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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May 07. 2023

내 커리어의 True North: 낯섬과 자립

BCG, Stanford, 그리고 링글 창업으로 이어지는 커리어 여정기

낯섬, 그리고 자립을 희망했던 커리어.


2008년, 정말 운이 좋게도, 전략 컨설팅 회사 중 B 로 시작하는 두 곳 (BCG, Bain)에 offer 를 받았었다. 


입사 인터뷰 시작 전에는, 당연히 Bain 가야지 생각했었다. 군대가기 전인 2004년에 했었던 RA 경험이 너무 좋았었고, 그 이후 Bain 에서 배웠던 여러가지를 되내이며 컨설팅 입사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 때는, Bain Deck 을 Tool 없이도 만들 수 있을 만큼 따라하고, 습작해보며 준비했었다)


두 곳에서 Offer 를 받았을 때에도, 처음에는 "당연히 Bain 가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 하루 지날수록 '어떤 회사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형이상학적 고민을 하게 되었다. 


두 곳에 최종 call 을 주기로 한 날, 1시간 전까지 고민을 했었다. (웃긴 것은 그 고민을 두 회사의 중간 지점인 Seoul Finance Center 에서 했는데, 그 빌딩에는 맥킨지가 있었었다 ㅎㅎ) 그 때 친한 형님이 MSN 메신저로 하나의 조언을 건내셨는데 그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


"승훈아, 둘 다 좋은 회사야. 객관적으로 비교할수록 5:5 일텐데, 지금부터는 네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고, gut feeling을 따라봐"


그 조언을 듣고 곰곰히 생각하다 하나의 생각을 부여잡고 당시 BCG 가 있던 동화면세점 빌딩으로 향했다. 그 하나의 생각은 "내가 잘 모르고, 나를 잘 모르는 회사에서 스스로 일어서보고 싶다" 였다.


BCG 에서 첫 3개월은 후회의 연속이었다. 첫 프로젝트에서 적응을 잘 못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저 친구 잘하는 Asso 맞아?' 압박이 상당했다. '차라리 Bain에 갔더라면, RA 시절 함께 했었던 분들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텐데...' 후회도 많이 했지만, 후회는 앞 길을 헤쳐나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입사 후 첫 프로젝트가 끝난 후, 심기일전하는 마음 & 하루하루가 마지막이다는 간절함으로 이사님과 제안서를 연거푸 쓰기 시작했는데, 그 때 많이 배우고 스스로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며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1년이 훌쩍 지나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입사 3년이 지났을 때, 동기들이 MBA에 진학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나는 일하는 것이 힘들지만 매우 재밌었던 시기여서, 유학 준비를 차일 피일 미루고 있었다. GMAT 공부 보다, 프로젝트에 배정되어 일하는 것이 더 재밌고, 더 집중이 되었다. GMAT 영상 보다 슬라이드 작업 하기 일쑤였다. 그 당시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Why MBA? 에 대한 동기부여가 적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MBA 출신 분들과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MBA 에서 BCG 이상의 배움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했었던 것 같다.


다만 5년 차가 되었을 때에는, 하루 하루 억지로 버틴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부랴부랴 MBA 준비해서 지원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만난 낯선 학교가 Stanford 였다. Stanford 는 당시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학교. 내가 가서 적응하는 것이 가장 힘든 학교. 합격 확률이 가장 낮은 학교였다. 그런데 왜 하버드/와튼 등 학교 이상으로 마음이 갔을까? 생각해보면 '다시 한 번 낯선 곳에서 자립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당시 client 와 협업하며 분석, 리서치, 인사이트, 소통 기반 add value 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 쪽에 너무 치우쳐있다. 오른손만 쓸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런데 앞으로 2년은 전혀 쓰지 않았던 부분을 써 보며 균형을 맞추고, 진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난 6년은 오른손만 썼다면, 이제는 왼손을 써보고 싶다' 생각 했었다. 


그렇게 합격 가능성이 가장 희박했던 학교에, '낯섬과 자립'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도전하다 보니, 낙방의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새로운 낯섬/자립이 간절했기에 재지원이라는 초강수를 뒀고, 진짜 '운 좋게' Stanford에 합격할 수 있었다.


첫 학기는 역시나 위기와 후회의 연속이었다. '내가 여기서 졸업이나 할 수 있을까?' 매일 생각했다. 그래도, 밤에 학교 산책을 혼자 30분 할 때마다 '이 낯선 환경, 독특한 문화, 다른 업을 보는 방식이 좋다. 뭔가 숨이 쉬어지는 느낌이다' 생각했는데, 그래서 버틸 수 있었다. 


그 이후 자연스럽게 MBA면 누구나 하는 Summer Intern 을 지원조차 안하고, Start-up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누군가 만든 회사에 소속되어서 일하는 것 보다는, 우리가 필요하다 생각해서 만든 서비스를 가지고 회사를 만들어 보는 것이 더 의미있어 보였고, 또 나 스스로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8년이 흘렀다. 회사가 5명일 때, 20명일 때, 70명 일 때에 너무 달라서 낯설고, 그래서 매일 실수하고 넘어지며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새로 들어오는 분들도 여전히 낯설고, 창업자라는 역할의 scope 과 무게감이 달라지는 하루하루가 여전히 낯설다. 


다만 그 낯섬이 좋다. 위기가 없을 때 보다는 위기가 있을 때 승부욕이 생겨서 좋고, 익숙할 때보다는 낯섬이 찾아올 때 새로운 기회가 보여 더 숨이 쉬어진다. 스타트업 창업은 커리어가 아니기에, 낯섬을 찾아 커리어를 변주시키는 노력 보다는, 이 회사가 더 성장하기 위해 낯섬에의 도전을 경주할 수 있어 좋다. 더 consistent 한 느낌이고, 이 회사에 찾아와주신 분들께 항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을 수 있어 좋다 (물론, 창업자들이 첫 사업이고 부족한 부분이 많아, 소망이 현실로 반영되지 않을 때가 많다)


낯섬을 찾아 떠나고 있는 커리어의 여정의 본질은 '함께 자립'에 있음을 깨닫는다. 내가 더 자립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그리고 함께 일하는 분들도 세상에서 자립하는 사람이 되도록 성장할 수 있길, 서비스를 이용해주시는 유저분들, 그리고 시간을 투자해주는 튜터 분들도 링글을 통해 더 자립하는 사람으로 성장하실 수 있길 희망한다.


낯섬과 자립. 그 여정이 고되지만, 무엇보다 즐겁고 또 삶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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