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는 소리 들을래

미래

by 최승호

서른을 넘기고,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 나는 문득 깨달았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무언가에 빠져봐야 한다는 것을. 미쳐봐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선택했다. 글쓰기, 달리기, 독서. 누군가에게는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이것들에 온전히 빠져들기로.


아침 다섯 시, 아직 가족들이 잠든 시간에 일어나 러닝화 끈을 묶는다. 동네를 한 바퀴, 두 바퀴 도는 동안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를 채운다. 처음에는 1킬로미터도 힘겨웠는데, 이제는 5킬로미터를 거뜬히 뛴다. 숨이 차오르는 그 순간,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확인한다.


퇴근 후, 아이들을 재운 뒤 책상 앞에 앉는다. 노트북을 열고 하루를 기록한다. 처음에는 몇 줄 쓰는 것도 어색했다.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쓰다 보니, 어느새 천 자, 이천 자가 술술 흘러나온다. 아직도 매일 흘러나오는 수준은 아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비로소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그리고 책.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던 내가, 이제는 한 달에 네 권에서 다섯 권을 읽는다.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잠들기 전 삼십 분. 쪼개고 쪼갠 시간들을 모아 페이지를 넘긴다. 책 속에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생각과 경험이 나의 세계를 확장시킨다.


주변에서는 말한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사냐”, “좀 쉬면서 살지”,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 이해한다.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노후가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에,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데, 굳이 새벽에 일어나 달리고, 밤늦게까지 글을 쓰고, 틈만 나면 책을 읽는 내가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미쳤다고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 이 시간들이 무엇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3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나를 그려본다. 수백 권의 책을 읽고, 수천 킬로미터를 달리고, 수만 자의 글을 쓴 내 모습을. 그것은 단순히 숫자,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단련된 의지, 확장된 시야, 깊어진 사색. 그것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놓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무엇보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새벽에 달리고 돌아온 나를 맞이하는 아내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처음에는 걱정 어린 시선이었다면, 이제는 응원과 존중이 담겨 있다. 책상 앞에 앉은 아빠를 보며 아이들이 묻는다. “아빠 뭐 해?” “공부해.” “나도 같이 할래.” 그렇게 아이들도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린다.


나의 변화가 가족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내가 무언가에 몰두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집중하는 법을, 아내에게는 각자의 꿈을 응원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이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뛴다.


3년 후, 아이들이 더 자라서 아빠가 쓴 글을 읽게 될 것이다. 5년 후, 가족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10년 후, 우리 가족만의 작은 서재가 생겨, 각자가 좋아하는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다. 그 미래가 궁금하다. 설렌다. 글을 쓰면서 방금 아이들과 이야기를 했다. "당장 내년부터 우리 가족 다 함께 5km, 10km 마라톤 대회에 나가자!"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함께하는 순간이 소중할 뿐이다.


물론 지금은 힘들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글을 쓰는 것도, 졸린 눈을 비비며 책장을 넘기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 힘듦이 미래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미쳤다는 소리를 듣고자 한다. 지금 조금 이상해 보이더라도, 나와 내 가족의 밝은 미래를 위해 이것저것 해보려 한다. 실패할 수도 있다.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게 낫다.


왜냐하면, 미쳤다는 말속에 미래가 있으니까. 지금 이 순간의 미친 열정이, 내일의 나를, 우리 가족을 만들어갈 테니까. 한 살이라도 젊은 지금, 나는 기꺼이 무언가에 빠지고 미쳐보려 한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미래다.


“미쳤다는 소리 들을래.” 이제 이 말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자랑스럽다. 나는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달리고, 글을 쓰고, 책을 읽을 것이다. 우리 가족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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