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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Oct 05. 2020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회사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

엔지니어링/디자인/기획, 그리고 경영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역량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주목받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더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를 만드는 일은 다르다)


그래서 '좋은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좋은 회사로 성장해 있겠지?!!' 라는 생각은 틀린 생각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좋은 조직을 만들어 놓으면 언젠가는 좋은 서비스를 출시하겠지...' 역시 틀린 생각일지도 모른다. 


우선, 주목받는 서비스는 1) 초기 서비스 설계팀의 촉(혹은 감), 2) 빠른 개발/실행력, 3) 유저에 대한 지속적 집착, 그리고 4) 시국 & 운에 의해 만들어 지는 듯 하다. 초기 서비스의 Product-Market Fit 은 결국 4가지의 조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서비스가 주목받으면, 유저가 계속 많아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팀이 커지게 되면서, 팀은 조직이 되고, 조직은 회사가 되어 간다. 


다만, 팀이 조직, 그리고 회사로 되어가는 과정에서, 서비스 본연의 문제 외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일례로, 초기 멤버보다 해당 스타트업 경험은 부족하지만 커리어 경력은 훨씬 많은 시니어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회사 내에서도 조직 간 업무 성향 차이(예: 디자인 조직과 개발 조직의 차이 등등)로 인한 문화 GAP 생기기 시작하고, 회사 내 아는 사람보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모두와 대화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자연스럽게, 사람으로 서비스를 만들었던 초기 조직의 모습에서, 시스템/프로세스/조직/문화라는 컨셉이 자리잡기 시작하며, 사람이 늘어나면 늘수록 변수와 리스크는 지수함수로 커진다. 더 훌륭한 사람이 들어와도 문제가 생기고, 평범한 사람들만 들어와도 문제가 생기는,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주목받는 서비스를 만든 팀이, 회사적 관점으로 팀을 바라보지 못할 때 발생한다. '우리는 계속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데에만 집중해야 해!!' 라는 말은 너무 맞는 말이지만, '좋은 서비스를 만들면 모든 게 해결될꺼야' 라는 생각은 틀린 생각일수도 있다. 후자를 생각하지 못할 때, 서비스가 성장할수록 조직은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문화-시스템-프로세스가 사람 & 회사를 받쳐주지 못할 때 서비스가 급격히 무너지는 참극이 벌어진다. 


결국, 주목받는 서비스를 만드는 팀이 좋은 회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는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도 생기고, 초기 멈베들 간 갈등과 대립도 생기며, founder 들이 물러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주목받는 서비스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팀이 서비스적 관점을 넘어 경영학적/심리학적/인문학적 관점에서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주목받는 서비스에서 성공하는 회사로 빠르게 전환한 팀의 공통점은, '핵심에 몰입하는 문화,  상호 대화하는 조직, 회사/개인의 interest 에 모두 align 된 시스템, 이를 아우르는 큰 비전'에 있다고 한다. 


회사의 비전이 크고 높을수록, 회사의 서비스가 주목을 받기 시작할 때... 오히려 팀이 '우리 회사의 비전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로는 아직 멀었지. 우리는 지금보다 1,000배는 더 성장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더 똑똑한 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그렇기에 데이터적/디자인적/인센티브적 등의 준비가 필요해. 우리는 비전이 크기 때문에, 지금 당장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을 뛰어넘어, 더 똑똑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고, 성장을 지향하는 팀 문화를 만들어 놓아야 해'의 모드 전환이 가능해진다. 팀이 이렇게 생각할수록, 아무리 서비스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한참 멀었기에, 계속 팀은 본질에 집중하게 된다. 


물론, 전사 모든 구성원이 본질에 집중한다고 해도, 집중하는 방향과 성향은 다를 수 있다. 개발-디자인-마케팅-기획-PM-세일즈는 업무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 함께 본질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다름/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 다름이 다양성이 되고 시너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한 박자 빠르게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문화 정착이 선행되어 있어야 한다. 한 박자 빠른 대화는 상호 간 이해를 깊게 하고, 이해는 팀웍을 쌓기 때문이다. 재밌는 사실은, 정말 딱 한 박자 차이인데... 한 박자 늦은 대화는 갈등과 오해, 그리고 분열을 낳는 시초가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회사에 훌륭한 사람들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기존 멤버들과 빠르게 융합되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하나의 마음이 필요한데, 이는 '우리는 회사의 interest 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회사가 나의 interest 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다. 회사 구성원 전체가 '내가 충분히 회사에서 보상받고 있다'는 마음이 있어야, 나보다 더 큰 보상을 받는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도 '나는 저 사람에게 배워서 (저 사람을 발판 삼아) 더 빠르게 성장해야지' '회사가 나로 인해 더 빠르게 성장하면, 회사도 나에게 계속 그 이상의 가치를 줄꺼야' 라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회사가 개개인의 interest 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개인도 회사의 interest 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작용-반작용 법칙인 듯 하다.


이러한, 주목받는 서비스를 더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로 만들어 주는 과정이 바로 경영학의 본질인 듯 하다. 물론, 경영학은 사실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물론 서비스 개발은 광의의 마케팅 영역 중 하나이나, 경영학에서 이론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마케팅은 브랜딩/프로모션/광고의 협의의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서비스 개발을 이론으로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서비스 개발은 엔지니어링-디자인-기획이 조합된 영역이기에, 경영학에서 포괄하는 어렵다) 다만, 경영학은 좋은 조직을 만드는 법, 좋은 회사를 만드는 법, 회사의 관점에서 전략을 짜는 법을 가르쳐 주긴 한다. 다양한 Case Study 를 통해 알려주는 MBA 도 있고, 이론적 수업과 논문을 통해 가르쳐주는 학문의 영역도 있다. 아무쪼록, 초기 스타트업에 큰 안되 보이는 광의의 경영학 (경영-인문-심리 등)은, 서비스가 회사가 되어가는 시점부터 힘을 발휘하는 듯 하다.


아무쪼록,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참 어렵다. 세상의 주목받는 서비스를 만드는 팀은 100팀에 10팀도 안될 것 같다. 다만 주목받는 서비스를 만들었던 팀 중 위대한 회사로 성장한 팀은 10개 팀 중 1개 정도일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서비스가 곧 좋은 회사를 보장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링글은 좋은 서비스라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고도 험하다. 다만, 최근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한 준비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MBA 에서 괜히 MGE (Managing Growing Enterprise), Interpersonal Dynamics 를 가르친게 아니었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더 좋은 사람들이, 기존 팀과 빠르게 융합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만 더 사랑받는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나는 서비스적 고민 만큼이나, 조직-회사적 고민을 하게 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도 저도 아닌 서비스/팀이 아닌, 뛰어난 서비스를 만드는 성장하는 회사로의 여정을 잘 해 나가고 싶다.


긴 추석 연휴를 끝내고 업무에 복귀한 월요일에 든 다짐을 정리하며 끝!



ps. 링글에서 2020년 10월 30일까지 진행 중인 2020-2021 시즌 최저가 행사 링크도 살짝 첨부해 봅니다! 

https://www.ringleplus.com/ko/student/landing/home?referralCode=1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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