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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호 Feb 16. 2024

낮말은 샘이 듣고, 밤말은 쟤가 듣는다.

학교전담경찰관은 밤낮으로 듣는다.

'어떻게 아셨어요?' 위기청소년들에게 흔히 듣는 말이다.


본인들이 직접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음주 및 흡연 등 비행 행위를 실시간으로 게시해 놓고는 어떻게 알았냐며 신기해한다. SPO는 한술 더 떠 "너 지금 OO공원에서 A랑 B랑 같이 있지. 얼른 집에 들어가." SPO는 위기청소년들과 SNS상 친구 맺기를 통해 평일 야간, 휴일 구분 없이 24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보호자들이 자녀들의 카카오톡채팅방 검사를 통해 사이버언어폭력, 집단 따돌림 사안 등을 확인하였다. 아이들은 이를 피하고자 페이스북메신저('페메') 단체채팅방을 이용하면서 보호자가 카카오톡 검사를 할 때면 '나는 결백하오'를 보여주듯 떳떳하게 스마트폰을 건넨다. 이제는 페메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채팅을 하기도 한다. 위기청소년들의 SNS상 대화 기법을 보면 10대 청소년 간 대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욕설이 난무하고, 음란한 사진, 영상을 서로 웃으며 주고받는 등 보호자가 직접 보면 놀라서 쓰러질 수 도 있을 정도의 수위이다.

앞서 언급한 '가정 내 동반 흡연 문화'는 사실 아직 문화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으나, 온라인 플랫폼상 '쇼츠'(shorts) 문화의 확산으로 하루종일 유튜브 시청, 인스타그램 '릴스' 등을 보며 자극적이고, 음란한 내용들을 친구들에게 공유한다. 심지어 영상을 직접 따라 하는 콘텐츠를 촬영하는 등 '모방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상대방 몰래하는 비밀은 있을 수 없다. 정보를 공유하는 아이는 어떻게든 자신의 정보를 신속하게 널리 퍼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자신의 빠른 정보 전달 행위 자체에 희열을 느끼는 등 주변 친구들의 제보로 덜미를 잡힌다. 꼬리가 길면 언제나 잡히는 법이다.

평일 오전, 오후에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고, 평일 저녁, 휴일에는 SNS상에서 동네 선, 후배 및 동급생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다. 또한, SPO는 학교 관계자, 다른 청소년들과 24시간 소통하며 청소년 범죄 첩보를 입수하여 가. 피해 관련학생 대상 적극적인 선도, 보호 조치를 실시한다.

SPO가 진행하는 적극적인 선도 조치 중 경찰서에서 실시하는 '선도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선도 조치 중 하나이다. 아쉽게도 선도프로그램 이수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경찰서 선도프로그램 필수 이수 대상자는 '선도심사위원회'에서 '훈방' 결정을 받은 대상자 뿐이다. 대상자는 '훈방'을 조건으로 10시간 선도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만약 선도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으면 '재입건'이 가능하다. 선도프로그램의 종류는 전국 경찰서마다 다르다. 전문 상담 기관인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및 청소년 관련 단체에 연계하여 집단. 개인 상담 등 전문 상담을 실시하거나 경찰서에 직접 전문 미술치료사 등 외부강사를 초빙해서 죄종. 연령별 맞춤형 선도 조치를 실시한다.

선도 대상자는 5일 간 2시간씩 선도프로그램을 받고 10시간을 이수하면 학교전담경찰관이 대상자의 교육 이수 태도, 재비행 가능성, 앞으로의 선도 방향 등에 대한 결과통보서를 받는다. SPO는 대상자의 결과통보서를 활용하여 사후모니터링을 실시한다. 그 이유는 SPO-위기청소년 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대상자의 재발 방지와 주변 또래들의 범죄 예방을 위해서이다. 이렇게 SPO-위기청소년 간 '라포'가 형성되면 관내 혹은 담당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등 각종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첩보를 신속하게 입수할 수 있다.

112, 117 상담, 신고 전에 먼저 청소년 범죄 사안을 인지한 SPO는 SNS 등 직접 연락을 통해 사건 접수 전 가. 피해 학생 대상 초동 조치를 실시한다. 퇴근 후 늦은 밤 SNS상에서 학교폭력 사안 관련 스토리를 확인 후 자체적으로 신고 및 사건 접수되지 않게 조치를 취한 적이 많다. SPO를 오래 하다 보면 가. 피해학생들을 모두 아는 경우가 가장 수월하다. 또한, SPO가 보호자들과도 이전부터 알고 있는 경우라면 더 수월하다. 이럴 경우엔 관련학생, 보호자에게 동의를 받은 후 '회복적 경찰활동'을 진행하여 관련학생 간 관계 회복 등 재발 방지 약속을 받는다. 이후 관련학생에 대한 사후모니터링 또한 SPO가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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