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승돈 Sep 15. 2020

불어 배우고 싶다

파리엔 항상 처음 오는 느낌! 여러 번 와봤고 또 제법 오래 머물러 보기도 했지만, 그리 쉽게 파악되지 않는.. 죽 이어지지 않는 줄! 조립이 잘 되지 않는 장난감? 모르긴 몰라도 통 할 줄 모르는 불어 탓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밤차를 타고 파리로! 종착역에 도착, 더 이상 가지 않는 기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던 청년! 이상하게도 파리라고 쓰여있지 않았던 역! ‘여기가 파리 맞나?’ 파리에 사는 선배에게 전화를!
 
“여기가 파리 맞을까요?”
“넌 어디라고 생각하는데?”
“Sortie?”
 
불어로 ‘Sortie’는 출구(Exit)! 청년은 출구라고 자기를 소개한 파리와 처음 만났다.
 
원래는 수다스러운 이 청년이 파리에서만큼은 과묵했다.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Bonjour(안녕하세요)’, ‘Merci(고맙습니다)’, ‘Pardon(미안합니다)’이 전부. 영어 ‘please’에 해당하는 말을 무척 알고 싶었는데, 나중 알고 보니 자그마치 세 뭉치의 표현! ‘s'il vous plaît!’ 줄여서 ‘S.V.P.’라고 곳곳에 써놓은 건 코냑 등급인 줄 알았고..
 
“C'est combien?”
 
열심히 외워서 물건값을 물어보았다. 그러나 얼마인지 알아들을 수가.. 불어 숫자는 내가 건드려 본 여러 언어 가운데 최악이다. 불어 ‘91(quatre-vingt-onze)’을 있는 대로 번역하면, ‘네 개의 20, (그리고) 열하나’! 수식으로 하면 ‘4x20+11’이다. ‘4x20+10+1’도 아니고..
 
‘예’ 아니면 ‘아니오’로만 이어질, 이른바 yes/no question을 하나 또 외워보았다.
 
“Acceptez vous chèque de voyage? (여행자 수표 받으세요?)”
 
그 유명한 샹젤리제 거리 레코드 가게에서 이 표현을 유창하게 사용해 보았다. ‘예’ 아니면 ‘아니오’, 아니 ‘위’ 아니면 ‘농’이 나오려니.. 그러나 ‘위’도 없고 ‘농’도 없이 마구 쏟아내는 말!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불어! 그냥 현찰로 계산하고 나왔다.
 
말하기를 즐겨하는 프랑스 사람들! 알아듣는 사람에게 무슨 얘기였냐고 물어보면 실속은 없어도 꽤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해준다. 나는 하나도 못 알아듣는 이야기. 하지만 매우 독특한 느낌의 언어. 이 언어를 자유자재로 실컷 쓰며 마음껏 노는 사람들이 사뭇 신기하기도 하고..
 
기약도 없고 자신도 없지만, 올라본 적이 없는 산 앞에 서있는 산악인의 마음으로 불어 공부를 한번 해 보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