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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만 쓰는 나라에서 첨단 핀테크의 나라가 된 중국

by 옥승철



카드를 쓸 수 없었던 10년전 중국


2008년 중국에서 유학을 할 당시였다. 나는 친척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연변과학기술대학이라는 곳에서 머물며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연변과학기술대학은 한국에서 중국에 세운 기독교 학교이며 동일한 곳에서 세운 학교로는 평양과학기술대학이 있다.


중국 연변에 도착했을때 친척분이 중국 식당에서 저녁을 사주셨다. 연변에는 중국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음식이 한국음식이면서도 중국음식처럼 생긴 독특한 음식들이 많았다. 식사를 마치자 친척분은 계산대에서 카드를 내밀었다. 하지만 점원이 갑자기 카드를 사용하지 말고 현금으로 계산해달라고 했다. 대신에 음료수 2병을 서비스로 주겠다고 했다.


친척분에게 물어보니 중국은 카드를 거의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상점이나 식당에서 현금만을 사용한다. 그 이후 6개월 더 연변에 있다가 북경 칭화대로 학교를 옮겼지만 중국의 수도인 북경도 어디서든 현금만 쓸수 있었다. 중국생활 1년동안 카드를 써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나는 그 당시 중국 경제를 관찰하기 위해 중국에 왔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현금만을 쓰는 국가가 어떻게 세금을 걷고 그 세금으로 사회 투자나 복지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인가 궁금했다. 국민의 총 생산과 수입을 모르니 국가는 어떻게 운영을 할 것인가. 또 이로인한 GDP의 불일치, 이로인한 경제 지표들이 과연 정확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또한 현금으로만 경제가 돌아가다보니 불법 청탁과 탈세 등 부정부패가 만연해있었다. 그당시 중국 경제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지만 금융 시스템은 멈춘듯이 보였다.


이제 현금을 쓸 수 없었던 10년 후 중국


2009년 나는 북경에서의 생활을 마지막으로 다시 호주로 돌아갔다. 그 후 내가 중국을 다시 찾은건 9년 후 2018년도였다.


옥스포드에서 공부를 마친 나는 덴마크 코펜하겐 비지니스 스쿨에서 공부를 이어가기로 정해져 있었다. 코펜하겐 비지니스 스쿨에 입학하여 1년동안 중국에서 공부하고 다른 1년동안은 덴마크에서 공부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면 중국 과학원 대학교와 코펜하겐 비지니스 스쿨의 졸업장이 나왔다.


나는 북경에 도착한 첫날 10년 전 중국을 생각하며 현금을 두둑히 챙겨갔다. 하지만 모든 상점에서 QR코드로 결재를 하는게 아닌가? 나에게는 조금 낮설은 풍경이었다. 중국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요즘 중국에서는 모든 결재를 핸드폰 QR코드로 한다고 하였다. 중국은 Wechat이라는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같은 채팅 어플을 쓰는데 그 어플에서 지금의 카카오페이처럼 QR코드로 계산하고 서로 송금까지 하는 것이었다.


신기한 것은 중국 어디를 가나 거의 모든 상점을 포함한 노점상까지 QR코드로 결재하는 것을 사용하고 있었고 중국에서는 거지도 QR코드로 송금을 받는다는 말이 있었다. 만리장성을 가기 위해 표를 사려고 했는데 그 곳에서도 QR코드로 계산을 하였고, 노점상에서 군것질거리를 살 때도 QR코드로 계산했다.


중국의 이러한 변화는 나에게는 상상도 못할 변화였다.


어느날 덴마크 학생들이 만든 학생회에서 학교 지하에 카페테리아를 만들었다. 그리고 QR코드를 붙여놓고 셀프 계산을 하게끔 만들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개인적으로 현금을 쓰지 않아서 편했고, 계좌번호를 입력하지 않아서 편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물건을 살때나 식당에서 밥을 먹을때 가끔 계좌이체를 할 때가 있는데 QR코드를 붙여놓으면 바로 계좌이체가 되니가 편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20190406_231737.jpg 덴마크 학생들이 만든 무인 매점, QR코드로 계산한다

카카오톡도 벤치마킹하는 위쳇


중국 친구들은 핸드폰에 설치된 위쳇으로 많은 것들을 하고 있었다. 송금 기능과 친구들과 더치페이를 할 수 있는 기능, 그외 다양한 기능등이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왔을 때 카카오톡이 중국과 비슷한 기능을 벤치마킹 하는 것을 보고 이제 우리가 중국을 벤치마킹하는 세상이 왔구나 하고 잠시 생각에 잠긴적이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중일 삼국 중에서 QR코드를 먼저 본게 일본에서였는데, 이제는 새로운 커머스 기능을 보려면 중국으로 가야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QR 코드를 사용한다고 해서 핀테크 선진국이고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핀테크 후진국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이러한 발전과 변화는 다른 산업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고 이러다가는 우리나라가 모든 산업에서 중국에 밀리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핀테크의 발전과 변화가 상당히 느리게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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