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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식에서 실패한 프랑스의 코로나 대처

by 옥승철

3.18일 컬럼


지난 3월 12일 저녁 마크롱 대통령은 텔레비전 담화를 통해 코로나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대응 정책에 대해 발표하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일단 바이러스에 취약한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외출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였고 기업들이게는 재택근무 확대를 요청하는 동시에 학교, 카페, 레스토랑, 영화관, 나이트클럽 등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러한 조치로 인해 피해를 받는 기업과 개인에 대해서 모든 재정적 지원을 약속하였다. 자세히는 근로자 및 기업지원을 위한 부분적 실업제도, 희망기업에 대해 3월분 사회보장 납입금 및 세금 납입 기한 연기 및 동계기간동안 세입자가 집세를 내지 못해도 내쫓지 못하는 제도를 2개월 연장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13일부터 사람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파리의 카페와 술집, 레스토랑이 마지막으로 문을 여는 것을 아쉬워한 사람들이 평소보다 두 세배 더 쏟아져 나왔으며 가족들과 공원에 나온 사람들도 더 많아졌다. 특히 프랑스 젊은이들이 도심 곳곳에서 종말 전에 마지막 밤을 즐기자면서 새벽까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거리를 배회하였다. 프랑스 국민들이 정부의 조치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였다. 파리의 시민들이 전혀 코로나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다음날 사람들이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 쏟아져 나오자 프랑스 시민들이 심각한 상황을 인지 못하고 바보같이 행동한다면서 16일 저녁에 특별 담화를 발표하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소 14일 동안 전 국민의 강제 이동금지를 발표하였으며 병원이나 약국 방문, 생필품 구매 및 재택근무가 불가능 할 경우에만 허가증을 작성하고 이동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모든 기업에게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실시하도록 하였다.

사진2 (1).jpeg 사람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프랑스는 전쟁 중 “Nous somme en Guerre”이라는 말을 강조하였다. 타국과의 전쟁 중이 아닌 보건 전쟁으로 적은 우리의 옆에 있고 계속해서 퍼지고 있다면서 전 국민이 전쟁 상태인 점을 인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을 완곡히 설득하였다. 또한 원래는 의사의 소견서 없이 마스크를 살 수가 없었으나 마스크는 이제 전국 약국에서 예방적으로 살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또한 지금까지 미뤄왔던 유럽연합 간 국경을 폐쇄하였으며 30일간의 여행이 금지되었다. 이는 유럽국가간 통행의 자유를 보장했던 쉥겐 조약(Schengen agreement)의 효력을 잠시 중단한 것이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그 다음날부터 전국의 생필품 상점에 사재기가 시작되었다. 오늘 오전 일찍 장을 보러 나갔지만 상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가게에는 먼저 물과 쌀, 파스타 등이 자취를 감췄으며 화장지와 통조림 등이 오전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사진3 (1).jpeg 파리의 한 식료품점. 사재기가 되어있다

오늘까지 프랑스의 코로나 확진자는 17일 현재 7,730명으로 세계 7위이자 우리나라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확진자 숫자가 거의 국가마다 일 만명에 다다랐는데 이들의 문화를 보면 이미 예견된 사태라고 보인다. 일단 유럽의 시민들은 공통적으로 마스크를 예방적 차원이 아닌 병에 걸리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코로나가 유럽을 휩쓴 상황에서도 마스크 쓴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또한 학교나 회사 및 밖에 가면 서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붙어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보건대 이번 프랑스의 강제 이동 금지 및 학교, 카페, 레스토랑, 영화관, 나이트클럽 등의 폐쇄는 적절한 조치라고 보여 진다. 유럽은 국가의 안일함도 문제였지만 민간의 실패, 시민의식의 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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