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탄압받는 소수민족을 위한 연구를 하다 8-4
어느덧 2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미얀마에서는 2달 안으로만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옥스포드에 제출할 리포트 작성을 서둘러 시작해야 했다. 일단 대주제는 미얀마의 민주주의로 정했고 세부 주제를 정하면 되었는데 구체적으로 미얀마의 민주주의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미시적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주제 선정에 있어서 난항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NDI에 함께 일하고 있는 분이 있었는데 NDI에서 나에게 정말 잘 대해주었다. 그분과는 좋은 인연이 되어 친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자신의 가족이 외식을 하려는데 날 초대하고 싶다고 하였다. 다음날이 마침 토요일이라 그분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일단 미얀마의 음식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물론 맛이 같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반찬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나물과 고기가 적절히 반찬처럼 나오고 국과 밥이 나오기 때문에 나는 미얀마 음식에 거부감이 없었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그분 가족의 이야기가 나왔다.
"나와 아내는 미얀마에서 기독교를 믿는 소수민족인 카렌족 출신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미얀마에서 정치적 경제적 차별과 탄압을 받아왔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너무 미얀마의 민주주의에서 군부독재에만 너무 치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2018년도까지만 해도 로힝야 등 미얀마 내 소수민족 탄압 등이 세계적으로 큰 이슈였다. 그래서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후 미얀마의 소수민족 역사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미얀마의 소수민족의 역사
역사적으로 미얀마는 제국주의 시절 영국, 일본, 다시 영국으로 이어지는 식민 지배 기간 동안 영국과 일본이 사용한 이이제이 전략으로 다수의 버마족과 소수민족간의 갈등이 깊어졌다.
기독교 신자가 많은 카렌족은 독립국을 세우기 위해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버마 독립군에게 학살을 당했다. 다른 소수민족들도 마찬가지였으며 그들은 그 이후 민족해방군이라는 반군을 결성해 무장 투쟁을 해왔다.
이러한 갈등을 봉합하고 외세를 물리치기 위하여 미얀마의 독립을 꿈꿔왔던 아웅산 수치의 아버지인 아웅 산 장군은 미얀마의 소수민족들과 버마족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힘을 합쳐 외세에 대항하고자 소수 민족들과 ‘팔롱 협정’을 맺고 그들의 자치와 독립을 약속하였다.
그 후 그는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정부와 협상을 벌인 끝에 버마 연방으로 독립에 성공하였다.
그는 먼저 샨, 친, 카친 등 3개 주요 소수민족들에게 자치를 허용하고 나머지 소수민족들에게도 점차적인 자치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하지만 아웅 산 장군은 버마 연방을 설립한 직후 암살당했고 그의 부하였던 네윈 장군이 이끄는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으면서 소수민족에게 약속한 자치와 독립을 폐기하였다.
그 후 버마인으로 이루어진 군부독재 하에서 소수민족들은 다수의 버마 민족이 주도한 정치 참여와 경제성장에서 소외되었고 교육에서도 배제되었다.
지금까지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소수민족은 민족해방군을 창설하여 미얀마 군부에 대항하였고 지금까지 양쪽의 충돌로 수십 만 명이 사망하였다. 이에 2015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은 소수민족들과 평화 협정을 다시 맺으면서 소수민족들과의 평화를 구축하려고 하였다.
평화를 위한 미얀마 선거제도 개선방법을 연구하다
결국 실질적으로 소수민족들의 권리를 향상시키고 평화를 이루려면 정치와 행정부에 더 많은 소수민족들이 진출해야 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편과 정부 조직 개편 같은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마침 옥스포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북한의 민주주의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눈 교수님이 계셨다. 그녀는 민주주의 선거제도 전문가였기 때문에 교수님께 바로 이메일을 썼다.
"교수님, 저는 미얀마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막상 미얀마에 오니 처음에는 군부독재에 관한 연구를 하려고 했는데 현재 미얀마는 군부독재보다는 소수민족과 다수인 버마족간의 갈등이 더 심각해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졸업 연구 주제로 '미얀마의 선거제도 및 정부 조직 개편 등을 통한 소수민족의 정치적 지위 향상'에 대한 정책 연구를 하려고 합니다. 교수님께서 이분야의 전문가이시니 저를 지도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메일을 보내고 바로 다음날 교수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주제가 매우 흥미롭군요. 미얀마의 선거제도는 저도 관심이 있는 분야라 제가 기꺼이 지도를 해주겠습니다"
그렇게 옥스포드 교수님으로부터 지도를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고 바로 연구를 시작하였다. 다행히 옥스포드에서 혹시 몰라 민주주의 제도에 관한 책들을 여러권 가지고 왔는데 소수 집단의 정치적 권리를 향상시키는 제도 연구 같은 내용도 있어서 초기에 방향을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책 연구를 위해 일단 나는 미얀마의 정치인들과 선거 관련 NGO 그리고 선거를 관리하는 정부 기관 등을 접촉해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생각하였다. 쉽지 않아 보였지만 의외로 모든 것이 쉽게 풀리려고 하였다.
미얀마의 식사 - NDI 카렌족 출신 직원 가족분들과의 식사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