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이면 한창 일을 해야 할 시기라는데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서 동시에 아빠인 내가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아마도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1순위가 '경제적 여건'일 것 같다. 나부터 그랬다. 육아휴직 3개월 차에 접어들었는데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큰일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주변 지인들 중 육아휴직을 고민하거나 준비 중인 아빠들이 물어본다. "육아휴직하면 월급 실수령액이 얼마나 들어와? 먹고살만해?"라고 물으면 나는 "출퇴근 기름값, 점심 식사 비용, 출퇴근 시간 비용 따지면 먹고살만해요."라고 답한다.
정말 그렇다. 사람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아내가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 등교, 어린이집 등원을 시키고 나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거실 테이블에 앉아 있는다. 침대나 소파에 눕지도 않는다. 휴대폰 연락이야 직장을 다닐 때에도 술을 못 마시니 연락이 많이 오지 않았다. 대화하는 것도 가까운 지인들 말고는 즐겨하지 않다 보니 3개월 간의 내 삶에 대만족 하고 있다.
특히, 10년 간 부지런히 일을 하면서 아침 시간이 유난히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알람 없는 아침'이 정말 좋다. 노화 방지를 위해 하루에 6시간 30분 정도는 자야 하는데 출근할 때에는 6시 전에 일어나서 아파트 헬스장에 가서 부랴부랴 1시간 내외로 운동을 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면 지금은 아이들과 푹 잔다. 아이가 있는 보호자라면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기상 직전 비몽사몽할 때 양 옆에 아이들을 팔베개를 하고 입맞춤을 하면 '씨익' 웃는다. 그 모습을 보면 팔 좀 찌릿찌릿 저리면 어떠하리 현재 느끼는 이 행복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내가 아침마다 느끼는 육아휴직의 매력은 지금 당장은 경제적인 여유는 조금 없더라도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적 여유가 넘친다.
아들 : 아빠, 지금 몇 시야?
나 : 지금 7시 10분, 여유 있어.
아들 : 그럼 포켓몬스플렌더 한판 할 수 있겠네?
나 : 응 지금 거실로 나오면 한판하고 갈 수 있지. 사과랑 요거트 먹으면서 하자.
딸 : (보드게임하는 아빠 품에 안기며 꼭 한마디 한다) 아빠는 못생겼는데 따뜻해
나 : 딸랑구 옆에 거울 보고 와봐, 아빠 닮았어
딸 : (극구 부인하며) 아니야. 나 엄마 닮았어
(30분 뒤)
아들 : 아직도 8시가 아니네~ 아빠, 푸시팝 대결하자
나 : 그럼 옷 갈아입고, 세수하고 양치까지 다하고 푸시팝하고 학교 가자
오늘 아침 대화인데, 아침 등교 전 우리 집의 오전 루틴이다. 나 홀로 테이블에 앉아 종종 이런저런 생각들을 한다. 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죽을 때까지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건가?'라는 의문과 '지금처럼 여유로운 일상 시스템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단기간 안에 되는 것도 아니고, 나 혼자 하고 싶다고 이루는 부분도 아니다. 늘 아내와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한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실행하면 막막하고 막연한 꿈이 아내와 소통하고 함께하면서 하나씩 이뤄내는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
육아휴직 자체도 10년 간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었다. 육아휴직을 고민하던 나에게 아내는 "신랑이 육아휴직 하고 싶으면 해"라고 말해주었다. 이 한마디가 어찌나 든든하던지, 아이들 등교시키고 하루 종일 누워서 스마트폰만 시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준 것 자체가 고마웠다.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아니 스스로 발전하고자 개인 시간에 수영, 러닝, 독서 등을 하고, 육아휴직 취지에 걸맞게 아이들 픽업 후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고 있다. 당연한 것을 되게 생색내고 있다. 생색도 나름 자기표현 시대에서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들 : (태권도 하원하자마자) 아빠, 저녁 먹고 바로 6시에 놀이터 가야 돼. 친구하고 약속했어.
나 : 응 집 가서 밥만 잘 먹으면 6시에 충분히 나가지.
아들 : 그냥 더우니까 7시에 나갈까?
나 : 어제처럼 7시에 나가면 1시간 밖에 못 노니까 6시 30분에 나가자
아들 : 엄마는?
나 : 엄마 퇴근하고 집 오면 엄마 거 밥 차려주고 우리는 놀이터에 가서 놀고 오자
딸 : 나는 오늘 놀이터 안 가고 엄마랑 색칠놀이할래
나 : 그럼 라온이는 엄마랑 집에 있고, 가온이는 아빠랑 놀이터에 다녀오면 되겠다.
계속 생각을 해봐도 평일 루틴이 참 단조롭게 시스템화되어 있다. 아침 기상 - 간단한 아침 식사하면서 보드게임 - 학교 등교, 어린이집 등원 - 독서, 글쓰기(필사) - 수영 - 점심 식사 - 헬스장(웨이트) - 아이들 픽업 - 저녁 식사 - 놀이터, 보드게임 - 잠자리 독서 - 러닝 - 취침 루틴이다. 하루에 수영, 웨이트, 러닝 3종목을 다하는 날은 확실히 피곤하다. 가급적 2종목 위주로 한다. 이번 6월은 대부분 오전 수영, 저녁 러닝 위주로 해봤다. 중간에 주 1회 축구 혹은 풋살을 했다. 육아휴직 기간에 부상을 당하면 안 되기 때문에 몸을 사려가며 최대한 열심히 한다.
현재 루틴에서 올해가 가기 전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 '에세이' 출간이다. 그래서 지금 졸린 눈 비벼가며 쓰고 있다. 육아휴직을 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어떻게든 읽고, 쓰기를 반복하고 있다. 일정이 바쁜 날은 에세이 쓰기보다는 필사 위주로 진행하는데 초보 작가인 나로서는 필사도 큰 도움이 된다. 오늘도 아이들 덕분에 글을 썼다. 내일도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