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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Dec 23. 2022

장애인을 위하는 국가 싱가포르와 영국

선진국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일인당 GDP는 2022년 현재 34,700달러 정도로 경제대국인 일본과 거의 비슷하며 경제규모는 세계 15위 정도로 경제 선진국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진정한 선진국일까?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진정한 선진국은 경제규모도 규모지만 물질적인 것들을 뛰어넘는 한단계 높은 차원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효용성만을 위해 소수의 사람들을 희생시키지 않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존 롤스는 그의 정의론에서 공공적 정의를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이익이 극대화되도록 배려하는 사회를 지향하였다. 우리가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경제적 효율성으로만 무장한채 소수의 권리와 행복을 묵살한다면 과연 우리는 선진국에 들어갈 조건이 되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모든 시설들을 소수의 장애를 가진 분들을 고려해 짓는다면 건설비가 많이 들 것이다. 하지만 선진사회란 단순한 공사비의 경제적 효율보다는 어떠한 사회적 가치의 비중을 우선시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가 선진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경제개발하에 우선시 되었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과 경제적 효율성의 가치를 이제 지나야 한다. 공리주의하에서는 소수의 권리가 묵살되기 때문이다. 대안은 완벽한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나는 존 롤스의 정의관 소수의 권리를 중요시하는 철학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8년도에 싱가포르에서 인턴을 할때였다. 그 당시 옥스포드에서  졸업 과제를 하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두달간 북한 도시 관련 연구에 참여하였다. 싱가포르는 처음이었는데 도로에서 나를 약간 충격에 빠뜨린 장면을 보았다.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버스가 그의 앞에 섰다. 곧 버스기사가 내려 뒷문의 받침대를 정류장 인도에 설치하고 장애인을 밀어서 태우는 것이었다. 더 놀랐던 것은 버스의 뒷문과 인도와 높이가 같아 받침대가 수평으로 놓였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버스에 탄 승객들은 어느 누구 하나 그 2-3분의 기다림을 초조해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저상 버스 (출처 : asiaone.com)


싱가포르 친구에게 그 모습에 대해 물어보니 그런 모습이 일상적인 모습이라고 한다. 또한 싱가포르는 휠체어에 탄 장애인들을 위해서 도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고 한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역의 이동 동선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 역 입구부터 지하철 객차 문 앞까지 최소한의 동선으로 배치가 되어있다. 


영국 옥스포드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더 하자면, 어느날 내 학교 이메일로 연락이 왔다. 옥스포드의 도시 건물들을 장애인 친화적으로 좀더 개선하려고 하는데 학생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흔쾌히 그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였다. 그 후 참여한 학생들과 같이 아이디어를 나누고 도시 곳곳을 살펴보면서 조사하고 장애인 분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많은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줄자를 가지고 다니면서 수치를 재고 다녔다.


옥스포드시에서도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한 것은 그만큼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장애인, 즉 소수의 권리에 대해 좀더 생각보라는 취지가 아니었다 싶다. 이때 이후로 실제로 나는 장애를 가진 분들의 권리과 인권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생각해보면 휠체어를 탄 장애를 가진 분들이 도시를 마음껏 다니는 것이 매우 힘들다. 일단 휠체어와 함께 탈 수 있는 저상버스가 도로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우리나라에서 휠체어를 탄 분들이 거리를 다니고 대중교통을 타는 것을 거의 본적이 없다. 특히 시외버스는 저상버스가 거의 전무하다. 그래서 장애인 단체들이 고속 및 시외버스 회사에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저상버스의 도입을 촉구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또한 아직 우리나라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 어느 신문기사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 분이 저상버스를 타려고 아침 출근길에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버스기사가 보호자 없이 혼자서 타는 것에 불만을 내더란다. 아마 버스기사가 아니더라도 내가 승객으로 있었어도 나도 바쁜 와중에 시간을 끄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을 것 같다. 많은 반성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우리의 의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 누구나 언제든지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또 그렇게 태어날 수도 있었다. 우리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소수를 배려하는 국가야말로 진정한 선진국이 아닐까. 우리먼저 이제 우리의 의식을 바꾸고 진정한 선진 시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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