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고통 후에 얻는 것
“큰 고비는 넘겼으니 이제 정기 진료는 졸업해도
되겠네요.”
거의 2년 통원 치료한 나에게 오늘 주치의가 해준 한마디. 연말에 큰 선물을 받은 거 같아 눈물이 왈칵- 날 뻔했다.
지속관리는 해야 하지만 급성기 재활치료가 완료되어 큰 고비는 넘겼다.
작년 초, 코로나와 함께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내 허리에 갑작스러운 적신호가 찾아왔다.
1년 넘게는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그때의 고통과 산고 중 한 가지 고통만 선택하라면 산고를 선택할 거 같다. 적어도 일시적 고통일 테니….
끔찍했던 지난 통증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지만, 이때부터 매일 내 몸을
일으켜 꾸준히 걷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내 정신과 신체를 컨트롤해나가는 법을 배웠다.
신체 고통은 분명 고독이라는 것이 뼛속 깊이
느껴지고, 무언가를 상실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반면에, 내 안의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을 미친 듯이
자극시키기도 한다.
매일 허리와 다리 통증에 시달리고 다음날 눈뜨는
것조차 두렵고 온갖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힌 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내 아이와 매일같이 출근해야 했던
이유는 내게 주어진 일과 나의 규칙적인 생활들이
자기 연민이나 안 좋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게
지탱해줬기 때문이다.
이 일로 나 자신과 주변을 크게 돌아볼 계기가
되었고, 기록이라는 것도 시작했고 브런치에
글쓰기도 이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고통이 시작 ‘점’이 되어,
걷기가 ‘선’으로 이어지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것이 ‘면’으로 연결되었다.
내 삶을 기록하는 일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로 인해 내 삶에 해상도를 높여주어 선명하게
보고 느끼게 해주는 일이다.
세상 모든 것에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고통이나
사건 사고 후에 알게 되는 한 가지 구원이 있다면,
‘사람의 몸만큼 정직한 건 없고, 사람의 마음만큼
조작 가능한 것도 없다는 것.’ 이다.
If you Nerve, Deny you
/ Go above your Nerve"
몸이 그대를 거부하면, 몸을 초월하라.
-영화 <와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