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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Dec 07. 2022

다시금 창업의 본질로 회귀 중인 실리콘밸리?

그랬으면 좋겠다! 

스탠포드 MBA에 와서 처음 목격한 2014년 실리콘밸리 분위기는 "무엇인가 만들고 싶어 미쳐있는(긍정적 의미) 사람들의 집단" 이었다.


사람들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왜 만들고 싶은지? 어떤 사람과 함께 만들고 싶은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또 들었다.


반면,

어떤 회사에서 (가령 Big Tech) 일해보고 싶다.

PM으로서 커리어를 키워보고 싶다.

어떤 삶을 살고 싶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대다수 소통은 제품, 사람, 나에 수렴되어 있었다.


하지만, 언제 부터인가, 이 곳 실리콘밸리에는,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보다는 어떤 회사에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 보고 싶은지 보다는, 어떤 포지션에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내가 어떤 기여를 하고 싶은지 보다는, 나는 어떤 Life 를 즐기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언제 부터인가,

소속된 회사에서 내가 만들어 보고 싶은 제품 개발에 몰두하는 그런 crazy people 보다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느껴지는 열기 보다는, 

소속된 회사에서는 적당히 일하고, 퇴근 후 second job 이나 (돈을 더 벌기 위해?)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Remote work 도 COVID-19 가 발단이긴 했지만, 이런 트렌드를 타고 더 선호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를 인지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미디어에도 스타트업 보다는 Big Tech 뉴스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새로운 회사 소개 보다는, Tech 회사의 사건/사고 소식이 더 많이 전파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이 곳에 하나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소수정예 기조 보다는 '일단 선발해!' 기조 일변도였던 Big Tech 들이 채용을 줄이고, 10,000명 단위의 구조조정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만들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일단 투자 받아 놓고 사람을 선발한 뒤 뭔가 하려고 했던 불특정 다수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 스럽지 않은 시작이지 않은가...) 문을 닫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잠시 소속이 없는 사람들 (개발자 등)이 증가하고 있고, 회사에 남은 사람들은 긴장감을 한 움큼 머금은 채 집에서 회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만, 이 곳에 아직 충분한 resource 가 2가지 있는데, 하나는 자본이요 (부자들이 굉장히 많아서, 엔젤 투자 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나는 인재다. 잠시 무소속이 된 사람들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제는 내가 진짜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을 만들어 봐야겠다" 생각하며 창업을 시작하는 팀이 조금 씩 늘기 시작했고, 


2~3% 수익율과 5~7% 수익율이 무차별하다 생각하는 개인 자본가들은, 열정있는 창업팀을 여전히 찾고 있다.


아직은 명확히 느껴지지 않지만, 그래도 이 곳에 다시금 '창업'이 중심이 되고, '스타트업' 들의 이야기가 화두가 되는 분위기가 다시 금 찾아오고 있다는 느낌 아닌 느낌만 받는다.


실리콘밸리는 무엇인가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이 무한도전을 이어나가는 공간이다. Big Tech 도 계속 나오고, 그 만큼 스타트업도 계속 나오는 선순환이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그 선순환이 3~4년 잠시 멈춘 느낌을 받았는데, 


어찌보면 경기침체와 대량해고라는 비극이 시작되고 있지만, 그 비극의 결과로 다시 금 창업이라는 화두가 조금 씩 생기고 있다는 것, 그리고 Tech 회사들이 '우리는 무엇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는 어떤 열정을 품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일까?' 라는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비극의 끝은 종말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아주 조금 느끼고 있다.


최근의 어려움은 다시금 "새로운 제품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중심인 실리콘밸리"로 돌아오는 자정/순환 과정이라 믿으며,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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