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다운 삶

Just being myself

by 스트리밍



우리의 ‘따로 또 같이 미국 살이’는 이제 생생하고도 아련한 삶의 한 조각이 되었다.

꿈을 품으며 무언가 시작할 때에는 특별한 행복감을 주지만, 막상 현실에서 링에 오르면 버티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 삶의 테두리 안에서만 살아가다가 다른 세계에 나서면 큰 벽을 만나고 크고 작은 좌절과 공허함을 느끼며 다양한 감정들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벽을 마주하는 것이 부정적이기만 하지 않고, 나라는 사람을 더욱 알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큰 재료가 되기도 한다. 그 이후에 선택한 굵직한 경험들로 인해 살고 싶은 방향성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기록

내 인생에서 의미 있는 한 시기를 기록하는 일이란 너무나 소중한 일이다.

지나고 나면 대부분은 눈으로 보인 상황들 위주로만 기억에 남는데, 기억을 끌고 와서 기록하는 과정은 그때의 감정에 다이빙해 아주 깊이 빠져드는 경험이다.

그 시간 안에 빠져들어있는 동안 많이 울고 웃으며 결국 나에게 위로와 치유가 되었다.

가장 힘든 시기를 떠올리면 마음이 차갑게 맴돌기도 하지만, 결국 지난 시간들을 흘려보내 주며 현재에 집중하게 해주는 힘을 준다.

그 시간들로 인해 나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지나온 나의 시간들은 그저 흘러간 과거가 아닌 앞으로 살아갈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해 영감을 준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도, 그 사이사이에 반짝이는 순간들도 더욱 선명히 느끼게 해 준다.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내 안에 차곡차곡 견고한 마음의 블록 같은 것이 쌓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선택, 주관적 행복

삶은 끊임없는 갈림길 앞에서 스스로에게 질문과 선택의 연속이다.

어차피 해야 할 고민이라면 앞으로는 내 마음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선택을 하고 싶다. 대부분 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고 그로 인해 대가와 책임을 철저하게 감수해야 할지라도, 내가 내 인생을 'just being myself'하며 끌고 간다는 감각은 분명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 줄 것 같다.

온전히 내 마음이 향해서 결정한 선택과 시행착오로 인해 내가 살아가고 싶은 방향, 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점점 알게 된다.

살아가면서 내 생각의 중심을 놓칠 때, 나답지 않다고 느낄 때, 마음을 비워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의미 있던 시기의 한 지점을 돌아본다면 나의 마음 상태를 알고 어떻게 챙겨야 할지 조금은 알게 될 것 같다.






마치며-

지난 시간들은 결국 ‘나다운 삶’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갈대처럼 흔들리고 마음은 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불안이 많은 나와 달리, 남편은 뿌리가 깊게 뻗은 나무처럼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미국 유학을 떠날 때에도, 얼마 전 자신의 생일날에도, 늘 노트북이 잘 보호되는 기능성 백팩 하나만 있으면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해한다.

어제는 그 백팩을 메고 첫 유학 떠났을 때와 겹치는 모습으로 설레 하며 미국으로 학회 출장을 떠났다.

그는 처음부터 흔들림 없는 말 그대로 'just being himself'였다.


그동안은 내가 오래 공부하는 남편을 기다렸다고 생각했지만, 그 반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와보니 나에게 가장 고마운 사람은 나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준 사람보다, 나를 신뢰해주며 묵묵히 기다려준 사람이었다.


19' 8월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