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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Jun 30. 2023

HR/조직 관점의 지난 10년의 실리콘밸리 흥망성쇠

'사람'과 '자율'의 문화가 뜨고 지고 다시 뜰(?) 순환의 여정이 되길

HR/조직 관점의 지난 10년 간 실리콘밸리의 흥망성쇠의 본질


2014년 Bay Area (또는 실리콘밸리)에 처음 왔을 때, 스탠포드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키워드는 '기술' 보다는 '사람' 이었다.


당시 핫한 기술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긴 했지만 (지금은 chatGPT 및 생성형 AI 가 트렌드라면, 당시는 빅데이터, 머신러닝이 화두의 중심이었다) 

기술에 대한 담론 이상으로, '어떤 사람들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람' 이야기가 더 많이 논의되었던 것 같다.

그 연장선에서, 당시 스타트업들이 본인들의 회사 및 서비스를 소개할 때에도, 

"우리는 어떤 기술을 응용해서 어떤 제품을 만들고 있다" 보다는, 

"우리는 어떤 사람들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및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 어떤 호기심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며 본인들의 비전을 스토리텔링했다. 

(테슬라는 탄소 없는 세상, 메타는 모든 사람이 연결된 상대적으로 평등한 세상, 구글은 정확한 정보 기반 모두가 생산적으로 살아가는 세상, 우버는 더 좋은 이동을 더 저렴하고 더 편리하게 등등) 


결국 Bay Area 는 '사람'이 핵심인 곳이었고, 

'사람이 모여 사람을 위한 서비스를 창조하고, 그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저렴하게 사용하게 하기 위해 서비스를 보편화 & 고도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술을 개발해 나가는 곳' 이었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정중앙에 있는 스탠포드에서도, 경영 전략 수업을 가르치시는 교수님들이 조직/인사 전공자인 경우들이 있었는데, 그 만큼 Bay Area 내 회사의 핵심 전략 및 경쟁우위요소는 곧 '사람'이었던 것이다. (사람이 곧 전략이고, 제품이며, 자산이기에, 모든 전략은 곧 사람에서 시작한다는 믿음에서, 당시 스탠포드 MBA 에서 경영 전략을 인사/조직 교수님들이 가르쳤던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당시 Bay Area 내 회사들 역시 전략/경쟁/체계/프로세스/시스템 보다는 사람(채용) 및 조직(문화)을 더 많이 강조했다. 물론, 애플/테슬라는 당시에도 top-down 조직 체계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메타/Google/넷플릭스 등 기업 및 다수의 스타트업들은 '사람'의 '자율성'을 중심으로 하는 협업 기조/조직 체계/업무 환경을 강조하였고, 해당 요소들이 선순환 및 시너지를 일으키며 역사에 유례 없는 빠른 성장을 만들어 내었다. 이들은  다른 기업 대비 더 빠르고, 더 높은 수준으로 동기부여 되어 있는 상대적 소수 집단을 유지하며 성장하였기에 (한 때 한국 대기업 대비 실리콘밸리 IT 회사의 인당 생산성이 적게는 10배, 많게는 100배 이상 높았던 적도 있다), 전 세계 여러 회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곤 했다.


단, 사람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문화/구조 바탕으로 성장해오던 이 곳 기업들은, COVID-19 기간 중 3~4년 동안 Big Tech 부터 Start-up 까지 엄청난 유동성을 바탕으로, 과거 대비 너무 많은 사람들을 경쟁적으로 빠르게 채용하기 시작했고, uniform 한 다양성 (나도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일조해보고 싶소!!)이 아닌 '좋은 회사를 찾아온 다양성 (나도 높은 수준의 연봉과 복지를 누리며 일해보고 싶소)으로 채워지기 시작하며, 실리콘밸리 회사 특유의 'Meet-up 등 만남을 즐기고' & '함께 만들어보자!!' 스스로들 타올랐던 문화가 희석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체계 보다는 사람의 자율성에 의지했던 이 곳 특유의 HR/조직 체계는, COVID-19 시기에는 오히려 시스템/체계가 없음이 큰 약점으로 작용하여, 많은 회사들이 혼란/혼선에 빠지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영혼없이 일을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서게 되었다.

금리 인상 이후, 많은 회사들의 성장에 급 제동이 걸리면서, 그 동안 축적되어온 HR 문제들이 Financial statement 에까지 빠르게 반영되기 시작하였고, 결국 3년 전에는 경쟁적 채용을 했던 회사들이 이번에는 경쟁적 해고를 통해 '사람 한 명 한 명에 대한 평가 기반이 아닌, 특정 팀을 들어내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HR 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최근 3년 사이, 자율 보다는 체계 중심, Bottom-up 보다는 Top-down 으로 제품을 만들고 조직을 운영해온 Apple 과 Tesla 그리고 MS 같은 대기업이, HR 혼선을 나름 최소화하고 견고한 운영을 통한 제품 개선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며, '자율성에만 의지했던 과거의 스타트업 문화는 HR 관점에서 문제가 아니었나?' 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도 했다. 


아무쪼록, 2014년부터 2023년까지 격동의 10년을 직/간접적으로 Bay Area (실리콘밸리)에 살며 이 곳의 흥망성쇠를 관찰하고, '사람' '자율'을 중시했던 문화가 2014년에는'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는 열광을 얻고, COVID-19 이후에는 'fat 이 낀 기업' '복지만 좋은 공무원 조직이 되어가는 기업' 이라는 오명을 받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리고, 정말 많은 기업들이 2021년~2022년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큰 적자를 보는 상황을 목도하며,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더 빠른 성장을 더 안정적이면서도 더 과감하게 추진하기 위해 어떤 HR 전략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고민들이 혼재하는 듯 하다. 


그런데, 결국 스타트업은 '사람'을 위한 서비스를 '사람'이 만드는 회사라 생각한다.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하고, 같은 열정/관심을 가진 상대적 소수의 '사람'이 모여, "왜... 굳이 작은 시장에 or 뻔한 시장 or 이미 강자가 있는 시장에 도전하세요?"라는 우려를 받으면서도 꿎꿎히 버텨나가며... 종국에는 더 좋은 서비스를 출시하여 더 많은 사람의 열광적 지지를 얻어내고, 이를 통해 시장을 창조하고 지배하는 과정에서, 세상의 걱정을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게 되었어요?!!! 와우!!" 라는 찬사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스타트업의 journey 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에 대한 열정과 믿음이 평균으로 수렴되는 순간 스타트업의 생명은 끝난다.


다시금 '사람' 중심의 체계 없어 보이기도 하는 스타트업 HR 문화가 이 곳 실리콘밸리에, 그리고 한국에 부흥하길 소원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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