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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리밍 Nov 19. 2021

내 부모님의 찬란한 청춘 시절

_딸과 엄마의 삶을 살아가며 보이는 것들


엄마 아빠의 찬란한 청춘 시절,

그리고 딱 내 아이 때의 나(만 4세)


그때의 나와 부모님 모습을 생각하면 기분이

묘-하다.


딸로 살아가다 엄마로 살면서

엄마라는 존재가 문득문득 무겁고 부담스러울 때,

친정 집에서 발견하고 스캔해온 엄마 아빠의

젊을 때 인화 사진들을 가끔씩 꺼내보게 된다.


사진 속의 가장 기운 넘치고 가장 많이 웃던 젊은

엄마 아빠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무슨 도를 튼 사람들 인양

모든 걸 척척 알아채 주고 들어주길 바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놀랍도록 젊은 나이였던 부모님.


나 5살 때,

아빠는 서른여섯, 엄마는 서른둘

일본 유학 시절.

고통스럽고도 버팀목이 됐을 우리 세 자매

[응답하라, 1987-1990!]

큰 언니 학교 방문했을적, 저 알록달록 타이어 생각난다 ㅠ 귀여웠던 우리 ㅎㅎ


엄마는 한국에서 자식 셋을 고군분투 가정 육아

하다가 일본에 살 기회로 일찍이 우리를 기관에

맡길 수 있어 언어 공부, 취미, 사교를 마음껏

누리면서 엄마 인생에 가장 바쁘고 행복한 시간

이었을 것이다.


아빠는 대학원을 다니며 법학 공부와 일을

병행했는데 힘든 내색 없이 젊음을 무기로

주중에는 주경야독하며 주말에는 우리랑 아낌없이 추억을 만들어나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주말마다 주로 당일 온천

여행을 다니던 때이다-


일본에서 몰던 고물차 뒷좌석에서 언니들이랑

옹기종기 앉아 떠나는 여행길은 언제나 설레었고,

온천 다녀와서는 뽀송뽀송해진 얼굴로

콩가루 발린 달고나 같은 사탕을 쪽쪽

빨아먹으며 그렇게 즐거워했다.

여행 도중에는 고물차답게 트렁크 문이

자주 말썽이었는데,

양 끝쪽에 앉은 둘이서 트렁크 문고리가

열리지 않게 당기며 팔이 떨어져 나가던 경험마저

깔깔거리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돌만 굴러가도 자지러지게 웃던 그때 그 시절.


저절로 차 안에서 흘러나오던 엄마 아빠의 애창곡,

잡음 섞인 카세트테이프의 엔카(일본 트로트)가

귓가에서 맴돈다.





딸로 산다는 것,

엄마로 산다는 것-

갈팡질팡 휘청거림 속에서도

가장 용감하고 빛나는 엄마 아빠의 젊은 날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본인들의 ‘청춘’을

살아가고 있다.

아빠 칠순때, 코로나때문에 집에서 소박한 파티


어릴 적에는 큰 산 같았던 부모님의 나이를 훌쩍

넘겼어도 여전히 나 자신이 볼품없어 보일 때,

엄마 아빠의 젊은 날을 보면

현재가  인생 속에 가장 아름다운 시기임을

알아차리게  준다.


곧 불혹ㅠ 40대에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일터에서의 나'와 '내 인생의 영원한 갑인 나'를
구분하는 균형감각을 갖출 필요가 있겠다”
-어쩌다 어른


내 아이가 엄마의 젊은 날을 어떻게 기억해줄까-하며 cheer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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