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로 돌아보는 블록체인 기술의 이중의지

암호화폐는 과연 자본주의의 뱀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

by Ju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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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크립토씬에 엄청난 사건이 터졌다. 바로 ‘테라·루나 사태’로 불리는 사건이다. 테라폼랩스(대표 권도형)의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Terra / UST)와 거버넌스·스테이킹 토큰인 루나(LUNA)가 폭락하며 전 세계 크립토 시장에 엄청난 악영향을 주었다. 이번 사태로 일반 대중이나 코인 투자자들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트라우마 수준의 불신을 갖게 되었다.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국시간 5월 28일 오후 3시부터 테라2.0은 새 LUNA(테라)와 함께 정식 출시되었다. 테라2.0은 하드포크 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체인으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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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2.0은 지난 19일 “기존 테라 네트워크를 ‘테라클래식(LUNC)’으로 변경하고, 새로운 테라 블록체인과 루나를 개발하는 내용의 거버넌스 제안 #1623에 대한 투표 진행”은 25일 투표가 마감되었으며, 65.5%의 찬성률로 통과했다. 테라2.0 제안은 LUNA 보유자가 아닌 커뮤니티 대상 투표에서는 90%에 가까운 반대를 받았지만, 손실을 조금이라도 만회해보려는 LUNA 보유자들의 지지로 결국 통과했다. 그리고 28일 새로 발행된 테라USD(UST) 테라2.0 프로토콜은 가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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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테더(Tether / USDT)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에 1:1 교환가치로 실물화폐를 담보한다. 하지만 테라는 실물화폐를 담보하지 않고, 거버넌스·스테이킹 토큰 루나(LUNA)의 발행량을 조절하는 알고리즘만으로 테라 스테이블 코인을 페깅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테라의 실험이 실패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를 사기꾼이라고 이야기하고, 일부 루나 투자자들은 ‘폰지사기’<(영어: Ponzi scheme) 또는 폰지 게임(ponzi game)이란 투자 사기 수법의 하나로 실제 아무런 이윤 창출 없이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이용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다.>로 고소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 마저 테라를 맹비난하며 “코인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스테이블 코인의 원리


스테이블 코인을 보통 ‘가치안정화폐’라고 부른다. 스테이블 코인의 종류는 3가지 방식으로 법정화폐에 페깅(pegging)<못이나 말뚝 또는 빨래집게 같은 것으로 사물을 단단히 고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로 스테이블 코인과 법정화폐의 1:1 교환가치로 묶는 것을 말한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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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방식은 테더(Tether / USDT)가 가장 대표적이며 암호화폐의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법정화폐를 담보로 하는 방식이다. 보통 발행된 암호화폐의 공급량(통화량)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법정화폐를 비축해 둔다. 그래서 실제 법정화폐를 비축해 두고 있는지를 외부 감사를 통해 확인하는 절차가 포함된다.


두 번째 방식은 다이(DAI)가 대표적이며 법정화폐가 아닌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하는 방식이다. 다이(DAI)의 경우 이더리움을 담보로 예치하고 다이 코인을 발급받는 방식이다. 교환받은 다이 코인을 다시 입금할 경우 기존 예치한 이더리움을 그대로 되찾을 수 있다.


세 번째 방식이 바로 테라(Terra / UST)의 방식인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다. 알고리즘에 의해 수요와 공급량을 계속해서 조정하는 방식으로 일정 가격을 유지하는 암호화폐다. 즉 공급량을 감당하기 위한 담보로 비축된 법정화폐가 없어도 운영할 수 있으며, 무담보이기 때문에 규모를 키우는 제약이 없다. 오직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담보인 셈이다.


과연 테라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이런 테라 프로토콜 시스템을 100% 신뢰한 것일까?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


테라와 같은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은 많은 전문가들의 경고를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미국 월스트리트의 암호화폐 애널리스트인 톰 리(Thomas Lee)는 2018년 11월 30일 한국을 방문하여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는 테더(USDT)나 제미니 달러(GUSD) 같은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 코인들이 더 폭넓게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들은 아이디어는 좋으나, 프로젝트 하나가 실패하면 나머지 프로젝트들도 신뢰받기 힘든 단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2022년 1월 4일 스테이블 코인 다이(DAI)를 발행한 ‘메이커다오(MakerDAO)’의 설립자인 루네 크리스텐센(Rune Christensen)은 자신의 트위터에 "테라USD(UST), 매직인터넷머니(MIM) 등 스테이블 코인은 견고한 폰지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런 프로젝트들은 실질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사용자를 '돌려막기'(exit liquidity)로 끌어들이는 사기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라고 경고했었다.



‘크립토 겨울(Crypto Winter)’는 다시 시작되는가?


이번 사태와 더불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단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바로 ‘크립토 겨울(Crypto Winter)’이라는 단어다. 이 단어가 처음 이름을 알리게 된 시점은 2018년 1월이었다. 한국에서는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와 거래소 폐쇄를 고려하겠다고 발표했고, 1월 3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로 자금을 조달하려던 텍사스 소재 은행 어라이즈뱅크(AriseBank)에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또 같은 날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관련 광고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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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암호화폐 악재로 2018년 1월 31일 비트코인의 가격은 1만 달러 아래로 폭락했다. 이후 2021년부터는 폭등과 폭락의 주기가 저 짧아지고 등락폭도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이후 폭락할 때마다 사람들은 ‘크립토 겨울(Crypto Winter)’를 꺼내기 시작했다.


과연 이번 겨울은 얼마나 길게 이어질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될까? 과연 블록체인 기술은 인류의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간의 탐욕은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수많은 ‘폰지사기’와 ‘러그풀(Rug pulls)’<발 밑의 카펫을 갑자기 잡아 뺀다는 뜻으로, 암호화폐 개발자들이 코인을 탈중앙화 거래소(DEX)에 상장하여,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자산과 연결해 가치를 높여 투자자들이 몰리면 자신이 보유한 코인을 대량 매각하고 잠적하는 수법을 비유하며 사용> 사태가 발생했었다.


대표적으로 ‘비트커넥트(BitConnect Coin)‘는 비트코인 트레이드로 얻은 수익을 일 0.1~0.5%의 이자를 배당한다는 파격 조건과 추천을 통한 신규 가입 시스템으로 추가 배당을 주는 피라미드 수법을 사용했지만, 한때 시총 3조 원을 넘기기도 했다. 현재 설립자 사티시 쿰바니(Satish Kumbhani)는 미국 법무부에 의해 기소되어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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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진도지(JINDOGE) 코인이 가장 유명할 것이다. K-밈(Meme) 토큰이라는 타이틀로 발행된 진도지(JINDOGE) 코인은 도지 코인(DOGE)을 패러디하며 발행된 코인이다. 2021년 모 커뮤니티에서 처음 언급되고, 5월 11일 발행되었지만, 5월 13일 오전 1시 6분 전체 물량의 15%에 달하는 진도지(JINDOGE) 코인이 한 번에 매도(23억 추정)되었다. 이 매도로 순간적으로 -97%로 급락하면서 러그풀(Rug pulls)한 사건이다.


우리는 매번 이런 사태가 있을 때 ‘크립토 겨울(Crypto Winter)’을 이야기했지만 그 겨울을 인간의 뜨거운 탐욕 앞에서 항상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 테라2.0 체인 구동과 관련된 테라 거버넌스의 투표를 지켜보면서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다.



암호화폐는 과연 자본주의의 뱀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


“내 짐승들은 어디에 있는가? 이리 오라, 이리 오라, 나의 독수리와 뱀이여!”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한 구절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바로 이 두 동물의 뒤엉킴이 세계의 진리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니체는 세계는 한 명의 절대자가 모든 것을 다스리는 곳이 아니며, 수많은 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욕구를 가진 사람들끼리는 대립하기도 하고, 다시 힘을 모아 협력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두 동물이 서로의 몸을 휘감고 싸우는 모습은 크립토씬의 내적 갈등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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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는 뱀을 잡는 포식자다. 하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뱀은 독수리의 목을 졸라 질식시키거나 날개를 부러뜨려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우리가 배우고 꿈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경제활동을 통해 타인을 이롭게 하는 정도에 따라 경제적 보상이 배분된다. 좋은 제품을 구입하거나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행복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과연 지금의 크립토씬에서 투자를 지속하는 많은 사람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투자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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