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 10주년
어느덧 결혼 생활을 한 지 10년이 흘렀고, 어제가 결혼기념일 10주년이었다.
느낌으로는 5-6년쯤 된 거 같은데 세월이 참 빠르게도 흘렀다.
작년만 해도 결혼기념일 10주년에는 신혼여행지였던 스페인을 아이와 함께 다시 방문하거나, 하와이도 좋겠다며 해외여행 계획을 했었는데 1년 사이에 우리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이직한 지 얼마 안 되어 분주하고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가 없고, 대학에 근무하는 남편은 그 사이 모두 대면 수업으로 바뀌고 할 일들이 늘어서 학기 중에는 꼼짝 못 하는 상황이 되었다.
엔데믹이 되어도 우리에게 시간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내년을 기약해 보며 한강이 훤히 보여 뷰 좋은 식당을 예약해서 와인과 음식을 즐겼다.
기념일을 맞이해서 우리의 지난 10년을 소회 하듯 꺼내보았다.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와 사건들을 곱씹어 보기도 하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보나 싶은 결혼식과 신혼여행 사진들을 보며 지금보다 젊은 시절을 잠시 추억했다. 정신없이 현실만을 사는 틈새에 이런 대화를 하니 또다시 중요한 것에 다시 초점을 두게 되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과거의 구체적인 괴로움은 어렴풋해지고 미화된다는 말처럼 지나고나야지 그때가 좋았구나- 하며 뒤늦게 곱씹게 되는 날들이 참 많다.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 전환점은 남편이 선택한 ‘유학’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는 젊고 용감했고, 그 선택으로 인해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얼마 전 내가 좋아하는 한 작가의 강연을 들은 말 중에 ‘퇴로 끊기‘라는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다.
인생의 새로운 문을 열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조건이 결단한 것에 완전히 집중하기 위해 ‘퇴로를 끊어버리는 것'이라고 한 부분이었다.
지금보다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가까운 사람들의 미움 혹은 비난을 받더라도 그만큼 자신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그것에 몰입해 버리는 것, 그래야 그 선택에 혼란스럽지 않기 때문에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남편의 퇴로 끊기로 인해 나에게도 자연스럽게 몇 번의 선택이 주어졌었다.
남편이 공부하는 곳으로 따라나서는 선택, 아이와 한국으로 복귀하는 선택 등, 돌아보면 그 치열한 고민들로 인해 나의 중요한 것들이 선명해진 계기가 되었다.
근래에는 내가 최근에 한 선택으로 인해 많이 혼란스럽고 속이 시끄러웠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이게 맞나?’하며 나를 의심하고 비교하는 시간 속에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나의 모습은 불쑥 나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했다.
그런데 그동안의 밀린 감정들과 오늘의 생각을 적고 보니, 이 불안은 내가 늘 경험했던 것들이다.
결국, 내 삶에서 중요한 것에 다가가기 위한 걸음이라는 것이리라- 생각이 드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나에게 중요한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정과 기분을 새기기 위해,
나답게 살기 위해서,
나를 돌아보고 나의 감정을 매만지는 시간, 나의 귀한 기념일날에 소회 하듯 돌아보며 일기를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