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열정'이라는 희나리

결핍이라는 심지

by JuPD

결핍은 ‘내면의 열정’이라는 장작에 처음 불을 붙이는 심지다.

얼마나 자주, 얼마나 강하게, 알마나 오랫동안!

오늘도 나의 희나리 같은 열정에 불을 붙이기 위해 심지를 꺼내 든다.




결핍은 ‘내면의 열정’이라는 장작에 처음 불을 붙이는 심지다. 얼마나 자주, 얼마나 강하게, 얼마나 오랫동안 타오르게 할 것인가.


오늘도 나는 희나리 같은 나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기 위해 조심스레 심지를 꺼내 든다. 마치 오래된 난로 앞에 앉아, 젖은 장작과 마른 장작을 골라 쌓는 사람처럼.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결핍의 순간이 온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재능이 없어서, 주변의 응원이 없어서. 겉으로 드러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 한 문장으로 수렴된다.


“지금 이대로는 부족하다.”


예전에는 이 문장을 들으면 그저 초라해졌다. 부족하다는 사실은 곧 나의 실패, 나의 패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었다. 애써 못 본 척하고, 다른 탓을 하며,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삶에서 가장 크게 방향이 휘어진 순간은 언제나 그 “부족함”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찾아왔다. 도망치지 않고, 변명하지 않고, “그래, 나는 지금 이 부분이 비어 있다”라고 인정했을 때.


결핍은 사실 나를 판단하는 저울이 아니라, 어디를 더 채워야 할지 알려주는 지도에 가깝다. 불편해서 그렇지, 잔인해서 그렇지, 의외로 결핍은 꽤나 정확한 안내자다.


문제는 결핍 그 자체가 아니다. 결핍을 대하는 나의 태도다.


어떤 사람은 결핍을 발견하는 순간, “역시 난 안 돼”라며 스스로에게 불을 꺼버린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이렇게 중얼거린다. “좋아, 그럼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까?”


나는 후자의 태도를 갖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핍 앞에서 주저앉는 습관을 버리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한 번 다짐하면 모든 게 달라질 줄 알았지만, 현실은 늘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변했다.


그래서 이제는 다짐을 거창하게 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작은 의식을 반복하듯 수행하려 한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내 안의 희나리 같은 열정을 떠올리는 시간. 아직 제대로 타오르지 못한, 얇고 마른 작은 나뭇가지 한 줌. 그 옆에 오늘 내가 꺼낸 심지 하나를 살며시 올려두는 상상을 한다.


“지금 이 10분이, 오늘의 심지다.”


새로운 공부를 위한 10분, 글 한 줄을 더 쓰기 위한 10분, 기획안을 다듬기 위한 10분, 혹은 그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10분.


이 10분이 쌓여 어느 날 문득, 불씨가 장작을 제대로 붙잡고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 순간까지는, 지루할 만큼 느린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종종 뜨거운 열정만을 열정이라고 부른다. 밤을 새워 몰입하고, 모든 걸 던져 쏟아붓는 상태. 하지만 진짜 열정은 그렇게 화려한 모습만 하고 있지 않다.


진짜 열정은, 이미 타버린 재를 정리하고 다음번을 위해 장작을 다시 쌓는 그 작은 수고 속에 있다. “오늘은 안 되는 날이네”라고 말하면서도 내일 또 한 번 시도해 보겠다는 마음.


결핍은 이 “다음번”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료다. 만족보다, 성공보다, 인정보다 조금 더 오래 남는 감정.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는 감각이 우리를 다시 길 위에 세운다.


물론 결핍은 다루기 쉬운 감정이 아니다. 잘못 다루면 열정이 아니라 열패감을 만든다. 그래서 결핍을 대할 때, 나는 세 가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첫째, 이 결핍은 정말 ‘나’의 것인가. 남과 비교하다가 생긴 가짜 결핍은 아무리 채워도 계속 허기지다.


둘째, 이 결핍을 메우면 나는 조금 더 ‘나답게’ 살 수 있는가.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결핍인지 확인한다.


셋째, 지금의 나에게 감당 가능한 속도인가. 한 번에 모든 걸 바꾸려 하면 심지는 타기 전에 부러지고 만다. 오늘의 나에게 맞는 작은 단위로 잘게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


이 질문들을 통과한 결핍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적이 아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내일의 나를 끌어당기는 자석이 된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결핍은 ‘내면의 열정’이라는 장작에 처음 불을 붙이는 심지가 된다.


얼마나 자주, 얼마나 강하게, 얼마나 오랫동안.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다만 나는 이렇게 정리해 본다.


“매일, 내가 버리지 않을 수 있을 만큼만.
그러나 어제보다 아주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오래.”


오늘도 나의 희나리 같은 열정에 불을 붙이기 위해 나는 다시 심지를 꺼내 든다.


거창한 결심은 없다. 대신 아주 작은 10분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10분들이 모여 언젠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삶을 따뜻하게 덥히는 큰 불꽃이 될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