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학년도를 마무리하며
5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이번 학년도 이렇게 지나간다. 크게 말썽 부리는 학생 없이 자잘 자잘한 추억 쌓으며 이렇게.
미국에 온 뒤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지 못한 나는 집과 학교를, 매일 같은 길을 10년이 넘도록 지나다녔다. 학교가 좀 먼 관계로 새벽 5시에 나가서 저녁 5시에 집에 도착하는, 매일 같은 스케줄.
이제 막 교직을 시작한 한 교사는 이 긴 시간을 어떻게 보냈냐고 묻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서울에서 첫 발령을 받았던 99년의 그날과 별로 다름이 없게 느껴진다.
지나간 세대가 미래의 세대를 가르치는 어색한 관계가, 늘어나는 주름이, 침침해져 가는 눈이 어쩌면 내가 선 곳에 있을 날들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얘기해 주는 듯하다.
그래도 매일 아침 아이들의 밝은 미소는 그 모든 부정적 잡념들을 저 멀리 날려 버릴 만큼 강력하다.
올여름에는 여름학기와 다음 학기 준비로 많이 바쁠 것 같다. 이런 분주함이 아직은 싫지만은 않으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