 항상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분명 수십년간 민주주의 운동을 하면서 감옥에 갖다오고 온갖 폭력을 당한 분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친근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니 외유내강이란 무엇인지 알것 같았다.


미얀마 국회의장과 그녀의 딸


나중에 딸에게 들었지만 국회의장도 평생을 민주주의 운동에 헌신한 분이었고 경제적으로 정말 힘들게 사셔서 어렸을때는 아버지를 무척 싫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초기의 민주주의를 이루고 선거에 당선되어서 국회의장이 된아버지를 깊이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분을 보자 옥스포드 졸업 요건인 민주주의 연구를 위한 심층 인터뷰를 요청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분이 적임자 중 한분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분께 말씀을 드렸다.


"저는 현재 옥스포드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하고 있고 졸업 조건으로 정책 리포트를 써야 합니다. 평소 미얀마의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기에 괜찮으시면 언제한번 시간을 내어주셔서 심층 인터뷰를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국회의장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언제든지 딸을 통해 요청을 하라고 하였다.


국회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NDI 사무실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리서치를 해보니 미얀마는 정말 천연자원의 부국이었다. 천연가스 아시아 1위, 세계 10위, 원유매장량 32억 배럴, 옥, 사파이어, 루비 등을 포함한 각종 보석들, 몇백종의 양질의 목재, 구리 등 천연자원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천연자원들의 개발 허가권과 개발공사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군부는 이러한 부를 독점하며 자신의 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웅산 수치와 그녀의 당이 군부의 천연자원의 독재를 민간에 돌리려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외 기업들은 군부가 싸게 파는 천연자원을 지속적으로 구입하고 있었다. 국제사회는 군부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미얀마의 보석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특히 중국에서 가장 많은 수의 미얀마산 옥들을 사가고 있었다.


미얀마에 있다보면 미얀마 국민들은 정말 순수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민주진영 정치인들 조차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나라를 발전시켜야 하겠다는 열정하나를 가지고 일하며 밤 늦게 공부하며 열심히 살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이 나라를 보며 기도한다. 그들의 뜻이 하늘에 닿기를...


오늘은 유난히 하늘이 푸르다.




국회의사당 안의 그림
국회의사당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미얀마의 탄압받는 소수민족을 위한 연구를 하다 8-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