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훈 Hoon Lee Sep 27. 2017

창업가로 산다는 것의 의미.

스타트업이 망할 수 있는 이유들의 공통점. "우리의, 아니 나의 무너짐"

실리콘밸리 벤치마킹을 하던 시절, 한 창업자의 코멘트가 마음을 친 적이 있다. 


“하루는 전체 팀원들을 모아놓고, 미친듯이 잘 나가고 있는 우리가 망할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그리고 10가지 이유를 적어서 제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10가지 이유 속에 남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경쟁사가 더 잘해서,규제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바뀌어서 등등의 이유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대부분의 이유는 우리에 있었습니다. 우리가 게을러져서, 우리가 초심을 잃어서,우리가 서로 갈등하고 대립해서 등등.이를 보며 느낀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결국 남 탓 할 수 없는 것이 사업이구나” 


예전에 대학교를 다닐 때, 그리고 professional firm 을 다닐 때, 가끔 나를 많이 속였던 기억이 많이 있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나는 꽤 잘해. 나는 밥 값 하고 있다.이 정도면 회사가 나에게 감사해 해야지 훗’ 

그런데 사업을 시작하며 느낀 것은, 그러한 자기위안적 착각은 정말 아무짝에도 도움 안되는, 오히려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드는 생각이라는 것. 


요즘 가장 경계하는 것은, 우리가 무너지는 것이 아닌, 내가 무너지는 것이다.사업을 시작할 때 대비 고객 분들에 대한 반응 속도가 느려짐을 느낄 때, 그런데 내가 인지하는 게으름때문에 발생하는 느려짐일 때.. 그럴 때가 가장 두렵고 무섭다. 


‘아 늦은 밤에 온 연락인데, 그냥 내일 아침에 대응하지 뭐’  

‘어제 늦게까지 일했는데,오늘은 좀 늦게가도 되겠지 뭐’

‘이 정도면 해당 고객 분께 평균 이상으로 알려드린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적당히 공유해드려도 되겠지 뭐’  


나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착각을 하고 싶어도, 착각하는 것에 대한 benefit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사업을 하며 깨달으며,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내 단점이 무엇이고 내 한계가 무엇인지를 하루하루 너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으며,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은데, 게을러지기까지 하려 하는 내 자신의 나태함이 찾아오는 순간, 그리고 나태함에 잠시 타협하는 나 스스로를 내가 가끔씩 목도하면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위대한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이, 고객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끼고 또 느낀다.  


시장이 있어서, 돈을 벌기 위해 뛰어는 사업이라면, ‘이 정도 벌면 되었지 뭐’ 라고 자기 위안할 수 있겠지만,  

문제가 있어서, 그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그리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불완전하지만 우리를 믿고 돈을 선뜻 내어주시는 고객 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 해결했으면 되었지 뭐’ 라고 위안할 수 없음이 가끔은 원망스럽고 지칠 때가 있다. 


하지만, 방금 공유한 오늘 이순재 선생님의 영상을 보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작품을 놓은 적이 단 1년도 없으신 그 분을 보면서, 61년을 평생 연기하며 지금도 끝없이 도전하는 그 분을 보며서,젊은 후배들보다도 더 젋게 연기생활을 하시는 그 분을 보며, 끝없이 노력한 사람이 관객과 후배들에게 선사하는 가치를 보며,나 역시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start-up 세계에서 저 분과 같은 존재가 언젠가 단 한 번은 되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사업은 솔직한 나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사업은 내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매일매일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게으름/나태함과 싸워야 하는 과정이다. 내가 더 나은 내가 되었을 때에만,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고,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서 고객분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사업하는 사람의 본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잘 되는 것은 운과, 팀과, 고객의 선의 때문에 잘 되는 것이지만,잘 안되는 것은 결국 나 때문에 안되는 것이다.운과 팀과,고객이 만들어 준 기회를, 나의 나태함 때문에 놓치지 말자.  


죽을 때 까지 게으를 수 없는 인생을 선택했음에 한숨 쉴 것이 아니라,죽을 떄 까지 매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는 인생을 선택했음에 감사해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