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했는데 실패로 이어진 경험은 약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과거 한 스타트업의 개발팀의 분위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었다. 코드를 단순히 잘 짜는 것보다, 회사와 유저에게 도움이 되는 코드를 짜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코드를 잘 짜기 위해서는 개발팀의 '서로 리뷰해주고 피드백해주는 문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다수 있었다. 그들에게 '어떻게 그런 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는지?' 물어봤을 때 들은 답변은.. '지금 개발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과거 회사가 문을 닫는 과정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회사가 잘 안되는 과정을 보며 공통적으로 1) 성과에 align 되어있는 코드가 중요하다, 2) 능력있는 개발자 선발 그 이상으로, 개발팀 문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였다. 실패를 경험한 분들이야 말로, 성공을 하기 위해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분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회사의 업무 강도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은 주관적이고 각기 다르다. 그런데 직전 회사에서 나름 매우 열심히 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좋지 않은 경험/기억을 가지고 이직한 분들 중, '이 정도 강도면 사실 괜찮은데요? 업무 강도 자체가 보다는,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사람들과, 왜 해야 되는지 이해가 되는 일을 몰입해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큰 만족하고 있습니다. 직전 회사에 비해 업무 강도는 쎄지만, 더 중요한 부분에 대한 만족이 커서 오히려 할 만 해요' 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적응을 빠르게 하고 성과를 빠르게 낸다. 직전 회사에서의 실패 경험으로 인해, '내가 일을 온전히 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감사'가 생기고, 그런 마음은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
아무쪼록,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속담이 참 맞다고 생각한다. 실패는 그 과정에서 1)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해주고, 2) 나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는 힘 (예: 일 많다고 불만을 투털투덜하는 사람에서, 일을 온전히 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를 하는 사람으로 바꿔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채용 과정에서 '이 분이 어떤 실패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셨는지?' 꼭 물어보는 편이고, 그런 스토리가 있는 분에게는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offer 를 드릴 수 있는 듯하다. 오히려, '저는 실패한 경험 보다는 잘한 경험이 더 많아요' 뉘앙스로 본인 셀링을 하는 분을 만나면 '어떤 분인지 잘 보이지도 않고, 쌔한 느낌도 든다. 그냥 선발하지는 말아야겠다' 생각을 하게 되는 듯하다.
결론적으로 제대로 실패를 해봤고 그 과정에서 의미있는 시사점을 얻은 분들은 회사에 적응을 잘할 확률이 높은 분들이다. 실패 자체를 부끄러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