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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Jun 24. 2023

스타트업 8년차의 독백. 버티고 또 버틴다.

쉬어갈 수 있는 날이 없지만, 좋은 팀이 있다면 그 과정도 즐겁다.

스타트업을 하며 쉬운 날은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 매일을 '잘못 결정하면/잘못 이야기 하면/잘못 행동하면 서비스가 크게 망가질 수 있다'는 압박감 속에 살아왔던 것 같다. 

(물론 전 직장을 다닐 때에도 쉬운 날은 하루도 없었다) 


그런데, 팀이 커질수록 그 압박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하루 하루의 난이도도 더 어려워짐을 느낀다.

일례로, 매일 매일이 팀과 align 을 맞추기 위한 노력의 연속이다. 과거에는 '언제까지 같은 이야기 반복하며 align 을 맞춰 나가야 하나.. 쉽지 않네' 하며 답답했던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서로 다른 인생을 살고, 다른 경력을 쌓아 오던 사람들이 모였기에, align 이 잘 맞지만은 않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그렇기에, 서로의 합을 맞추기 위해 매일 매일 같은 노력을 반복하는 것은 당연하다' 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즐겁게 버티고 있다. 


몇 개월 전 VC 에 계신 선배님을 만났는데, 너무 힘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다.


"링글 같은 1:1 교육업은 단기간 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업은 아니다. 꾸준히 노력해도 초반에는 타 업 대비 천천히 성장할 수밖에 없는 업이다. 그래서 그 업에는 오래 버티며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속 노력하는 스타트업이 없다. 그런데 링글은 벌써 7년이 지났고, 그 동안 열심히 하며 나름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링글이 몇 년을 더 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계속 하다 보면 타사 대비 제품의 퀄리티 격차가 압도적으로 좋아지고, 또 유저 수가 크게 많아지면, 업을 독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링글은 좋은 회사로 꾸준히 성장하며, 결국 업을 독점하는 순간에도 좋은 회사로 남았으면 좋겠다"


나도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는데,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 확신을 가지고 일을 해 나갈 수 있었다.


팀이 커지면 팀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몇 배 갑절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데, 반대로 팀이 있기 때문에 더 잘 버틸 수 있기도 하다. 특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스타트업에 한 명의 영웅이 혼자의 힘으로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는 일도 없다 (오히려 영웅심리가 발동하면, 혼자의 힘으로 회사를 망가지게 할 수는 있다) 그래서 함께 버팀이 즐겁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내는 '좋은'팀이 필요한 것이다.


좋은 스타트업 팀은 내 책상에만 앉아있지 않는 팀이다. 회의하고 정리하는 데에 30~40% 이상의 시간을 쓰지 않는 팀이다. 제약된 예산과 소수의 팀으로 시장에서 인정받는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유저에게 소개하고 잘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머리는 머리대로 쓰고 발품은 발품대로 팔고 유저는 유저대로 만나고 제품은 제품대로 만들며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가 어느정도 성장했을 때에, '이제 성장했으니 다르게 play 하자'는 마음은 한 켠에 내려놓고, Day 1의 마음으로 '성장했으니, 더 뛰고 떠 실행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인원이 많아지면 함께 align 맞추며 달려가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align 이 맞고 합이 맞는 순간 구현되는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꿈꾸며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팀이 좋은 팀이다.


읽어 보면 두서 없는 글이 되었지만, 결국 스타트업은 매일이 어렵다, 팀이 커지면 더 어렵다, 그런데 팀이 있기 때문에 더 버틸 수 있다, 그러다 합이 맞아 들어가는 가운데 운이 찾아오면 의미있는 성장이 찾아오는데, 그런 순간은 꽤 오래 버티고 버텨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오늘 버티면 내일 나아지겠지?'라는 기대 보다는 '팀과 함께 오늘 신나게 달리고, 내일은 내일대로 즐겁게 열심히 달려야지' 생각하는게 낫다 이다.


버티면 버틸수록 흰머리가 많이 늘어나지만, 그래도 더 많은 분들과 앞으로 한 발 한 발 전진해 나감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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