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승돈 Feb 22. 2024

십년감수

당일 아침에 직접 운전을 해서 의정부에 가는 거였다. 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매우 이른 아침에 딱히 다른 대안이 없었다.


'큰일이다!'


나름 충분히 일찍 일어나기는 했는데, 창밖에는 큰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길에 약한 후륜구동차량을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선택하기엔 이미 늦은 시각. 어찌 되든 그냥 차를 몰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큰길은 괜찮았다. 속도를 내서 의정부 외곽까지 신나게 달렸다. 문제는 큰길에서 빠져나온 이후부터.. 차가 계속 미끄러지고 돌고..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눈 쌓인 길에 차가 그리 많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적당한 속도로 조심스럽게 달리면 직선도로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보게 되는 붉은색 정지신호.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돌테고, 설령 별일 없이 잘 선다고 한들 다시 제대로 출발할 수 있을까?'


뒤늦게라도 체인을 감을까 생각을 해보았지만 시간이 너무 없었다. 언제 어떻게 챙겨 놓았는지는 몰라도 트렁크 안에 체인 스프레이가 한 통 있기에 바퀴마다 실컷 뿌리고는 운행을 계속했다. '나는 과연 살 수 있을까?'


꾸역꾸역 목적지 주변에 왔다. 마지막 관문은 회전교차로. 몇 번째 출구로 나가느냐가 관건이었다. 진지하게 하나둘 세어가며 돌다 조심스럽게 빠져나간 길. '아! 다음 출구였구나!'


목적지가 뒤로 빤히 보이는데 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고 만다. 갈수록 목적지에서 멀어지는 좁은 길이 심지어 급경사로여서 때마다 차가 뒤로 밀리는 데다가 이 와중에 신호주기가 짧아 그 위험한 정지와 출발을 끊임없이 반복해야만 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극도로 당황한 중에도 심호흡을 해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측 후방 대단히 가까운 곳에 대형차량이 여러 대 주차된 것을 보았다. 무작정 차에서 내려 사무실 같아 보이는 곳에 달려들어가 다짜고짜 도움을 청했는데 다행히 그곳에 차를 세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10여분 눈길을 걷다 뛰다 허겁지겁 도착한 중계현장. 경기 전에 도착을 하기는 했지만 평소에 비해 조금 늦었다. 하지만 다행이랄까? 경기를 벌일 선수들도 다름 아닌 눈 때문에 제때 도착을 하지 못해 일정이 조금씩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는.. 생방송이 아니었던 게 천만다행이라고 해야겠다.


중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이 다 녹거나 깔끔하게 치워진 것을 보고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제나 즐거운 노래를 부릅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