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내서 회복해야지

기회지

by 최승호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까? 아니면 스스로 노력해서 기회를 창출한다고 하는 게 맞을까? 그런데 가만히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결코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처음에는 미숙하고 잘하지 못해도 뭐라도 시작하고 시도해봐야 한다. 일단 뭐라도 해봐야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기회’를 ‘우연한 기회’로 착각하여 ‘나한테 큰 기회 딱 한 번만 오면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제대로 된 기회를 창출해보지 않은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삶과 운명을 그저 운에 맡기려고만 한다.


나는 8세 아들, 6세 딸에게 예전부터 말했다. ‘이 세상에 절대로 공짜는 없다’고. ‘공짜가 있다면 그건 엄마, 아빠가 가온이, 라온이를 사랑하는 마음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세상에 아무런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말한다.


줄넘기를 하면서 줄에 수십 수백 번 걸려봐야 줄넘기 실력이 늘고, 바둑이나 체스도 끊임없는 수 싸움을 통해 실력이 향상된다. 모든 것이 그렇다.


오늘 아들과 함께 사흘 뒤 있을 포켓몬런 4킬로미터 대회를 대비하여 1.3킬로미터를 달렸다. 아들은 지난번에 오버페이스를 경험한 바 있어서 오늘도 시작과 동시에 오버페이스를 할 것 같았다. 내가 옆에서 계속 이야기해 주었다.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빨리 달릴 필요 없어. 그럼 금방 지치게 돼. 아빠랑 손잡고 천천히 거의 걷다시피 시작하면 돼.”


그렇게 아들과 둘이 손을 잡고 75미터쯤 되는 작은 트랙을 돌았다. 10바퀴 정도 돌자 서서히 속력을 내기 시작하는 아들. 그렇게 1킬로미터를 채우자 아들이 말했다.


“아빠, 1킬로미터 뛰어지네. 근데 힘드니까 조금만 걸어도 돼?”


“힘들면 걸어도 돼. 일단 멈추지만 않으면 돼. 옆구리나 배 아프면 더 천천히 걸어도 돼. 1킬로미터 금방이지?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대로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져. 신기하지?”


“나도 알아.”


내일은 2킬로미터, 내일모레는 3킬로미터를 함께 달리고, 토요일 포켓몬런 당일에는 4킬로미터를 달리기로 했다.


“아들, 근데 토요일에 하는 포켓몬런 4킬로미터는 오늘처럼 계속 안 뛰어도 돼. 이벤트 마라톤이라서 아빠랑 같이 포켓몬고 켜놓고 포켓몬들 잡으면서 달려도 될걸?”


아들과 아빠의 마음은 이미 제주도에서 개최될 포켓몬런에 빠져있었다.


추석 연휴에도 아들과 하루도 빠짐없이 놀이터에 나와 줄넘기, 축구, 오늘은 달리기까지 함께 했다. 아빠로서 늘 감사한 순간이다. 매일 저녁 아들과 함께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아들과 더 가까워지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빠, 달리기 하고 더우니까 엄마랑 라온이 거까지 아이스크림 사 가면 안 돼?”


“땀 흘리고 먹는 아이스크림 최고지. 가자.”


오늘도 기특한 아들과 하루의 마무리를 행복하게 끝마쳤다. 집에 오니 딸이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아빠, 씻겨줘. 기다리고 있었어”라며 안긴다. 기특한 아들과는 또 다른 느낌의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이다. “아빠, 양치도 해주고, 책도 읽어줄 거지?“라며 눈웃음을 날린다. 딸의 눈웃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나는 딸의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있었다.


아직 어린 딸과의 이런 소소한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아빠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다. 이마저도 어쩌면 나에게는 소통의 기회이다.


오늘도 아침 기상부터 취침까지 아이들과 하루 종일 함께 했다. 모든 순간이 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기회들 놓치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마무리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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