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시선
박사 생활을 하며 괴로운 점은 아무리 노력을 어마어마하게 들인다고 해도 결과는 거기에 비례해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를 하는 것이 독창적인 논문을 쓰기 위함인데 큰 바다에 뛰어들고 보니 거대한 파도가 매일 위협하는듯하고 하루하루가 절망과 버티기의 반복이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 것이 어렵고 오랜 싸움이 될 거라는 것도 예상했지만, 가장 힘든 지점은 자신에게 의심이 들 때일 것이다.
매일 밤을 지새우며 혼자 높은 벽에 부딪치듯 어렵게 쌓아온 시간이 매몰차게 자신을 배신하는 것만 같다. 몸과 멘탈을 갈아 넣는데 그 결과는 운도 따라야 하고, 의미가 있는지 허무함에 빠진다.
한국에 두고 온 아내가 떠오르고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이 선택한 길이어서 누구를 탓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우리는 종종 이상한 길로 잘못 들어가 헤매고, 예정에도 없던 일에 맞닥뜨린다.
가끔씩 찾아오는 작은 우연들은 모른 채 지나가기도 하지만, 기회로 감지하고 어떻게 습득하는지가 실력이 되고 그것들이 모여 소폭으로 우리를 성장시킨다.
그는 한 전공과 분야를 12년간 쌓아왔지만 새로운 세계에서 우뚝 일어서는 일은 마치 0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긴 박사 생활을 통해 본인의 한계점을 넘어선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 할 고통이 따라오지만 단 한 가지의 희망은, 분명한 성장을 경험할 거라는 믿음이다.
모든 성장은 임계점을 넘었을 때 일어난다는 것을 잘 안다. 길고 지루한 추운 겨울이 끝나고 언젠가 봄은 올 것이라는 것도.
쉽지 않은 길이 될 걸 알면서도 이 길을 선택했고, 잘 해내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잘 이끌어왔지만 무너져버린 어느 날,
딱 그날 밤까지만 속상해하기로 한다.
정신 차려보니 깊은 수면 아래로 한없이 가라앉고 있던 자신을 바닥을 딛고 수면 위로 올라가 다시 숨을 크게 들이마셔보기로 한다.
자신을 지켜보며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가족, 과정을 함께 하며 힘을 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가끔 자신을 배반하더라도 독립적인 성인으로써 걸어 나가야 하는 험난한 길이니, 내일은 다시 힘을 내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