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대학생활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는
과를 낱낱이 이야기하는
밝고 건전한 내용
학생회실에 과 노래 공모 대자보가 붙었다. 순간 기타를 들었다. 전형적 민중가요식 전주부터..
빠바바밤 빠바바밤 빰빰빰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는
과를 낱낱이 이야기하는
밝고 건전한 영어교육과
영어교육과
출품작은 내것밖에.. 그런데 당선작은 없었다.
"왜 상 안 줘요?"
"장난이잖아!"
"형이 쓰라는 내용 다 썼는데?"
그래도 상을 받지 못한 나는 와신상담, 1991년 신입생 맞이 새로배움터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들에게 이 노래를 가르친다.
"우리 과에 노래가 있었냐?"
본격 새 학기를 맞아 놀란 것은 선배들! 이런 짓을 할 놈은 나밖에 없다며 사람들은 내게 다그쳤다.
"네가 만들었지?"
"가사가 이게 뭐냐?"
"가사는 제가 안 썼는데요!"
무슨 얘기가 나와도 과 노래는 이미 현실이요 대세였다. 난데없는 일에 놀란 선배들에게 난 느닷없이 '알았다'고 대답하고 후속작업에 들어갔다.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는
'삶'을 낱낱이 이야기하는
밝고 건전한 영어교육과
영어교육과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위해
민족, 민주, 인간화 참교육 여는
밝고 건전한 영어교육과
영어교육과
외세와 독점의 억압을 뚫고
인간해방세상 건설 선봉에 서는
밝고 건전한 영어교육과
영어교육과
분위기를 탄 과 노래는 2절, 3절까지 급속하게 보급되었고, 내가 기획했던 그 해 우리 과 정기연극공연 마지막 회에 관객까지 전원 기립한 상태에서 거룩하게 불리기까지.. 내가 그렇게 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우리 과는 난데없이 밝고 건전해졌고, 그 뒤로도 10년이 넘는 세월, 얼굴도 모르는 후배들에 의해 이 노래가 불리는 모습을 숱하게 목도하게 되기도.. 흐뭇!
적어도 내 인생은 아름다운 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