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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한 달 살기(Day3)

근데 이제 19개월 아가와 3살 강아지도 데리고

by 승혜

이 이야기는 2023년 8월 15일부터 9월 16일까지 파리에서 보냈던 우리 가족의 기록입니다.




Day3.

앞으로 한 달을 보낼 파리 집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아침이 밝았다. 아침에는 동네 빵집에서 사 온 바게트로 아침을 먹어야 프랑스지! 라고 생각한 나는 일단 동네 괜찮다는 빵집을 아침에 방문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8월 중순=파리 사람들 휴가기간이라 동네 블랑제리 문 연 곳이 거의 없었다… 기대하며 구글맵에 저장해 둔 두 곳을 들렀으나 다 헛걸음이었다. 산책한 셈 치기로 했다.(아침 먹이고 나오길 잘했다.)


대충 8월 29일까지 문 닫는다는 내용



한국에서 가져온 강아지 사료가 곧 동날 예정이라 동네 마트 여러 곳을 들러 살펴봤지만 놀랍게도 프랑스엔 우리 오구가 먹는 나우프레쉬 사료는 팔지 않았다. 사료 포장지에 프랑스어가 쓰여있어서 당연히 프랑스에도 팔 것이라 생각한 내가 바보 같았다. 캐나다 사료라서 영어와 불어가 다 쓰여 있는 것뿐. 한국에서 출발할 때 파리도 다 사람 사는 덴데 있을 건 다 있다고 생각하고 구비해오지 않은 물건 두 가지. 강아지 사료와 아이 기저귀. 우리 아이의 경우는 리베로 기저귀를 쓰는데 파리에는 리베로가 없고 대신 펨퍼스 기저귀를 흔하게 팔길래 펨퍼스로 대체했다. 다행히 아이가 기저귀를 많이 가리는 편이 아니라서 무사히 잘 갈아탔다. 파리에 사는 친구의 말로는 의외로(?) 한국에서 파는 여러 수입물품이 프랑스에는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료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리 오구는 장도 예민한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튼 빠르게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오후에 큰 동물 용품점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동물용품점은 <애니멀리스 Animalis>라는 곳이었고, 12구 Bercy에 있는 곳이었다. 15구에도 매장이 있긴 했지만 12구 애니멀리스가 훨씬 큰 매장이라 우리가 필요한 물품들이 다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방문했던 애니멀리스



파리에서는 대부분의 강아지들이 실외배변을 하는지 배변패드도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없었다. 우리는 오구의 사료와 배변패드, 오구의 간식, 놀잇감 등을 사기 위해 12 구로 향했다. 애니멀리스 직원과 상담을 하고 오리젠 사료를 추천받아 구입했다. 다행히 오구는 사료 때문에 탈 나는 일 없이 아주 잘 적응하고 먹어주었다. 그리고 배변패드는 흡수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애니멀리스 Animalis는 위에도 언급했듯 12구 Bercy에 있는 곳이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우버를 타고 가서 가게 앞에서 내렸는데 근처가 어쩐지 시끌벅적하고 범상치 않았다. 일단 애니멀리스에서 쇼핑을 끝내고 나와서 그 심상찮은 곳으로 향해보았다.



Bercy Village



입구부터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여기가 뭐 하는 곳이냐 물었더니 쇼핑몰이긴 하지만 그냥 쇼핑몰이라기엔 좀 더 문화적인 공간이라고 했다. 나중에 그 동네 사는 지인에게 들은 바로는 프랑스 전역으로 배송될 와인 창고였던 곳을 개조한 곳이라고 한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여유롭게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의 분위기에 우리도 오후 시간을 여기서 보내기로 했다.





길거리 공연을 보고 나서 너무 더우니 쉬어가기로 했다. 테라스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현지인이 말을 걸어왔다. 강아지와 아이를 데리고 있으니 우리가 여기에 사는 건지 여행온 건지 궁금했나 보다. 그리고는 짧은 대화 끝에 파리에서 추천할만한 쇼핑스팟(?)을 알려주고 대화가 끝났다. 이후에도 파리에 머무는 한 달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랜덤 하게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는데 아이와 강아지를 데리고 하는 여행은 마치 다른 세상을 여행하는 듯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아이와 강아지라는 작고 연약한 존재들의 강력한 존재감으로 되게 따뜻하고 다정한 세상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덕분에 엄마아빠도 인류애가 차오르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날은 저녁으로 파이브가이즈에서 햄버거를 사 먹었다. 파리에 도착하고 첫날은 공항, 둘째 날은 동네에만 머물다가 처음으로 에펠탑을 보며 밖으로 나가니 너무 좋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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ʜᴏʟɪᴅᴀʏ ɪɴ ᴘᴀʀɪs�� ᴅᴀʏ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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