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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한 달 살기(Day4)

근데 이제 19개월 아가와 3살 강아지도 데리고

by 승혜

이 이야기는 2023년 8월 15일부터 9월 16일까지 파리에서 보냈던 우리 가족의 기록입니다.




Day4.

912B59F7-3B69-409F-AD50-F9F0DC81B85A_1_102_a.jpeg 전날 사 온 빵과 과일 그리고 계란으로 푸짐하게 시작하는 파리의 아침


오늘도 아이의 기상시간은 정확히 7시. 일어나자마자 침실 창문과 거실의 창문을 활짝 연다. 그러면 차가운 아침 공기가 마파람을 치며 집안으로 들어온다. 숙소가 2층에 있던 탓에 우리는 단 하룻밤도 창문을 열어두고 잘 수 없었다. 큰 대로변은 아니었지만 온갖 오토바이와 큰 차들의 소리가 소음에 민감한 가족들을 잠 못 이루게 했다. 에어컨도 없는 파리의 여름밤을 창문 닫고 선풍기로 나려니 그중 며칠밤은 꽤나 고난이었지만 그런대로 살아졌다. 창문을 열고 다 같이 거실로 나와 주섬주섬 각자의 할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남편은 밤새 가득 찬 아이 기저귀를 갈고, 강아지가 실내배변한 흔적이 있으면 치운다. 그러고는 전날 사둔 빵이 없는 날은 바로 마트에 바게트를 사러 간다. 마트표일지언정 갓 나온 바게트가 어찌나 맛있는지. 파리에서의 아침은 거의 매일 기본적으로 바게트와 계절 과일 그리고 스크램블에그였다. 어른들은 커피, 아이는 우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늘 할 일을 정해 본다. 이 날은 아이 낮잠 시간 조금 전에 나가서 메르시 Merci 에서 쇼핑하는 동안 유아차에 태워 낮잠을 재워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마레지구로 가는 우버에서 잠들어 버렸다. 과연 이대로 쭉 자 줄 것인가 기대도 잠시 메르시 도착 후 입구 돌바닥에서 깼다. 아기 낳기 전에는 돌바닥 운치 있어서 정말 좋아했는데..(생략)



스크린샷 2024-08-05 오전 9.59.51.png 짧은 낮잠을 자고 깬 그는 메르시에서 혼자만 즐거웠다고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르쁘띠막셰 Le Petit Marché 오리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2019년 남편과 연애할 때 갔던 식당에 우리 아이들과 함께 가다니 감개무량한 식사였다. 파리에서는 웬만한 식당은 다 강아지 동반이 가능했다. 오구가 바닥에 누우면 의자에 앉혀도 된다는 친절까지 돌아오니 여기가 강아지들의 천국이구나 싶었다. 메르시에서 얼마 안 걸어 도착한 르쁘띠막셰는 현지인들도 많았지만 한국인 손님들도 정말 많았다. 도착하니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우리 옆에서 기다리시던 한국인 부부랑 소소한 여행 얘기를 하며 즐겁게 기다렸다.



일단 우리랑 말하면 공통적으로 다들 “아이고.. 강아지랑 아가랑 다 데리고 오신 거예요? 대단하세요.”하신다. 그러면 남편은 14시간을 달려왔다고 자랑스럽게 대답한다. 식당 앞에서 만난 부부는 자전거 대회에 참가하러 오셨다고 한다.(개인적으로 그분들이 더 대단..) 한참 얘기하다가 우리 가족사진까지 찍어주셨다. 그리고 옆테이블에 계셨던 한국분들은 다행스럽게도 중간중간 떼쓰는 아이를 엄청 예뻐해 주셔서 감사했다.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아가와 강아지는 대부분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무는 소중한 존재다. 사랑으로 자라는 존재들이지만 사랑을 뿜어대는 존재들이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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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쁘띠막셰 오리스테이크와 사이드 디쉬들. 맛있다.



식당에서는 아이에게 줄만한 메뉴가 없는 것 같아 혹시 아가에게 주려고 하는데 파스타 같은 건 없는지 물어보자 주방에 물어보겠다고 하시더니 흔쾌히 해주겠다 하신다. (이후에 다시 갔을 때는 다행히 아기 스테이크 메뉴가 생겼다.) 토마토 스파게티였는데 아이도 잘 먹고 남편도 잘 먹었다(?)



밥 먹고 보쥬광장에서 커피나 마시며 좀 쉴까 했는데 가보니 강아지는 출입금지였다. 강아지에 관대한 파리지만 생각보다 강아지가 출입금지인 공원이나 정원이 많은 게 의외였다. 추측건대 개똥 안 치우는 견주들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한 번은 동네에서 오구 산책 중에 오구 응가를 치우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브라보!!" 외치고 지나간 일도 있었다.



보쥬광장에서의 오후를 접고 우리는 우버를 타고 에펠탑으로 향했다. 에펠탑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30분 정도면 충분하니 오늘은 조금만 더 놀다가 천천히 숙소로 걸어갈 요량이었다. 트로카데로로 갈걸 그랬나 싶었지만 샹드막스는 저번에 왔을 때 제대로 걸은 기억이 없어서 이 또한 좋았다. 조금 걷고 사진도 좀 찍고 나서 유아차에 아이를 실어 집까지 걸어가려는데 유아차에 타지 않겠다는 아이의 짜증이 시작되었다. 남편은 결국 무거운 가방을 이고 지고도 짜증 내는 아이를 달래려 유아차와 아가를 통째로 안고 걸었다. 덥고 모두가 지친 오후였는데 남편이 정말 온 힘을 다해 가족의 평화를 지켜줘서 눈물 나게 고마웠다.



6E6731EB-030C-4C29-AA74-2EA25FAE9CF6_1_105_c.jpeg 아빠는 정말루 슈퍼맨,,,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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ʜᴏʟɪᴅᴀʏ ɪɴ ᴘᴀʀɪs�� ᴅᴀʏ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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