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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sh Oct 22. 2018

영화 '퍼스트맨'이 진짜 말하고자 했던 것

'허무'라는 인간 심리에 대해

하반기 기대작 영화 '퍼스트맨'에 대해 다양하게 평이 엇갈린다. 많은 사람들이 뭔가 번짓수를 잘못 짚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한 마디 하고 싶어졌다. 데미안 셔젤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에 대해.



관객들은 대부분 이미 '퍼스트맨'이 '라라랜드'와 '위플래시'를 만든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마션'의 연속된 우주영화의 흥행으로 한 껏 고조된 기대감을 안고 영화관을 찾는 모양새다. 그럴 수 밖에.


그러다보니 사실상 '그래. 나 이렇게 눈 높이가 높아졌는데 어떻게 만족시킬 거야?' 라는 식의 태도로 이 영화를 바라볼 준비를 마친 상태다. 근데, 영화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고 감독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영화를 보고 혹평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루하다'

'볼 거리가 없다'

'새로울 것이 없다'

'마지막 IMAX 7분은 볼 만하다'

'달은 체험해 볼 수 있다'

'닐 암스트롱의 전기 영화다'

'다큐 영화다'




데미안 셔젤 감독은 단지 이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 놈에 달은 도대체 왜 간 거야?"


'퍼스트맨'은 '닐 암스트롱'의 전기 영화도 아니고, 아폴로 계획에 대한 다큐 영화도 아니고, 달을 보여주고 싶어했던 체험 영화도, 우주 재난 영화도 아니다.


단지 '허무'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했다.


냉전체제가 만들어낸 비정상적 우주 경쟁이 빚어낸 촌극. 그 가운데 희생되어 나간 우주 비행사와 일반 시민의 삶. 실제 그 일을 수행해야만 했던 당사자들의 고난.


인간이 정말 달에 가고 싶어서 갔던 게 아니었고, 고장난 안전밸트를 수리하려고 맥가이버칼을 찾을 정도로 준비는 허술했으며, 우주 계획을 논하는 데 파리가 윙윙 거리고, 너덜너덜 노출된 전선이 합선되서 당대의 인재들을 잃고, 발사된 우주선 내부는 언제 폭발할지, 언제 부서질지 모르게 볼트가 삐걱댈 정도로 불안하고, 우주비행사들은 좁은 공간에 같혀 작은 창문 틈으로 보이는 시커먼 공간이 우주임을 짐작할 수 밖에 없고, 달 표면에 도착했을 땐 회색 바위와 흑먼지 가득한 것 외엔 아무 것도 없고, 여전히 시커먼 우주 하늘엔 지구가 기껏해야 겨우 초승달처럼 조그맣게 떠 있고. 한 사람에겐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에겐 거대한 도약이라는 립서비스는 날렸지만 당췌의 이 허무함은 이루 말할 길이 없다.


달 표면에서 IMAX 장면은 달을 체험하게 해주려고 찍은 게 아니라 '허무'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다. 이것이 바로 그토록 달의 지평선과 닐 암스트롱을 오래도록 비춘 이유다. 감독은 달 표면에서 모든 주제 의식 '허무'를 표현했기 때문에 달에서 귀환하는 장면이나 또 다른 위기 따위는 불필요했다. 단지 귀환 후 아내와의 첫 대면에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던, 할 수 없었던 '허무'를 이야기하며 영화를 끝마친 것이다.


'닐 암스트롱' 역시 이 '허무'를 이야기하기 위한 감독을 대신하는 화자일 뿐이기에 데미안 셔젤 감독은 암스트롱을 영웅화하지도 신격화하지고 않았으며, 더욱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허무'이다 보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달표면에 '성조기'를 꽂는 등의 장면따위는 전혀 필요 없었던 것이다.


지루하다고 이야기하는 영화의 초반부 역시, 왜 그렇게 달을 갔어야 했는지를 꼬집기 위한 세밀한 장치들이다. 간간히 튀어나오는 소련과의 우주경쟁 이야기, 대통령의 연설, 당시 TV 프로그램의 자료화면, 일반 시민들의 인터뷰, 민중들의 데모까지.


우주라는 공간이 그간의 숫한 영화에서 다뤄오듯 멋진 오락적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보통의 우주 영화에서 제 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듯, 멋진 우주 공간에 우주선이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한평짜리 좁은 우주선 안에서 실제하는 것임을 닐의 시선을 통해 말하는 것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몇 가지 확실해졌다.

데미안 셔젤 감독은 '인간의 심리'와 함께 '시선'에 대해 대단히 관심이 높은 감독이라는 것.

또 한 번 차기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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