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소통하는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 근거로 소통하는가?
Bay 에 살다 보면 가끔 다른 팀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을 기회가 있다.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나의 태도는 둘 중 하나이다.
"의심" vs. "호기심"
"의심"이 드는 팀의 특징은 4가지다.
1. 발표자가 (보통은 창업자가) 회사 설명 시 현재 출시되어 유저가 실사용중인 (시판되고 있는) 제품 spec 위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닌, 미래 언젠가 구현해보고 싶은 완제품 컨셉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간혹 미래를 위한 제품 컨셉을 마치 현재에 구현된 것처럼 헷갈리게 소통하기도 한다.
2. 회사/서비스의 핵심 지표 (매출, 유저, 수익 등) 현황을 발표 초반 이야기 하지 않고, 막판에 "대표 유저 사례" 위주로만 이야기 한다. (예: 업계에서 지명도 높은 A, B 에서 우리 제품을 시범적으로 도입하여 사용 중입니다)
3. 발표 후 Q&A 시 과도하게 자신감이 넘치는 모드 또는 현학적 모드 (난 다 알아. 내가 설명해줄께) 로 진행한다.
4. 팀 Profile 설명 시, 핵심 팀원들의 R&R 및 왜 이 업무를 더 잘되게 만들어 줄 것으로 판단했는지 (또는 이 분을 왜 팀 내 모시고 싶었고 어떤 노력을 경주했었는지 등)에 대한 생각을 reference 또는 과거 경험 기반으로 풀어내기 보다는, 팀의 학력/경력 위주로만 이야기 한다. (예: 과거에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회사 다녔던 사람이니 여기서도 잘할 것이다)
일례로, 어떤 팀의 발표를 듣고 있는데,
"어? 발표 초-중반에 발표자가 이야기 해준 회사 소개 내용을 보면, 이미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제품 개발 및 시제품 완성에 성공하여 현재 유명한 고객사에 판매하는 듯 했는데.. 업계의 거장들에게 인정을 받은 듯 했고.. 그러면 매출도 이미 꽤 나오고, 고객층도 나름 두터울꺼라 생각했는데, 발표 거의 마지막 장에 나온 현재 진행 중인 투자 유치 현황을 보니.. 팀이 설명한 자료를 근거로 보면 훨씬 더 받았어야 했는지... 뭐지? 아... 아직은 유저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업체가 '나쁘지 않은데? 한 번 써 볼께!' 정도 이야기 한 정도였었나?"
"어라, 이 팀은 시장이 매우 크고 미래에 더 커질것이다 라는 이야기까지는 좋고, 미래에 꼭 필요해질 서비스 모델이 무엇인지도 잘 서술하고 있는데, 그런데 왜 본인 회사가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 컨셉 및 가설적 비즈니스 모델 외에, 실제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개발하고 있고, 현재 어디까지 구현해 놓았고, 당장 오늘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하지? 관련 질문을 하면 왜 컨셉 이야기를 반복하지.. 음..."
라는 생각을 한 적 있었는데, 사실 이런 흐름의 사고를 종종 한다.
반대로 "호기심"이 드는 팀의 발표 특징은 아래와 같다
1. 발표자가 왜 이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의 '창업 시작 모멘트'에 대해, 본인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personal 하고 담백하게 설명을 한다. '저는 이런 경험을 하면서 이 문제 해결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 좋고, '저는 이 산업의 주식을 계속 투자해왔는데, 그래서 계속 보다 보니 A 제품 만들면 이런 이유에서 진짜 빠르게 큰 수익을 낼 확신이 생겨서 시작했어요. 돈을 벌어보고 싶습니다!' 도 좋다.
2. 미래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제품의 모습 뿐 아니라, 그래서 지금 현재 어디까지 만들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 한다.
3. 중요한 지표는 발표 초-중반 (전체 발표의 1/3 지점 이내) 미리 객관적으로 공유한다. 청자가 해당 회사의 '규모'에 대해 미리 인지한 상태에서 후속 발표를 듣게 한다.
4. 팀 소개는 발표 마지막에, 왜 이 팀이 2~3년 뒤 목표를 실현시켜 줄 수 있다 생각하는지 중심으로 핵심 멤버를 소개한다.
예를 들자면 최근 어떤 팀의 발표를 듣게 되었는데..
"어? 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나도 공감된다. 나도 이커머스에서 구매하며 유사한 생각 많이 했었는데.. 누군가 시작해 주셨구나.! 그런데 시작하려면 꽤 많은 자본이 초반에 들어갈 수 있을 듯 한데... 아, 일단 asset light 하게 시작하시고 시설도 작게 가져가셨구나. 아, 그 과정에서 더 scope 을 줄여서 당장 impact 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시작하시는구나. 이 정도면 XX 규모의 투자금 유치를 노리실 듯 한데, 아 살짝 더 높은 수준으로 라운드를 도시는데 왜일까? 아, 이런 인재 추가 영입이 필요한데 그러면 맞겠네. Q&A 시 일부 질문이 듣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좀 황당했어도, 당황해하지 않으시고 질문자 존중해 주고, 오히려 발표 시에는 말하지 못했지만 청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는 기회로 사용하시는구나"
발표자마다 스타일과 성향의 차이가 있어, 회사 소개 시 무엇이 정답이다 이야기 할 수는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듣는 사람이 의심하며 듣게 만드는 것 보다는, 기대하며 듣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가지고 있다. 때로는 팀의 현재를 더 보수적으로 이야기하고, 팀의 미래는 '유저 피드백' 및 '연속된 사실'을 토대로 전략적 방향성 관점에서 소통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어쩌면 컨설턴트 시절 발표할 때의 버릇이 남아있어 그런 것일지도... 그리고, '발표는 더 인정받고 싶은 급한 마음을 토대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마음을 죽이되 객관적으로 현상을 알리고 과거를 토대로 설명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다'는 개인적 가치관 때문일지도..
나도 더 많은 발표를 해야 하는데, 다른 팀의 발표를 들으며 들었던 생각을 잘 메모해서, 가장 내가 생각하는 맞는 발표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