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말하다

말하라

by 최승돈

기를 쓰고 외우지 마라. 코를 처박고 읽지 마라. 매 순간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낼지만 대략 알면 기억할 것도 사실 별로 없다. 사람 이름이나 예민한 숫자처럼 결단코 틀리지 말아야 할 것만 아니면 절대로 보고 읽지 마라. 관객 또는 청중과 교감다운 교감이 없을 것이다. 읽지 않고 외워서 하면? 본질적으로 똑같다. ‘보고 읽느냐’ 혹은 ‘보지 않고 읽느냐’! 말을 해라. 대문호의 검증된 명문장도 아니고 통상 하한선으로 제시되기 십상인, 숱한 대본의 흔한 문장보다 매 순간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몇 마디 말이 훨씬 나으리라는 배짱과 이를 뒷받침할 실력을 갖춰라. 외울 시간이 있으면 현장의 분위기에 좀 더 젖고 실컷 느껴라. 사람들이 반응할 것이다. 매 순간 말해라. 절대로 읽거나 외우지 마라. ‘대본만 갖다 주면 나도 당연히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실은 내가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가득할 것이다. 읽기와 말하기는 다르다. 읽기로 말하기를 대체할 수 없다. 읽는 걸 보여 주지 말고 말해라!




언어의 4대 기능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입니다. 말하기 강의를 시작하면서 다음주에 한 사람씩 말하기를 시킬 테니 준비해 오라고 하면 집에 가서 구상한 걸 공 들여 쓰고 다음주엔 그걸 그냥 들고 와서 마냥 읽습니다. 읽지 말라고 하면 외웁니다. 말하기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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