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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리밍 Dec 22. 2021

그녀의 묵직한 한마디

2021년 온라인 송년 모임


회사에서 한 해의 리뷰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올해 연말쯤에는 그래도 한 번은 큰 홀에서라도 마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40여 명의 우리 부서가 한 장소에서 모이기가 쉽지 않고, 여전히 거리두기와 마스크 생활을 하고 있고 있는 상황이라

온라인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을 가졌다.

내 자리에서 온라인 모임 풍경

한 해 동안의 잘한 점 아쉬운 점, 그리고 수고했다는 이런저런 이야기.

그리고 전무님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남았다.


전무님에게는 올해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 그녀의 남편은 같은 회사, 사내 부부 임원으로 나도 아주 오래전 같이 일을 해본 분인데 얼마 전 상갓집에서 검은 액자 속 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의 사진 앞에 11살 아들이 아빠에게 쓴 편지가 놓여있었는데, 첫 몇 글자를 보고 나도 모르게 수도꼭지가 터지고 말았다.


49제를 마치고 온 그녀는 다시 예전처럼 복귀하여 일을 하고 있다.

모든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에서 견디기 힘들겠지만 아직 어린 아들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지난 일들을 버텨내기 위해서라도 순간순간을 이겨내며 일하고 있을 것 같다.

배우자를 보낸 후의 심정은 감히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오늘도 출근했고 우리 부서 책임자로서 다 모인 자리에서 덤덤하게 이런저런 말을 건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신은 멀쩡해 보여도 아직 내면은 그렇지 않다며 그동안의 자신을 돌아본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가 되지 않을 것들을 떠올리며 일에 몰입하고, 특히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랑을 표현하자는 이야기.


짧고 아주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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