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한지 3개월 후 어느날 나는 옥스포드의 졸업식에 참여하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사실 졸업식은 작년에 했어야 했으나 내가 몸이 좋지 않은 관계로 졸업식을 가지 못했다. 내 동기들은 이미 졸업식을 반년 전 치른 상태였다. 지금은 이제 어느정도 회복이 되었으니 졸업식에 참여하겠다고 학교에 답신을 보냈다.
그렇게 졸업식에 참여하기로 하고 연구소에 졸업식에 참여를 한다고 말씀드리고 3일동안 휴가를 썼다. 수목금이니 토일을 쓸 수 있었다. 나는 휴가를 쓰고 집으로 올라와 부모님께 같이 졸업식에 가자고 말씀드렸다. 아머니는 그 당시 사정이 있어서 못가셨고 아버지와 나는 옥스포드 졸업식에 참여하기 위해 영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영국을 떠난지 거의 1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다시 이곳에 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옥스포드에 도착하고 아버지를 안내하여 내가 공부했던 곳을 하나씩 방문하며 설명드렸다. 곳곳에 나의 흔적들이 뭍어있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일생에 옥스포드에 오실 날이 있으실거라고는 생각 못하셨다고 했다.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이셨던 아버지는 항상 어렸을때부터 나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공부를 잘 안하던 내가 이곳을 졸업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셨다. 그래서 내가 아버지께 효도하는 길은 아버지와 함께 옥스포드로 가서 졸업식을 보여드리는 것이었다.
옥스포드에 다시 오니 그동안 잠시 접어두었던 내 삶의 목표와 꿈이 다시 내 마음속에서 솟구치고 있었다. 나의 꿈은 나라와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며 달려왔었다. 잠시 나는 아픈 이후로 내 삶의 목적을 잊고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내가 공부했던 곳을 둘러보며 예전의 기억들과 꿈들이 돌아옴을 느꼈다.
다음날 졸업식날이 되었다. 옥스포드 졸업식은 각자 자신의 소속 컬리지에서 대기를 하다가 인원을 체크하고 옥스포드에 있는 보들리안 도서관으로 출발한다. 졸업식은 도서관 건물 안에 있는 평소에는 연주회를 하는 홀에서 진행한다. 나 또한 내 소속 컬리지인 워덤 컬리지에서부터 졸업식장으로 학생들과 함께 일렬로 걸어갔다. 3분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수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를 스쳤다. 다시 이 곳에 와서 졸업식에 참여하게 되어서 기뻤다.
졸업식장에 도착하자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아쉽게도 나와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은 이 졸업식에는 한명도 없었다. 그들은 이미 반년 전에 졸업식을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과에서 홀로 내 자리에 앉았다. 졸업식을 담당하는 분들이 나에게 졸업식 차례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나는 일단 내 자리에서 앉아서 기다리다가 호명이 되면 앞으로 가서 총장이 불러주는 라틴어로 된 말씀을 듣고 끝에서 "돌피뎀"이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사하고 나가서 다시 문으로 가서 대기를 하면 되었다. 그 후에 또다른 식들이 있었기에 차근차근 외웠다.
나는 자리에 앉아 내 차례를 기다렸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홀로 무대 앞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몇초의 순간 나는 정말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올뻔 했다. 여기까지 오는게 정말 힘들었다. 지칠대로 지쳤다. 하지만 나는 꺽이고 쓰러질 지언정 포기는 하지 않았다. 꿋꿋하게 용기를 가지고 인내하며 버텼다.
모든 졸업식이 끝나고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도 나를 보고 눈물을 흘리셨다고 했다. 아버지는 내가 아플 때 나를 매우 안타까워 하시면서 매일 내 옆에서 몸이 좋지 않아 부은 내 팔과 다리를 주물러주셨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사실 처음 잡아보았다.
"아버지 앞으로 효도할께요. 지금까지 키워주셔서 그리고 내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뚝뚝한 나이지만 처음으로 아버지께 낯간지러운 말을 하고야 말았다. 이 순간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