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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Sep 12. 2016

힘 내. 좋은 날이 오겠지

이제 갓 미국에 도착한 학생에게

지난여름방학중 교사 연수에서 우연히 만난 교사로부터 최근 본인의 반에 입학한 학생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초등 3학년인 이 학생은 한국에서 온 지 3주가 채 안되었고, 누나와 형이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형과 누나가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싶어서 왔고 현재는 어머니와 함께 친척집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입학 이전부터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지원을 했으나 당시에는 자리가 없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재의 학교에 입학을 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한국어 이중언어 프로그램이 없는 현재의 학교에서의 적응이 염려가 되어 우리 학교와의 전학을 상담하기 위해 나를 찾아온 것이다. 


현재 학생은 말 수가 부쩍 줄고 친구를 무척이나 그리워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비슷하게 생긴, 같은 언어를 쓰는 친구가 반에 없다는 것도 우울한 이유중의 하나라고 한다. 내가 줄 수 있는 조언이라고는 현재 우리 학교가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과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 정도였다. 설명을 듣고 난 뒤 어머니는 막내를 우리 학교로 전학을 시키고자 했다. 미국도 한국과 같이 학군이라는 것이 있어서 학교 선택에 제약이 있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 지역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이 학생의 경우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찾아 전학을 요청하는 것이므로 원하는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않는 현재의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어머니의 바람은 학업적 성공이나 영어의 빠른 습득보다는 막내가 미국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것이라 했다. 바른말이다. 정서적 안정이 선행되지 않은 성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학이 이러한 부모의 바람을 충족시켜줄 어떠한 보장도 해 줄 수 없지만 획일적이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학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이들 학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다양한 학생들의 개인적 필요를 보다 세밀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낯선 이국땅에서 정착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민생활에서의 어려움들은 자녀들의 생활과 학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교실에서 어린아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다양한 이유로 위기에 처한 가정의 모습이 학생들의 얼굴과 행동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본다. 교사에 대한 사회의 기대와 책임이 다르기 때문인지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을 보는 교사로서의 부담감은 한국에서 교직에 있을 때 보다 이곳 미국에서 더 크게 다가온다.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더 없이 간절히 느껴지는 오늘이다. 부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든 가정과 그 자녀들의 생활과 학업이 안정적이기를, 성공적이기를 두 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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