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저절로 되는 일은 없어

세심한 관찰, 소그룹 활동

by Seunghwan Connor Jeon

여름철 토요일 아침은 격주로 잔디를 깎고 정원을 다듬는다. 한 주만 건너뛰어도 잔디는 울퉁불퉁 모양새가 나빠지고 심지도 않는 잡초들은 지나치게 빨리 자라는 통에 웬만하면 정해진 일정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9시는 잔디를 깎기에 더워서 힘들고 7시에는 너무 일러서 이웃들의 수면에 방해가 되어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잔디 깎기 기계를 쓸 수 없다. 부족한 시간 때문에 일을 설렁설렁해서도 안된다.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식물이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거나 잡초가 다른 식물들을 방해하여 예기치 못한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오늘의 계획은 얼른 정원일을 끝내고 아직 자고 있을 고등학생 아들을 깨워 미처 끝내지 못한 마리오 브라더스의 스테이지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순조롭게 잔디도 깎고 정원 손질도 끝낸 후 스프링클러를 점검하던 차 스프링클러 하나가 부서져 버려 물이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아들과의 게임은 다 했구나’


땅을 파고 부서진 스프링클러를 새것으로 교체하려면 족히 30분은 걸릴 것이다. 스프링클러를 교체하기 위해 땅을 파니 주변에 나무뿌리가 깊게 파고들어 교체가 쉽지 않았다. 이 일이 마무리되었을 때쯤에는 이미 시간은 9시가 넘었고 나는 강렬한 태양볕 아래에서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쉽지 않아, 세상일. 오늘 같은 아침에는 귀찮고 하기 싫은 일들이 자동으로 해결되는 그런 무엇인가를 새삼 꿈꾸게 된다.


개인의 삶은 물론 학교에서의 일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자동으로 잘 돌아가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는 살펴보아야 하고 또 누군가는 땀을 쏟아야 한다. 이러한 일들에 게으르거나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태도는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하고 학생들의 교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교실에서 소그룹은 필수적인 활동이다. 교사는 소그룹 활동을 통해 전체 수업에서는 알 수 없는 학생들의 세밀한 필요를 보고 느끼게 된다. 이 시간은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내용은 물론, 작은 대화에서 학생들이 겪는 가정에서의 일이나 심리상태까지 점검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시간이 된다. 나와 직접 만나지 않는 다른 무리의 학생들은 주어진 과제를 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성격의 과제를 수행하기도 한다.


문제는 교실에서 소그룹으로 나누어 수업을 하는 것이 마냥 쉽지 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교사는 이 시간을 갖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업을 설계해야 하고 다소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이 활동을 계획된 대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원일을 아침 일찍 계획에 맞추어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교실에서 필요한 활동을 계획 한대로 꾸준하게 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소그룹 활동이 잘 운영될 때, 그 효과는 매우 크다. 학생들은 더 많은 기회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교사는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개별 학생의 이해 수준과 학습 태도를 더 깊이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은 또래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협력과 존중을 배우고 사고의 폭을 넓히게 된다. 교사는 이러한 소그룹 활동이 긍정적이고 역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명확한 역할 부여, 기대 행동에 대한 안내, 그리고 끊임없는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결국, 소그룹 활동은 단순한 분할 수업이 아닌, 교실 속에서 관계와 학습을 동시에 성장시키는 전략이 될 수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둥글게 둥글게 빅 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