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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Jan 16. 2023

싱가포르에서 본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

우리나라의 높은 미혼율과 저출산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가?


싱가포르에서 처음 본 외국인 가사 도우미


2018년도에 싱가포르에 방문 연구원으로서 잠시 몇달간 있을 때 옥스포드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기 집에 초대를 받아 방문한 적이 있다. 슈라는 싱가포르 친구로 나와는 옥스포드 때 함께 식사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 이 친구는 싱가포르에서 노동부 공무원을 하고 있었고 외국인 노동 관련한 정책을 맡고 있었다. 


이 친구집에 초대를 받아 집에 갔는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있었다. 신기해서 물어보니 싱가포르에 아이가 있는 집들은 가사도우미를 많이 쓴다고 한다. 법적인 용어는 Migrant Domestic Worker이다. 집 안에는 가사도우미의 침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가사도우미는 필리핀 여성이었는데 슈의 집에서 그의 가족과 함께 지내며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돕고 있었다. 그 때문에 슈의 아내는 아이가 셋인대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을 그만두지 않고 워킹맘으로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와 저출산 이슈에 관심이 있었던 나에게는 싱가포르 가정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매우 흥미로웠다.


그날 슈의 집에서 가사 도우미를 관찰해보니 그녀는 요리를 돕고 아이들을 주말 학원에 보내는 채비를 하고 있었다. 확실히 엄마는 아이가 셋인대도 불구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실제로 슈에게 물어보니 가사 도우미를 고용한 이후 자신의 아내가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회사에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싱가포르 외국인 가사 도우미와 싱가포르 아이들


싱가포르 외국인 가정부 제도


싱가포르는 각 가정이 고용주로서 외국인 가사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는 Employment of Foreign Manpower Act라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고용과 권리에 대해 적시한 법이 있다. 이 법에 특정 국가 출신 23-50살 사이의 8년간 자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여성만이 싱가포르 외국인 가정부 워킹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가정이 외국인 가사 도우미 중개소를 통해 신청을 하면 그 가정과 외국인 가사 도우미 사이에 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서가 체결된다. 그 계약서에는 월별 임금, 근로 시간, 휴식보장, 의료보험 제공 등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권리가 적시되어 있다. 만약 고용주가 어긴다면 벌금과 최대 징역 1년을 살 수 있다.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인가?


얼마전 오세훈 시장이 우리나라도 싱가포르처럼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오세훈 시장이 예상한 가격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싱가포르 외국인 가사 도우미 월급은 38~76만원 정도라고 하였고, 비판하는 쪽에서는 실제 드는 비용이 그보다 훨씬 많다는 것, 그리고 싱가포르는 최저임금제도가 없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고용이 가능하나 만약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고용한다면 실제 드는 돈은 200-300정도로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얼마전 슈에게 온라인으로 새해 인사를 하는 중에 다시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비용에 대해 물어보았다. 실제 가사 도우미의 월급은 평균 600~800 싱가포르 달러 (56만원~75만원)정도로 오세훈 시장이 말한 가격과 비슷하다 다만 이 비용은 순수 월급이고 여기서 의료 및 사고 보험 (200 싱가포르 달러, 한화 약 18만원), 국가에 내는 고용 부담금이 있는데 고용 부담금은 아이가 있는 집이면 60 싱가포르 달러 (한화 5만 6천원 정도), 1년 2회 건강검진비용 총 80 싱가포르 달러 (한화 7만 4천원), 기타 비용 100 싱가포르 달러 (9만 3천원), 총 약 한화 116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현재 우리나라 가사 도우미 비용 200-300만원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슈에게 가격을 물어보면서 너무 인건비가 저렴한것이 아니냐고 물어보았는데 가격은 정부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주와 외국인 가사 도우미 사이에 형성된 시장가격이라고 한다. 즉 월급 약 75만원 정도는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순수익이고 여기서 식비는 집에서 함께 먹고 숙박비는 집에서 방을 제공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작은 금액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한국에 실제 적용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처럼 최저임금을 무시한채 낮은 임금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줄 수는 없다. 하지만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하여 주휴수당을 포함해도 약 200만원이 나오는데 싱가포르처럼 집에서 숙식을 하는 조건이면 약 숙식비로 약 80만원 정도를 제하면 된다. 약 120만원 정도를 실제 제시하면 싱가포르보다는 비싸지만 어느정도 고용주와 외국인 가사 노동자 사이에 시장가가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판단된다. 여기서 국가 보조금을 가정의 소득에 따라 10에서 30만원까지 책정하면 실제 가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은 더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하면 아이가 있고 양쪽 부모가 다 일을 하는 가정이라면 충분히 부담이 가능하다.  


사실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의 가장 큰 문제는 금액도 문제이지만 문화와 언어적 차이이다. 실제 슈에게 물어보니 문화적인 문제, 싱가포르가 영어가 공용어인데도 언어적인 문제가 있다고 한다. 만약 우리나라에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가 들어온다면 문화적 언어적 차이때문에 초기에 갈등과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해서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 비자 발급 조건으로 일정 수준의 한국어 능력과 문화적 이해를 요구하는 시험을 포함하면 어느정도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경력단절과 출산율 증가를 위해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요즘 시대에 꼭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이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퇴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실제 내가 본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는 싱가포르의 부모들에게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생활의 여유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30대 미혼율이 남성 50%, 여성 34% 넘었다. 출산율도 0.68로 거의 세계 최저 수준이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의 도입은 분명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이는 역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출산 #싱가포르출산정책 #여성경력단절 #가사도우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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