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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Feb 21. 2023

미얀마 선거관리부 장관을 찾아가다 8-5

조금은 무서웠던 장관과의 만남

"어떤 두려운 상황도 이성과 용기로 해결할 수 있으며, 비이성적인 것이 우리 삶을 지배하게 놔두면 안된다" 스토아 학파


소수민족관련 선거제도에 대한 정책 연구를 하려면 일단 많은 자료를 리서치를 하고 데이터가 있는 부분은 데이터를 얻어야 했다. 다행히도 문헌 같은 것은 인터넷에 수많은 책과 논문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미얀마 선거 관련 데이터는 NDI가 미얀마 선거에 대한 관리 및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에 수치 데이터들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미얀마 현지에 왔으니 많은 수의 미얀마인들을 만나 FGI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다.


나는 NDI소장과 직원들과 식사를 하면서 소수민족의 권리향상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 연구를 한다고 말하면서 미얀마 소수민족 출신 정치인들과 다수인 버마 출신 정치인들, 선거관련한 정부부처의 공무원들과 인터뷰를 할 수 있게 주선을 부탁하였다.


평소같으면 미얀마 출신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을 만나는 것이 불가능했겠지만 내 앞에는 모든 정치인들과 네트워크를 다 가지고 있는 NDI 소장과 국회의장 딸, 그리고 소수민족 정치인들과 친한 카렌족 출신 직원분이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이곳에서 임금을 받지 않고 방문 연구원으로 국회의원 공공정책 커리큘럼을 만들면서 헌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은 나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하였다.


미얀마 선거관리부 장관을 만나다


먼저 나를 도운 분은 미얀마 국회의장 딸이었다. 그녀는 다음날 나에게 오더니 아버지를 통해 미얀마 선거부처의 장관과 약속을 잡아놓았다고 말하였다.


'헉....' 나는 선거부처 중간 관리자나 부장급만 만나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장관과의 약속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데리고 옆에서 통역까지 해준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만큼 그분들에게 잘한게 있었나...' 나는 그분들께 평소에 잘 한게 없는거 같은데 그분들은 내 의지와 신념을 보고 도와주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 진심이 그들에게 통한 것인가 생각할 따름이었다.


며칠 뒤 나는 그녀와 봉고차를 타고 미얀마 선거관리부로 갔다. 앞에 도착하자 무슨 국정원 온 것 같이 경계가 삼엄하였다. 앞에서 총을 든 군인들이 신분 확인을 한다면서 나의 여권을 가져가더니 한참 있다가 문을 통과하였다. 조금 긴장되었지만 내 옆에는 다행히 국회의장 딸이 있었다. 건물에 들어가서도 사람들이 뒤에 따라 붙었다.


'설마 여기가 미얀마의 안기부 같은 곳은 아니겠지....' '설마 배신당해 오늘 어디에 묻히는 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무슨 정부 청사가 이렇게 경계가 삼엄하단 말인가... 이상하게 이 정부청사는 네피도의 외각에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장관을 만나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약한 질문을 던질 것인가.. 아니면 그냥 쌔게 다 지를 것인가 고민하다가 일생에 한번 오는 기회이니 다 지르고 오자고 마음을 굳혔다.


계단을 올라가서 사무실에 들어가자 드디어 선거부 장관을 만났다. 다행히 국회의장 딸과 장관은 서로 잘 아는 사이인듯 보였다. 장관은 나를 반갑게 맞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계를 늦추지 않아 보였다. 그는 나에게 미얀마의 전통 밀크티를 대접하였다.


밀크티를 마시면서 나는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현재 미얀마 내의 소수민족들이 탄압을 받고 경제와 정치 분야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선거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그리고 향후 개선할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 질문을 하자 장관은 나에게 미얀마의 현재 소수민족 갈등은 없다면서 선거관리 제도에 대해 개선할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답변하였다. 생각해보니 선거를 맡고 있는 장관으로서 당연히 방어를 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여러 질문을 하고 나왔다. 나오자마자 무슨 용기로 이러한 질문들을 했는지 몰랐다. 이상하게 나는 위기 상황에서 항상 어딘가에서 솟아오르는 용기가 느껴지곤 했다. 소심한 나에게서 이러한 용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결국 큰 소득이 없이 선거관리부 장관과의 대화가 끝났다. 하지만 다행히 NDI측에서 여러명의 국회의원들을 소개시켜 주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그들과 여러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불가능했던 내 연구가 뜻밖의 도움으로 속도가 붙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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