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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Nov 24. 2020

고모 가시던 날

고모가 떠나신 것에 대해
고대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각기 다릅니다.
고모를 생전 보지도 못한 후배들에게
고모 얘기를 하는 것은
너무도 어색한 일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급변하는 세태 속에서
때때로 고대 문화의 진공 상태를 경험하며 삽니다.
과연 오늘날 우리의 어떠한 모습이
고려대학교의 훌륭한 전통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우리는 고모의 일과 삶을 통해
우리의 독특한 술 문화를 돌이켜 볼 수 있었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고대 정신과 고대 문화에 대해
여러 차례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결코 능사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와 단절된 그 모든 현재의 모습 역시
능사일 수 없을 것입니다.

학점보다 더 소중한 목숨을 걸고
세상과 승부한 수많은 우리 선배들을 기억하면서,
표류하는 우리의 모습이
새롭게 조명되기를 기대합니다.

2020년 11월 18일 89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우리 고모 한은예 여사를 추모하며 1993년 고려대학교 교육방송국 KUBS의 ‘고모 가시던 날’ 엔딩 자막을 고쳐 쓰다.




그 많은 고대생들에게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도 푸근한 토양이 되어 주셨던 고모! 그야말로 대지와도 같던 고모! ‘고모! 사랑합니다!’ 그 무식한 주정뱅이들이 고모한테 사람 대접을 받고 심지어 조카 대접, 아들딸 대접을 받아 비로소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고모 가시던 날 (KUBS 1993)

영원한 고대의 어머니, 고모 (고대 87학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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