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 일단 입고 출발해

몰입해

by 최승호

몰입이란 무엇일까? 어떤 일에 깊이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집중하는 상태를 말한다.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로지 그 일에만 집중하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몰입이 쉬웠다. 좋아하는 게임을 하거나, 재미있는 만화를 볼 때면 밥 먹으라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몰입하기가 어려워진다. 신경 쓸 일이 많아지고,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가장 큰 방해 요소다. 책을 읽다가도, 글을 쓰다가도, 운동을 하다가도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싶어진다. 누가 연락했는지, 무슨 뉴스가 올라왔는지, SNS에 무슨 글이 올라왔는지. 이런 것들이 계속 신경 쓰인다.


몰입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달리기를 하면서였다. 처음에는 달릴 때 음악을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어폰을 깜빡하고 나왔다.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듣지 않고 달렸는데, 그날의 달리기가 달랐다. 발걸음 소리, 숨소리, 바람 소리에 집중하니 달리기 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다.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후로는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듣지 않고 달린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두고, 알림을 모두 끄고, 오로지 글쓰기에만 집중한다. 처음 10분 정도는 힘들다. 자꾸 딴생각이 나고,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시간을 넘기면 몰입 상태에 들어간다. 몰입 상태에서 쓴 글과 그렇지 않을 때 쓴 글은 확연히 다르다. 몰입해서 쓴 글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진정성이 담긴다. 반면 집중하지 못하고 쓴 글은 어딘가 어색하고 공허하다. 이제는 스마트폰 전원을 꺼버린다.


책을 읽을 때도 몰입이 필요하다. 한 줄 읽고 스마트폰 보고, 또 한 줄 읽고 다른 생각을 하면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책장만 넘기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몰입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나의 경우는 거실 테이블이 그런 공간이다. 아이들이 자고 난 후, 조용한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가장 잘 몰입된다.


시간대도 중요하다. 사람마다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가 다르다. 나는 새벽이나 늦은 밤이 집중이 잘 된다.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가끔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할 때의 몰입감도 좋다. 몰입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같은 한 시간이라도 몰입해서 보낸 한 시간과 산만하게 보낸 한 시간은 전혀 다르다. 몰입한 한 시간은 세 시간, 네 시간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몰입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걱정거리가 있을 때는 몰입하기 어렵다. 그럴 때는 억지로 하지 않는다.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쉬는 것도 필요하다. 몰입은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깊이 몰입하기는 어렵다. 짧은 시간부터 시작해서 점점 늘려가는 것이 좋다. 10분, 20분, 30분 이렇게 조금씩 늘려간다.


결국 몰입은 선택이다. 산만하게 많은 것을 하면서 살 것인가, 집중해서 깊이 있게 살 것인가.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무언가에 몰입하려면 주변 환경을 단순하게 세팅해야 한다. 현재 내 삶이 복잡하다면 시간을 내어 정리를 할 필요가 있겠다. 존 보글의 'Simple is Best'마인드를 투자 세계에서 뿐 아니라 내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최소한으로 단순하게, 최대한으로 몰입한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