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훈 Hoon Lee Dec 31. 2017

52주, 무한반복 삶이 가져다 준 인사이트

2017년에 남기는 마지막 글: 반복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2017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52주 동안 나는 매주 같은 삶을 살았던 것 같다. 52번의 같은 패턴의 삶의 무한반복이었다. 


매일 아침은 모니터링으로 시작되었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수업이 잘 시작되었는지, Tech 적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는지 체크하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이후, 매일 오전10시에 Team 과의 Daily 미팅을 통해,어제 수업에 대한 review결과를 보고,그리고 각 팀별로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지,어떤 이슈가 발생했으며 왜 발생했는지 모든 팀원들과 나누며 근무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보통 하루에1~2명의 고객을 만나러 이동했다. 고객 당 1시간 정도 미팅을 진행하며, Ringle Best Practice 이용법을 고객분과 함께 랩탑 화면을 보며, 기능 하나하나 click 하며 설명해드렸다. 이동 중에는 랩탑을 키고 테더링을 열고 이메일 처리를 하거나,고객분들께서 남긴 카톡 메세에 대응을 하였다. 아직까지는 모든 고객분들의 CS 관리를 내가 하고 있기 때문에,1시간에 2~3건의 요청이 들어오기 마련이었다. 나에게 CS 는 사고처리가 아닌, 고객과 대화하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기에, 항상 최우선적으로 처리하였다. 


최대한 빠르게 오피스에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나의 역할을 100% 해내기 위한 숙명이었다. 마음졸이며 택시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고 매번 달려다녔던 것 같다. 팀과 하루에2시간 이상 소통하자는 것이 스스로 가진 모토였기 때문에,팀과 나누는 대화 시간 확보를 위해서는 달릴 수밖에 없었다. 고객님들로부터 들은 메세지들,고객님들이 카톡에 남겨주신 이야기들을 팀과 나누고, 각 팀 별 진행 상황을 들으며, 함께 의사결정하고,함께 실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때론 내가 bottleneck 일 때도 있었고, 때론 나 때문에 회의가 비효율적으로 될 때도 있었다.그럴 때 마다 반성하며, 더 빠르게 움직이고,더 효율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내가 짐짝이 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가장 싫었다. 


저녁에도 이메일 처리 작업은 계속되었다. 링글 팀의 원칙 중 하나는, 두 명의 co-founder 는 모든 이메일을 받아본다 였기 때문이었다.고객분들이 받는 이메일, 튜터가 받는 이메일은 다 우리도 받아보았다. 결제, 수강신청, 시간변경, 취소 요청, Tutor 들의 수업 요청 등등등. 모든 이메일을 받아보기로 결정한 이유는,모든 operation 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그냥 다 알고 싶었다. 링글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모조리 알고 싶었다. 무엇이 안되고 있고,어디에서 error 가 발생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이메일 알람을 받아보는 것이었다.1시간이면 10개의 이메일이 쌓이고,팀이 보낸 이메일과 섞이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익숙해지다보니,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저녁에는 수업 매칭도 진행하였다. 고객분들이 어떤 튜터와 수업할지에 대해 최종 결정하는 사람이 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튜터들이 주로 언제 sign-up 하는지, 고객 분들이 주로 어느 시간 대에 수업을 들으시는지, 어떤 튜터가 인기가 있는지, 어떤 튜터에게 어떤 피드백이 몰리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객수가 많아질수록 “이거… AI 가 나보다 더 잘하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AI 로 관리하기 전까지는 승훈봇이 해야지’라는 웃픈(?)생각을 하며 즐겁게 매칭을 진행하였다.사실 매칭은 너무 재밌는 일 중 하나였다. 고객이 많아짐을 확인할 수 있고, 튜터의 실력이 향상됨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반대의 경우도 있었는데, 경각심을 매우 객관적으로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생각해보니, 체험수업 요청자에 대한 contact,수업 형성,가이드라인 제공,체험 후 결제 문의도 꽤 큰 일 중 하나였다. 아직 링글이 매우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체험고객분들께 링글이란 서비스를 짧은 시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직접 소통하는 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직접 소통을 진행했다. 물론,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했기에,카톡이 유일한 소통수단이어서 생긴 레가시이긴 하지만. 대신, 체험고객 분들께 어떤 채널로 링글을 알게 되셨는지 물어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체험고객 분들이 어떤 채널로 들어오시고, 어떤 이유로 체험수업을 신청하셨고, 수업에 만족/불만족 하셨고, 그 이유는 무엇이며,체험 후 결제하지 않는 고객분들의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데이터가 남겨주지 못하는 고객들의 마음과 고민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마음이 아픈 순간도 있었지만, 마음이라도 아플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마음이 아파야 하는데, 마음이 아프지 못한 것이 사업할 때 가장 위험한 리스크이기에. 


주말에는 주로 교재를 썼다. 지난 1주간 교재에 남긴 평점들을 보며, 그리고 페이스북에 미국 친구들과 한국 친구들이 공유하는 기사들을 보며,토픽을 정하고,토픽에 대해 리서치를 하고, 영상을 찾고 기사를 찾으며, 케이스를 썼다.2017년 후반부에는,주말에 수업 수가 증가하면서 operation 을 챙기는 시간이 증가하여, 교재를 쓰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일 중 하나였다. 가끔 미국 출장을 갈 때, 비행기에서의 시간이 나에게는 교재를 쓰는 가장 효율적인 시간이었다. 미국에 갈 때 마다 교재를 5개 정도 써 온 기억이 있다.그렇게 1달을 버티고 버티며,하지만 “전직 컨설턴트의 자존심을 걸고 교재를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또한 즐겁게 진행했다. 교재를 쓰는 일이 사실 가장 즐겁고 행복하긴 하다.  


결론적으로, 2017년은 52주를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면서 살았다.2017년을 복기해보니 약 1,000명의 고객 및 상담자를 만났고,카카오톡 메세지는 하루에 평균 40개를 왕복했으며, 노트북 키보드의 엔터버튼은3번 깨져서 교체를 반복하였다 ㅠ.ㅠ  


이런 루틴의 일상은 나에게 링글과 고객과 튜터에 대한 객관적인 깊은 깨달음을 가져다 주었다. 고객 분들이 몰리는 시간과 튜터가 선호하는 시간이 다름을 알 수 있었고,체험수업에 높은 만족을 하였지만 가격 때문에 아쉽게 발길을 돌리는 분들을 볼 수 있었으며, 기존 고객 분들 중에서도 링글 수업을 아껴쓰시는 분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링글 시스템에서 고객분들이 느끼는 사소하나 불편함(예: 우측 툴바 때문에 구글 docs 스크롤 못내려요)을 들을 수있었고, 반대로 고객 분들이 느끼는 작지만 큰 즐거움 (예; 튜터가 준 평점이 올라갔어요!!) 에 같이 기뻐할 수 있었다. 


이런 루틴을 반복하며,항상 내 마음속에 자리한 생각은 하나였다. 


“고객 분들께서 링글 수업을 더 부담없이,더 자주 수강하실 수있게 돕고 싶다. 링글 하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고 싶다. 우리 튜터들에게 더 많은 수업을 주고 싶다. 고객분들의 사소한 불편함마저도 없애드리고 싶다” 


그런 마음이, operation 에 대한 daily 체크와 만나며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었다. 한 예로 링글이 최근 시작한 “early/late 수업, 일명 새벽반” 의 탄생이 해당 아이디어 중 하나이다. 


“튜터가 많이 몰리는데,고객분들이 모이지 않은 오전 7시, 8시, 새벽 1시 수업은,고객 분들께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보자. 고객분들은 부지런해지고,튜터들은 편한 시간에 더 많은 수업을 할 수 있으며, 링글팀 입장에서도 더 좋은 일이기에. 그리고, cost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도, 반복되는 튜터와의 소통을 통해 실마리를 찾은 상태이므로" 


이외에 앱을 개선시키는 아이디어 등이 있지만 아직 confidential이므로 ㅠ.ㅠ   


그리고, 고객님/튜터들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채널을 확보하게 되었다. "궁금한 것은 여쭤보자. 새로운 것은 바로 알리자" 가 가능한 그런 채널. 이런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링글이 고객 중심의 서비스로 나아가는 가장 큰 차별화가 되리라 개인적으로 확신한다.


2018년은 또 어떤 루틴을 살지 궁금하다.적어도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2018년 역시 동일한 52주의 삶의 연속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반복이 즐거울 수 있음을, 반복이 새로움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깨달은 2017년이기에, 2018년에 살 반복적 일상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2017년, 52주 동안 같은 삶을 무한 반복하며 살았지만,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무한반복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business 가 돌아가고 있고 성장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하기에, 더 빠른 무한반복 삶을 살아가길 기도하며, 2017년 마지막 글을 마치려고 한다.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고생했다. 하지만 게으른 순간들이 문득 있었음을 반성하고, 2018년에는 게으름이란 단어가 네 마음과 머리에서 인지되지 않게 하자. 더 부지런해지자.더 열심히 살자. 너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기에, 네가 할 수 있는 성장의 방식은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다. 그런데 그 열심히 사는 반복이, 너에게 똑똑함을 안겨주리라 믿는다. 힘내자 화이팅” 


2017년, 송구영신 예배 가기 전 남긴 글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