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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리밍 Dec 10. 2021

어쩌다 14년 차 직장인

복직 후 벌써 3년 _ 일의 의미


입사했을 당시에는 내가 회사를 10년은 다닐 수 있을까-했었는데, 어느덧 입사 후 거의 만 14년이고 복직한지는 3년이 돼가고 있다.

복직 후 3년이 되어가니 이쯤에서 직장에서의 나를 돌아보고 일의 의미도 한번 생각해보고, 앞으로 어떤 나로 일하고 싶은지 가늠해본다.


벌써 14년이라니이….

중간에 휴직한 것을 제외해도 거의 12년 동안 매일 출근을 했는데, 생각해보면 12년이란 세월은

초, 중, 고를 합친 시간이어서 어마어마한 시간임을 체감하게 된다.




나의 전공 특성상 한 직군에서만, 어쩌다 한 회사에서 외길과 같은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나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8년 봄, 대학 졸업 후 취업 재수 끝에 입사가

확정됐을 때에는 마치 큰 꿈이라도 이룬 듯 기뻐했었고, 첫 출근일에는 한껏 기대에 부푼 채 씩씩하게도 입사 신고식을 했던 게 생각난다.

얼마전 동기가 보내준 신입 연수기간 제주도 한라산에서 찍은 인증샷. 추억의 OO holicㅎㅎㅎ

한 달의 신입 연수를 다녀온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현업에 투입되었는데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녹록지 않았다.

여성 비율이 압도적인 부서에서는 실수에 관대하지 않은 분위기였고, 일 못하는 티를 감추려 할수록 더 부끄러운 일들이 생겨서 수치심에, 때로는 부당함에 분노를 느끼며 비상 계단실에서 몰래 운 적도 많았다.

현실에 맞닥뜨리며 자신감이 한없이 추락했다가,

누구나 처음 하는 일들은 서툴고 현재의 설움이 다 미래에 잘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서로를 토닥여주는 동기들이 큰 의지가 됐었다. 신입 때에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것도, 거대한 조직에서 나의

의지처럼 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한 것이고 그걸 알아가는 과정이다.


업무의 전반적인 것들을 경험하고 능숙해지기까지는 3년 정도 걸린 거 같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흔히 말하는 슬럼프와 번아웃이 찾아왔다. 그 시기에 많은 동료들이 하나둘씩 유학, 이직, 사업 등의 이유로 회사를 떠났는데 나만 다음 목표가 없는 느낌이 들 때에는 무력감이 찾아왔다. 종종 찾아오는 이런 시기는 내 자리에서 내 일에 다시 집중하고 꿋꿋이 잘 해내고 있다고 느낄 때 회복됐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일 외에 즐기는 취미생활도 하고, 연애도 하고, 그리고 결혼이라는 큰 변화를 겪으며 일과 내 삶의 균형이 자리를 잡아나갔다.


또 한 번의 아주 큰 변화는 또 다른 가족이 생기면 서인데, 책임질 아이가 생기면서는 일이라는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워킹맘의 길을 선택했으면 어떻게든 이 두 역할의 균형은 찾아야 하는데 일과 육아를 저글링 하는 일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치는 순간이 너무도 많다.

일터에서는 점점 더 중요한 일들을 해내야 하는데 정해진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써야 하고

무엇보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에 내 선택에 대한 자괴감이 밀려온다.

한정된 나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내 삶의 우선순위를 챙기다 보면 일터에서의 나, 엄마, 아내 등 나의 많은 역할도 각자 ‘나름의 충족’이라는 기준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안정을 찾아간다.

어떤 일이든 멈추지만 않으면 언젠가 나아지고
무엇보다 내 안에 시끄러운 것들이 차츰 질서가 생긴다.

그것은 나를 그 상황에 집어넣어 끈질기게 탐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제자리걸음인 것 같고 반복되는 일들이 저주라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때로는 나아가는 것보다  자리를 지키며 유지하는 ‘꾸준함’이  중요하고 어려운 일임은 점점 깨닫게 된다.

지금의 안정은 지난날 얼마나 치열하게 쌓아온 것들인 지를 돌아보면서.




20대에는 직장이라는 생태계를 이해하고 나 스스로를 온전히 건사할 줄 알게 되는 때라면

30대에는 여러 변화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나와

가정까지 챙기며 크게 성장하는 시기,

그리고 곧 다가올 40대.

타인에 의해 혹은 여럿 능력 있는 후배들의 출현으로 위기감이 오고 현역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에게도 그동안의 쌓인 대체 불가한 무언가가 있음을 확신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야지 싶다.

미래를 당겨 불안해하기보다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감사하고, 즐거움을 느끼고, 지금 나의 리더 직책에 충실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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