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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Nov 07. 2018

인사이트-초과성과-초심의 저글링

세마리 토끼를 쫓는 사업가의 주절거림


1. 데이터 속에서 인사이트를 찾고 서비스에 반영하기 



패턴과 인사이트를 발견해내는 방법 중 하나는, 가장 무식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raw data 를 계속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컨설팅계에서 '바다를 끓인다' 라고 표현되는 방법인데, 노가다이긴 하지만 효과는... 사실 매우 좋다.


과거 컨설팅 시절, 향후 지역 별 플랜트 발주 트렌드를 예측하기 위해, 지난 10년 간 발주되었던 모든 프로젝트들의 발주처, 프로젝트 spec & scope, 수주처, 금액 등을 여러개의 리서치회사 자료 및 desk research 를 통해 모은 적이 있다. 이 세상에 없는 DB 였는데, 약 1달 간 정말 개고생해서 전 세계 플랜트 DB 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지역 별 발주의 특징 및 향후 발주 전망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1달 동안 프로젝트 하나 하나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 이라는게 생기고, 뭔가 업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함을 느꼈다. 


'아.. 이 지역에서는 결국 주로 이런 프로젝트들이 언제 어느시기에 누구에의해 발주되는데, 그 누구는 쩐주가 누구고, 그래서 이런 유형의 프로젝트를 발주해서,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요러한 것을 맞춰줄 수 있느냐이고, 수주처 중에서 A 라는 업체가 그걸 기가막히게 사전 파악하고 입찰해서 따가는... 하지만 공사를 망쳐먹어서 향후 또 받아먹을지는 의심이 되는... 그래서 우리가 입찰하면 잘될지도 모르는...'


요런 인사이트들이 마구 샘솟기 시작했다. 


물론 머리가 매우 좋은 사람, 또는 우리의 빅데이터 & AI 조합은 놀라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사이트를 뽑아낸다고 하지만 -_-;;;;  놀라운 수재 & 이미 많이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친 AI 가 아니면 데이터 분석만으로 놀라운 인사이트 뽑는것은 어렵다.


사람의 근면성실성과 바다를 끓여보겠다는 미친각오를 가지고,  참을인 참을인을 되내이며 데이터를 계속 읽고 찾고 되내이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속에 패턴이 보이고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이 구체화되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바로 바다를 끓이면서 인사이트 찾기의 본질인거 같다.


지난 2~3 년 간 Ringle 을 운영해오면서, 많은 수강생분들을 만나고, 또 그 분들과 함께 고민하며 영어의 문제를 풀어나갔다. 2~3년이 지나다보니, 링글을 통해 효과를 분들도 계시고, 링글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분들도 계셨다. 나는 그분들과 만나기도 했고, 중간중간 함께 영어를 잘하기 위한 전략도 짜고 수업 수강 계획도 짰기에.. 수강생 한 분 한 분의 history 를 머릿속에 무의식적으로 기억하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성공하는 수강생의 패턴'이 마음속에 남게 되었다.


가설적으로 '영어 공부가 절박해질 때 제대로 시작해서, 약 90일 간 독한 마음으로 실행한다. 그러면 1년을 쭉 가게 되고, 1년 후에 크게 성장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였다.


그래서, 그 가설이 맞는지 분석을 해봤는데, 얼추 맞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다수 수강생 분들이 영어 공부가 절박해지는 시점은 연말/연초였다. '왜 나는 올해도 이모양인가.. 내년에는 제대로 해봐야지..' 이런 마음을 느낄 때, 하루이틀 미루지 않고 바로 영어공부 실천에 옮기신 분들, 그리고 월 6회 이상 꾸준히 수업하며 '루틴'을 만드신 분들이, 결국 연말에 유학에 붙으시거나 해외취업에 성공하셔서 결국 현장으로 떠나셨다.


분석을 통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컨설턴트 출신 사업가의 로망이긴 했는데, 이번에 그걸 실행으로 나도 옮겨보았다.


2018년 말 / 2019년 초 링글의 프로모션이 탄생된 배경이었다. 링글 입장에서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되, 단기간에 많이 수업을 듣게 유도하여, 결국 루틴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이번 프로모션의 핵심이었다.


루틴을 만들어 들이기. 그 것이 수강생과 링글과 튜터가 win-win-win 하는 비결이기에, 이 인사이트를 상품-프로모션-메세지-수업운영 등에 align 시킨 것이었다. 


결국, Raw Data 를 계속 보고 읽고 찾고 생각하는 것이, 업을 관통하는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는, 다소 무식하고 오래 걸리지만 확실한 방법임을 이번에도 느낄 수 있었다.



2. 성과를 만들어내기.


그런데 인사이트 기반으로 서비스/프로모션을 만들었다고 한 들, 이로 인해 성과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사실 도로아미타불이다. 사업가의 숙명은 성과를 만드는 것에 있기도 하고, 성과가 나와야 팀이 더 자신감을 가지고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에는 오랫만에 수치화 된 상세목표를 정했다. 


'링글을 통해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수강생 분들을 독점하기. 왜냐면 독점할 수 있을 정도의 서비스 Quality 를 얼추 만들어 놨으니.'


'아무쪼록, 독점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치는 xx 인데, xx를 3개월 내 달성하기'


목표에 대한 이유가 있었고, 목표에 대한 구체적 지표가 있다 보니, 하루하루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tracking 이 되고, 초과달성하면 그 이유를 찾아 (어디서 운이 터졌는지?) 반복될 수 있게 만들고, 과소달성하면 또 그 문제의 원인을 찾아 성과가 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결국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구체적인 목표와, 그 과정에서의 잡착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다를 끓이는 방법으로 인사이트를 찾는 방식과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집착?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실시간으로 문제를 찾아 대응하고, 결국 목표를 달성하게 만드는 과정.


과연 목표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인사이트를 동반한 프로모션이 의도한대로 작동하고, 결국 높은 성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순간순간 더 집중하고, 사소한 실수라도 놓치지 않다 보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3. 초심을 상기하기


그런데 이 목표를 정하고 성과를 tracking 하는 것의 큰 폐해 중 하나는 숫자가 목표가 되어버리는 현상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숫자는 결과지표인데, 이것이 과정지표가 되어버리면, 성과 자체는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매우 평범한 조직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냥 세상에 존재하는, 숫자를 달성해 나가는 그런 조직.


오늘 오랫만에 링글을 2년 간 학생 시절부터 현 직장인 시절까지 수강해주고 있는 분을 만났는데, 그 과정에서 초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승훈: '요즘은 어떻게 수강생 분들의 영어실력이 느는지 잘 진단하고, 이를 push 해서 영어에 대한 모티베이션을 얻게 할지가 고민입니다. 위기감을 느끼게 해드리고도 싶은데 블라블라'


수강생님: '제가 사실 오랫만에 수업을 했는데, 그 튜터는 일본인 출신이었지만 아시아에서 자랐고, 지금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너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신나게 대화했어요. 물론 링글은 좋은 교정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너무 좋지만, 좋은 대화가 없으면 이것도 평범해 질 수 있거든요. 아이비리그 출신 튜터는 아니었지만 xx 와의 대화가 너무 재밌어서 너무 좋았고, 특히 그 튜터가 아시아에서 자랐지만 3가지 노력을 통해 영어를 극복한 이야기를 듣고 '나도 그렇게 하면 저 친구처럼 되어서 석사/박사를 가도 잘 경쟁할 수 있있다'는 희망도 보았어요. 링글의 본질은 잘 진단해주고 잘 교정해주는 것도 있지만, 수업 한 번 한 번이 너무 재밌고, 그 대화 속에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승훈: 아... 사실 수업 한 번 한 번을 통해 수강생분들이 좋은 대화를 하고, 그래서 성장하고 싶음을 느끼고, 그래서 노력하고, 다시 소통하고, 꿈을 꾸고, 노력하고... 이게 링글을 만들 때의 초심 중 하나였는데, 오랫만에 초심을 다시 상기하게 되네요..



요즘 성과에 집착하다보니, 스스로도 잠자기 전 '내가 초심을 지키고 있나' 라는 반성을 하려던 찰나에 그냥 잠들어버리곤 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수강생님으로부터 링글을 하는 이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 번 초심을 생각하게 되었다.


링글의 초심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그 사람을 느끼고, 나를 되돌아보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설레임이 생기고, 더 잘 소통하기 위해 영어를 연마해나가는 일종의 성장기였는데...?!?!?!?!?!!!!???!!? ㅎㅎ


사업은 참 어렵다. 인사이트를 찾아서 성과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좋은 영향력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 마치 저글링같다. 어느 하나 놓치는 순간 모든 것이 허물어져버리는 그런 저글링. 인사이트 찾는 것도 어렵고, 그걸 서비스로 녹여내는 것도 어렵고, 그 과정에서 초심에 기반한 선한 영향을 만들어 내는 것도 어려운데, 이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만들어 내려는 과정 자체가 참 쉽지 않은 여정인 것 같다.


세상에 큰 성과를 내는 조직은 너무 많다.

괜찮은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기업도 많다.


그럼에도 내가 사업을 시작했고, 여전히 하고 이유는, 내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스스로 납득할만한 영향력을 만들어 것이었는데... 그 과정을 잘 가고 있는 것인지?


요즘 한 달,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살았었는데, 성과 지표들을 보면서, 그리고 사람들과 오랫만에 솔직한 대화를 나누면서, 다시금 왜 링글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 고민을 해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수강생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고객은 우리를 통해 성장하고, 우리는 고객을 통해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결국 성장해나가는 그런 모습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 이를 위해 인사이트도, 성과도, 의미도 어느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요즘이다.



중구난방이지만, 요즘 내 사고과정을 솔직히 드러낸 난잡한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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