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관점에서 믿음이 가고 일하기도 편한 사람(상사/팀원)이 있다. BCG 시절, Ringle 시절 떠올려보면 그런 분들의 공통점이 있다.
1.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내가 좋아했던 상사 분은 정말 팀원을 가리지 않았다. 팀으로 배정된 사람이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던,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던간에, '뭐 잘하면 되는거지!' 라는 마인드로 안정감있게 잘 운영해 주셨다. 그런 자신감이 느껴지고 안정감이 전달될 때, 함께 일하는 팀원 입장에서 '그래, 이사님/팀장님이 잘 해주실꺼니까 걱정하지 말자' 하며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안정감을 준 리더 분들에게는 '일단 팀원들이 해온 아웃풋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내가 메꾸면 된다. 그 부족한 부분 메꾸는데 시간 많이 들지도 않는다' 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깔려있기도 했다.
2. 일을 가리지도 않는다.
세상에 일을 가리는 분들이 참 많다. 하고 싶어하는 일만 하려는 분들도 있고, 본인이 잘하는 일만 하려는 분들도 있다. 못하는 일 & 평범한 일은 피하려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좋아했던 상사 분들은 일을 가리지 않는 분들이었다. 그리고, 어떤 일이던간에 그 일의 의미를 잘 찾아주신 분들이기도 했고, 확실한 impact 를 통해 value 를 만들어 냈던 분들이기도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승훈님, 나도 꺼려하는 일이 있긴 하지.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도 없고, 이게 일을 오래 해보면 깨닫게 되겠지만 내가 꺼려했던 일이 나중에 나에게 큰 도움이 될 때도 많기도 해. 그래서, 일은 그냥 하면 되는 거야. 나에게 주어진 일은 다 중요한 일이고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하면 맘편해~' 말씀해 주신 것 들으면서 많이 느끼기도 했다.
나의 15년 커리어를 돌이켜보면, 의미없는 일은 솔직히 없었다.
3. 자기 관리가 된다.
일하기 편했던 분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관리 잘하는 분들이었다. 자기 관리에는 1) 건강관리, 2) 시간관리, 3) 멘탈관리, 4) 착장관리 등등이 해당된다. 항상 깔끔하고 준비된 모습으로, fit 한 자세와 복장으로, 미리 대기하고 준비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적/합리적/논리적/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분들이었다. 가끔 회식 등 통해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그 순간 마저도 보통 중요한 일이 끝난 타이밍에, 팀이 다소 지쳐있을 때, 솔직한 마음을 '웃으며' 말씀하시는 과정에서, '저 분도 사람이었어.. ㅎㅎ' 라는 마음 느껴지게 말씀해 주셨던 기억이 있다.
4. 잘 듣는다.
일하기 편했던 분들은, 듣는 태도/집중력이 좋았던 분들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말하기 편했다. 정말 귀한 능력이다.
5. 인정을 구하지 않는다.
일하기 편했던 분들은, '인정'을 구하지 않았다. 솔직히 인정을 구하는 분들이 꽤 많다. 물론, 타이밍 좋은 인정은 필요하기도 하다.
다만, 일하기 편했던 분들은, 오히려 적절한 타이밍에 피드백을 요청한 분들이 많다. 저 잘하죠? 보다는 제가 무엇을 더 잘해야 하죠?라는 질문을 '불안감' '조급함'이라는 감정 없이 구한 분들이었다. 그 만큼 본인이 무엇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러기에 안정감있게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6. 긍정적이고, 웃는다
일하기 편했던 분들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일, 사람,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깔려있었다. 참고로, '뭐... 어떻게든 되겠지..' 와 '쉽지 않다잉? 그런데 결국 잘 될꺼야. 결국 마지막엔 잘 되더라고!'라 이야기 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정말 운에 맞는 것이고, 후자는 '어렵지만 극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전달되는 안정감 자체가 다르다.
긍정적임은 '포기하지 않았고, 그래서 결국 해냈던 경험의 축적'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가끔 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웃지 않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1~6번을 종합해서 한 단어로 표현하면, 내가 일하기 편했고 그래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분들은 '성숙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분들을 거울삼아, 미성숙한 나의 모습을 반성하고 고쳐나갈 수 있었다.
일하면서 편했던, 그래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분들을 오랫만에 만나면 진짜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크게 일어난다. '과거의 당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아직 성장하고 있습니다' 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기 때문에, 눈에서 표정에서 마음에서 그 반가움이 전달되는 듯하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을까? Ringle 에서 팀에게/유저분들께 나는 그런 사람일까? 오늘도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