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나이때와의 마주침
지난달 11월 중순에 아이와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에게는 일본 방문이 처음이고, 나는 거의 11년 만이었다.
여행 준비를 하다 보니 도쿄에 새로운 곳들이 많이 생겼고 심지어 환전한 일본 화폐 그림 속 인물도 바뀌어있었다. 새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그만큼 흘러버린 세월을 체감하게 했다.
가장 최근 일본 방문은 2014년 2월 초 짧은 출장이 마지막이었는데, 그간 다양한 이유로 갈 일을 만들지 않다 보니 1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초등학생이 된 내 아이는 부쩍 호기심이 더 많아지고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기억하는 시기가 되니, 넓은 세상을 구경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 부모님이 나에게 보여준 세상처럼, 이제부터 쌓인 기억은 두고두고 나눌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되고 마음에 새겨질 것이라 생각되니 기회만 된다면 여행 다니리라 마음먹었다.
내 아이가 전혀 기억하지 못할 19개월 때에 미서부를 간 이후로는 올해가 첫 해외여행 도전이었다.
당시 너무 어린아이와 장거리 여행은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사진만 보면 아련하다 못해 눈물이 날듯 그리운 과거가 되었다.
그리고 올해 추석즈음에 첫 번째로는 싱가포르 여행을 갈 기회가 주어졌다.
친한 친구가 모녀여행을 권해서 같이 가게 되었는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여행하니 모든 것이 수월했고, 내 아이도 다녀와서 종종 싱가포르에서의 추억을 얘기한다.
특히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하는 슈퍼트리 쇼를 보며 눈이 반짝거렸고, 그곳에서 열리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탄 작은 놀이기구와 인형 뽑기 게임이 아이는 가장 좋았던 기억이라고 한다.
혼자 여행할 때보다는 분명 아이 컨디션을 살피며 선택지가 훨씬 좁아지곤 한다. 하지만 아이의 맑은 시선에서 나도 새로움을 발견하고 같은 추억을 쌓았다는 것만으로 여행의 의미는 배가 된다.
막연하게 내가 8살 때 살던 일본을, 당시의 내 나이가 된 아이와 함께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유년기와 청소년기 시기에 두 번 일본살이를 했다. 어릴 때는 아빠의 공부로, 중학생 때에는 아빠의 주재원생활로 인해 일본 해외살이를 했었는데, 유년기 시절에 살았던 때는 딱 현재 딸의 나이 8살 여름방학 때까지 지냈었다.
그래서 나의 8살 시기와 정서를 내 딸과도 교감하고 나누고 싶었다. 일본 자체로도 여행은 즐겁지만 이런 어릴 적 서사와 추억을 직접 보여주는 일이란 설레고 행복할 것만 같았다.
속으로는 내가 어릴 적 살던 거주지와 학교의 동선을 따라가며 나의 노스탤지어를 공유하고 싶었지만 그건 아이 컨디션 조건에 따라 무리수였다. 나에게 그리움이 깃든 장소가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는 공감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지루할 것이 뻔하여 결국은 산리오 랜드의 여행이 되었다.
내가 어릴 적 추억장소는 가지 못했지만, 내가 어릴 적 살던 도시에 내 아아와 함께 와본 것만으로도 이따금씩 콧등이 시큰해졌다. 괜한 의미부여라 할지라도 나만의 추억에 잠시 혼자 도취해 있다가 이내 '아이가 즐거워할만한' 여행으로 곧 포커스를 바꿔나갔다.
디테일한 여행 장소보다도, 의미는 만들기 나름이라며 느끼기에는 충만한 여행이었다.
초등학생이 된 내 아이와 동네 탐험이 아니라, 넓은 세상 탐험을 이제 시작해보려고 한다. 꼭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지 않아도 즐거운 기억 하나, 기억될만한 찰나라도 남으면 좋을 것 같다.
새해에는 어떤 큰 세상을 함께 볼 지 여행지 쇼핑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