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레스토랑과 스타트업

by 이승훈 Hoon Lee


미슐랭 레스토랑을 많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사회생활 약 20년 하면서 1년에 한 두 번 가본 경험들이 어영부영 쌓이다 보니, 한국/미국/유럽 등에서 좋은 식당 가본 경험들이 누적이 되었다.

그렇게 경험한 원-투-쓰리스타 레스토랑의 느낌에 대한 나만의 정리는 아래와 같다.

원스타: 플레이팅이 매우 화려하고, 소스/재료가 많이 투입되는데 (음식에 힘을 엄청 줬구나...), 상대적으로 빠르게 배가 부르고, 뒤로 갈수록 뭔가 살짝 질린다. 전반적으로 좋은 경험이지만, 가격 대비 또 오고 싶은지는... 모르겠는 곳이 솔직히 더 많음.

투스타: 카테고리 리더로서의 차별적인 맛(예: 한국 내 이탈리안의 넘버원, 국내 스시야 중 대가 등)이 확실히 느껴지고, 식당이 덜 분주해서 식사에 집중할 수 있는데, 'Unique 한 경험이다' 관점에서는 살짝 아쉽고, 여전히 다소 비싼 경험으로 느껴진다.

쓰리 스타: 중식/일식 등 카테고리를 떠나, 셰프가 가진 요리의 정의/철학에 기반을 둔 음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오고(또 그 관점에서 음식/재료에 대한 특별한 설명을 짧게 듣기도 하고), 음식/디시가 심플한데 매우 기억에 남고, 양도 적당해서 마지막까지 기분좋게 집중할 수 있고, 무엇보다 셰프가 주고 싶은 최고의 경험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스타트업에도 꽤 유사하게 적용되는 듯 했다.

열심히 제품을 만들기 시작해서, 어느정도 알려지고 시드 이상의 투자를 받게 되면, 보통 원스타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듯하다. 기능도 많이 생기고, 또 특정 기능에 힘을 팍팍 주면서 차별화를 만들어 내려고 하지만 (우리 꽤 잘 만들거든요? 이거 매우 열심히 만들었거든요?) 유저 입장에서는 '왜 좋다고 하는지는 알겠는데, 과하다는 느낌도 솔직히 쫌 많아'는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되는 듯하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시행착오를 잘 이겨내고 또 시간을 버텨내다 보면, 특정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사업자로 성장하는 기회가 찾아오는데, 그 때는 해당 업에서의 오랜 데이터/기술력/경험을 바탕으로 경쟁사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깊이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단계까지 올라서게 되는 듯하다. 다만... 글로벌 스케일의 Good to Great 서비스가 되기에는, 아직 특정 카테고리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한계에 직면해 있는 (즉, 해당 카테고리를 넘어서 멀티 카테고리를 매우 잘 커버하거나, 글로벌 스케일의 압도적 서비스로 성장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이 있는) 단계를 마주하는 듯하다.

그 때부터는 창업자/리더십/팀이 내린 업의 정의, 그리고 우리가 정의한 우리 회사/서비스의 Identity 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실제 해당 value 를 느낄 수 있는 서비스/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결국 유저의 감동적 경험-재경험-재경험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의 단계로 넘어서는 듯하다. 그걸 해내는 업체는 전 세계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서비스로 거듭나게 되는 듯하다.

Ringle 은 어떤 단계일까? 우리는 궁극의 서비스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기를 갖추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 결론은 '일단 기본적 자격을 갖기 위한 최소한의 scale 까지는 어떻게든 만들어 보자' 였다. 즉, 매출/수익 기준 특정 Scale 까지는 내년까지 꼭 도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그 정도 Scale 까지는 성장할 수 있어야, 서비스의 차별적 깊이감을 더할 수 있으면서도, 업을 재정의하고 회사의 전략적 방향성을 논의할 수 있는 기본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기능만 가장 쉽게 제공하는 서비스. 서비스를 넘어 가치를 전파하고, 그 가치가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온전히 느껴지는 서비스. 서비스가 곧 마케팅이 되고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서비스.

언젠가는 도달해 보고 싶은 궁극의 경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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