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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Mar 20. 2020

코로나 19 / COVID 19

미국에서 바라보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처법

남캘리포니아는 늦겨울과 이른 봄이 우기이긴 하지만 며칠 비내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쨍하고 여름 해가 비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하늘이 꾸물꾸물 비가 내리다 말다 하기를 벌써 2주째다. 오늘은 2020년 3월 19일, 목요일. 코로나 바이러스로 휴교를 시작한지 4일째 되는 날이다. 월요일부터 학교에 가지 않는 아들은 계획표대로 아침부터 밤까지 바쁘게 지내고 있다. 계획표는 한국어 공부, 책읽기, 피아노 연습, 창의적 활동, 온라인 학습, 운동, 영화 보기 등으로 채웠다. 장거리 출퇴근으로 평소 많은 시간을 아들과 함께 보내주지 못하는 나로서는 경황없이 시작하게된 휴교가 일상에 예상치 못한 쏠쏠한 재미를 가져다 준다. 거실에 큰 박스를 세워두고 즐기는 간이탁구는 그 쏠쏠한 재미의 일부분인데, 평소 진지함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보기 어려운 아들이 탁구 게임에서 이기고자 집중을 하며 지어보이는 표정에서 사뭇 진지한 스포츠맨 정신을 보기도. 풉!


학교에서 이번 휴교를 시작 하면서 정보담당 교사로서 많이 바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교육국에서 내려오는 지침에 따라 각 학교에서 휴교를 시작하면서 준비해야할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월요일 부터 학생들이 원할 경우 가정에서 쓸 수 있는 크롬북 대여를 준비해야 했고, 각 가정에 배부해야하는 각종 온라인 자료들을 모으고 이것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야 했다. 지금도 매일 아침마다 일정 시간을 할애하여 학부모들과 소통하고 하루 일과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는 이민자가 많은 곳으로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학업적으로 돕는데 한계가 있는 가정이 많아서 이러한 정보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사들의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 필자는 다행히도 평소에 테크놀러지에 관심이 많을 뿐더러 이를 자주 활용하고 있는 편이라 이런 것들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이에 능숙하지 않은 교사들을 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국은 여러가지 학습 사이트들이 존재하고 이 서비스들이 교과목을 전체적으로 포함하고 있어서 학생들이 한, 두개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만으로도 학습이 충분히 되는 것 같은데 미국의 경우 이렇게 포털사이트와 같이 교과서의 모든 학습 내용을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아는 바로는. 주마다, 시마다, 학교마다 각기 다른 교과서를 채택할 뿐더러 교육과정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뼈대를 구성하는 Common Core State Standard를 제외하면 학교마다 교육과정의 운영은 판이하게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게다가 지역마다, 학교마다 중점을 두는 미션과 비전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운영에서의 차이점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곳의 교사들은 포털과 같이 한 곳에 모여있는 자료를 사용하기 보다는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찾아서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그 학생들이 소속된 지역사회에 맞게 가공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 역시도 이러한 자료들을 모아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생들에게 매일 전달하고 있는 중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경제적 빈곤지역으로 학생 전체가 무료로 3끼 급식을 제공받는다. 이번 휴교 때문에 당장 급식에 의존했던 학생들이 어려움에 처했으나 다행히도 지역별로 급식을 받아서 갈 수 있는 학교들이 선정되어서 학생들은 이들 60개 장소에서 급식을 받고 있다. 맞벌이 부부와 가정형편에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분명 희소식이나 급식 장소로 선정된 학교들이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교육구를 담당하다 보니 실제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꼼꼼하게 잘 살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인터넷 보급률 역시 한국과는 사정이 사뭇 달라서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학생들도 여럿 있는데 통신회사들이 일시적이나마 무료로 인터넷 망을 개방하여 쓸 수 있도록 하여 가정에서 학습하는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학교에서 크롬북을 대여하고 무료로 제공되는 인터넷으로 온라인으로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은 일단 마련된 셈이다. 


한국의 코로나 대처에 대해서 외신들의 찬사가 자자하다. 필자는 이러한 사태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있어서도 한국정부가, 한국의 국민들이 세계의 어느 선진국 보다도 더 잘 대처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한국의 역사나 국민성을 볼 때 모든 면에서 앞으로 더 잘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분방하지만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단결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전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나라가 그리 많지 않지만 한국은 그 드문 예중에 하나에 속한다. 이번 사태에서도 이제까지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안정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국민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어제 필자가 보낸 여러 학습자료중에 그림을 그리는 활동이 있었는데 재미있었다며 형제와 엄마가 함께 그림을 그려서 보내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하다 보면 이 기간이 그리 어렵거나 힘들지만은 않게 만들수도 있을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휴교가 여름방학때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어 놓기도 했다.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학생들과 학부모, 지역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또한 더 커져갈 수 밖에 없다. 아무쪼록 세계의 지도자들이 상호협력하여 슬기롭게, 최소한의 피해로 이 위기를 극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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