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말하다

사회를 보다

by 최승돈

"사회,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몇 번 가르친 많이 아끼는 후배인데 과연 뭘 어떻게 하고 있을까?


개교 120주년 기념식 사회를 보았다. 대본이 있다. 그걸 잘 읽으면 된다. 별 내용 없는 문장과 비문을 잘 골라낸 뒤 좋은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으로 평소 말하듯 자연스럽게 잘 읽으면 대략 되기는 된다. 그런데 이 대본은 과연 우리 학교 출신이 애교심으로 가득 차서 명문으로만 줄줄이 써 내려간 것일까?


모교 특유의 긍지, 개교 120주년을 맞는 감격과 같은 것을 제대로 떠올리고 함께 나누는 것은 임의의 작가가 아니라 다름 아닌 내가 꼭 감당해야 할 몫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부분을 깊이 생각해야만 한다. 대부분이 공감하고 감동해 마땅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충전하듯 준비해 놓아야 한다.


"북 공연을 마치고 무대를 정리해야 합니다. 적당히 시간을 끌어 주십시오."


종종 현장에서 듣게 되는 연출자의 주문이다.


"'승전고를 울려라. 꽃다발을 받아라. 영광은 모교에 그 훈공은 너의 것이다.' 모교의 응원가가 절로 떠오르는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아무 얘기나 하면 이른바 '애드리브'라는 게 되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절묘함이고, 평소 내 생각이든 남의 생각이든 많이 담아 두어야 적당할 때 적절히 꺼내 쓸 수 있는 것이다.


'사회(司會)를 잘 본다'는 건 뭘까? 혹 내가 속한 사회(社會)를 잘 보고 깊이 생각한다는 것이 아닐까?





몇 주 뒤 합창단 정기공연 사회를 또 봐야 한다. 괜히 등장하는 부분이 없도록 기획진과 소통하고 있고, 또 등장을 하게 되면 어떤 얘기를 꺼내고 나눠야 할까 계속 고민하고 있다. 다시 한번 내 이름을 걸고 행사의 격을 높이기 위해서..


개교할 때부터 있었던 법대 120주년 기념식 때 첫인사에 대한 반응이 참 좋았다.


"고대가 법대고, 법대가 고대다."


깊은 생각 가운데 마음의 접점을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는 것.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감동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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