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이를 돌보아 줄 사람을 찾습니다.

2021학년도 1학년 4반을 만나다

by 임승하

남편이 토요일 하루 종일 일정이 있었다. 17개월 남아쌍둥이를 혼자 보는 일은 쉽지 않아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여기저기 연락을 넣어봤지만 다들 어렵다는 답을 보내왔다. 갑작스럽게 보낸 쪽지이기 때문에 긍정의 답을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다들 거절의 의사를 밝히니 난감했다.


남편과 가족회의를 열어(가족은 남편과 나 둘) 사람을 쓸까, 도우미를 구할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졸업생들 중에 유아교육과에 간 학생들이나 아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쓰면 어떻겠느냐고 남편이 제안했다. 이는 우리 둘 다 고등학교 교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어떻게 그래." 하고 대답했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일당을 주고 아기들을 함께 돌보고 학생이던 때의 이야기도 같이 나누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2021년도 1학년 4반 단톡방을 열었다. 3년이 지났지만 아직 단톡방을 나간 학생은 딱 한 명뿐이었다.


조심스럽게 "공지사항"을 띄웠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답을 기다렸는데, 문득 아무도 답장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스쳤다. 조금 민망할 것 같기도 하고 멋쩍을 것 같기도 하여 재빨리 관심 있는 학생들은 개인카톡을 보내라고 했다. 개인카톡은 오든 안 오든 다른 학생들이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자존심 절대 지켜)


글 아래 하트들이 붙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트만 붙고 오겠다는 카톡을 보내는 학생은 없었다.

남편에게 큰일 났다고, 아이들이 아무도 오겠다는 말을 안 한다고, 조금 부끄럽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한 학생에게 답이 왔다.


너무 오고 싶은데 하필 김장날이라 올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선생님 카톡으로 아기들의 성장을 잘 지켜보고 있고 다음에 다시 기회가 된다면 그땐 꼭 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선생님 사랑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결국 온다는 학생은 없었고 공지사항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임신, 출산, 육아로 담임을 안 한 지 3년이 흘렀는데 오랜만에 아이들과 연락을 하니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2021년, 학교를 옮기고 처음 맡은 담임이었는데 학생들도 너무 착하고 또 나를 잘 따라주어서 즐겁게 1년을 보냈었다. 그 아이들이 벌써 스무 살이다.


어찌 보면 교사란, 사회의 다양한 직종에서 꿈을 펼칠 아이들을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우연히 만나 3년 동안 함께 지내는 일이다. 아이들은 나 말고도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날 것이고 우린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며 그 시간들을 채워갈 것이다. 아직 발아하지 않은 씨앗이다.


2021년에는 매일같이 얼굴을 봤지만 이제 2021학년도 1학년 4반 학생들은 제각기 흩어져 각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너희를 품을 수 있는 이 3년이란 시간 동안 맑은 물을 먹을 수 있는, 밝은 햇살을 쬘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는 일이겠구나 생각해 본다.


2024년 또 1학년을 가르치고 있는 나는 아이들이 어제와 다르게 보인다.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유한함을 문득 알아채서일까? 너희들에게 재밌는 판을 많이 깔아줘야지 다짐하며 다음 수업시간엔 우리만의 시상식을 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